주간동아 220

2000.02.03

프로야구 ‘선수노조’ 어디로

  • 입력2006-07-06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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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선수노조’ 어디로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굳힌 프로야구가 81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권리선언에 나선 선수들과 이에 반대하는 구단주간의 심각한 마찰로 자칫 올 시즌이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양준혁(해태)과 송진우(한화), 강병규(두산) 등 프로야구 선수 75명은 지난 22일 새벽 진통 끝에 역사적인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를 발족시켜 18년 동안 억눌렸던 자신들의 권리회복에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은 곧바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협의회 가입 선수 전원을 방출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선수협의회는 세 불리기로 맞서 23일 현재 가입 인원을 130여명으로 확대했으며 참여 선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KBO를 비롯한 구단들은 선수협의회가 외형상으론 친목단체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노동조합으로 규정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KBO는 이 단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 88년과 96년에도 선수 노조 설립 움직임을 강력하게 저지했던 구단주들은 선수들의 집단행동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도전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선수협의회가 발표한 정관 및 행동강령 등을 살펴보면 단순한 상호 친목도모보다는 계약 관계 개선이나 규약 개정 등 선수들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프로야구의 의사결정기구인 KBO총회와 이사회는 구단주와 구단 사장으로 구성돼 그동안 구단 편에서 각종 정책을 결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계약금 및 연봉협상에서 ‘나약한’ 개인에 불과한 선수는 조직을 앞세운 구단 앞에서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팀을 옮기는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단 한 마디의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구단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야 했다.

    KBO는 지난해 해외진출 규정과 자유계약선수(FA)제도를 만들어 선수들의 권익을 상당부분 신장시켰지만 선수들은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FA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도 전에 구단 사장들이 모여 3차례나 개악함으로써 선수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선수협의회 창립총회 직전 박용오총재가 ‘프로야구를 안하겠다’고 발언, 선수협의회 창립의 기폭제(?)가 됐다.

    구단주들은 선수협의회가 발족되면 팀 해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연간 5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제 몫만 챙기려는 선수들의 집단행동은 현실을 외면한 이기주의라는 것. 구단주들은 또 쌍방울의 퇴출위기로 프로야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협의회가 발족될 경우 신생팀의 창단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기존 팀들의 구단 운영의지마저도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계와 학계-법률계의 몇몇 인사들로 자문기구를 구성하고 열성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반드시 선수협의회를 출범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는 새 천년 시작부터 상당한 출혈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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