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0

2000.02.03

‘물갈이’ 악역?

  • 입력2006-06-30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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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갈이’ 악역?
    새천년민주당의 초대 사무총장에 기용된 김옥두의원(62·전남 장흥-영암)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자택에는 김대중대통령의 사진이 몇 개 걸려 있다. 앉아도 누워도 볼 수 있는 위치다. 김총장은 “저 사진만 보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또 대통령님이 항상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35년간 김대중대통령을 바로 곁에서 보좌해온 김총장의 김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신앙’에 가까울 정도다. 그는 김대통령의 눈빛만 봐도 의중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김총장의 임명은 그래서 김대통령의 친정체제 구축으로 풀이된다. 김총장에게 공천 및 총선 과정에서 ‘궂은 일’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앞으로 공천 과정에서 탈락자들의 반발 등 예상되는 파란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뚝심’은 있으나 사심이 없는 김총장이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김총장의 기용소식을 듣고 퍼뜩 ‘물갈이’란 말이 떠올랐다”고 말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중진들과 호남지역의 현역의원들이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대통령은 지역구 여론이 좋지 않은 일부 동교동계 의원을 감싸고 야당시절 신세를 졌거나 당의 돈줄과 관련있는 중진의원도 재공천하려 한다는 얘기가 측근들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최근 시민단체 등의 낙선운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데 이어 김총장을 발탁함으로써 대폭 물갈이 쪽으로 선회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김총장도 취임 일성으로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인사명단을 상당 부분 공천과정에서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친정체제구축이 시민운동 껴안기와는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총장의 기용에는 또 일 처리가 엄정하면서도 포용력을 지닌 그가 새 출발한 민주당의 당내 화합을 다지는데 적격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이인제씨와 김근태 노무현의원 등 차세대 주자, 당 중진 및 동교동계 가신, 신진 영입인사들간에 미묘한 관계가 조성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견제 조정할 역할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65년 김대통령의 비서로 입문한 김총장은 그야말로 김대통령을 위한 ‘한 길 인생’을 살아왔다. 그는 그동안 두 차례의 옥고와 여덟 차례의 연행 고문 등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김총장은 김대통령과의 인연을 통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한 길을 걸으면 불행 중에도 행복은 온다’는 인생 철학을 체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정권 출범후 여권 실세로 불리고 있지만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조용히 처신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그도 자신을 ‘촌놈’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가 지난해 5월 어렵사리 시작한 골프를 곧바로 그만둔 것이나 언제나 ‘고향무정’만 즐겨 부르는 것도 그의 촌놈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정치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던 김총장은 이제 집권당 사무총장으로서 시험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공천 물갈이 과정에서 악역을 맡으면서도 당내 화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의리를 중시하는 그가 자칫 사연(私緣)에 얽매여 판단을 그르치는 잘못을 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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