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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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기관의 ‘파워 게임’ 제대로 파헤쳐

  • 고승철 소설가·나남출판사 주필

    입력2012-02-27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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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센 기관의 ‘파워 게임’ 제대로 파헤쳐
    “국방부 출입기자의 취재 공간은 기자실과 화장실뿐”이라는 냉소적인 말이 떠돌던 때가 있었다. 군부 독재시절이었다. 기자는 국방부에서 발표하는 기사만 써야 했다. “기자실이 아니라 대서방(代書房)”이라는 자조적 한탄이 나왔다. 중앙정보부 같은 권력기관에도 기자가 드나들 수 없었다. 그곳은 언론이 범접할 수 없는 성역으로 치부됐다.

    825호 커버스토리로 다룬 ‘번개사업’ 충돌 내막 기사는 한국 언론에서 성역이 점차 사라짐을 보여준다. 이 단독 확인 기사는 국방부, 감사원, 국정원, 청와대 등 힘센 기관 사이의 갈등을 파헤쳤다. 이제 무소불위의 독불장군 같은 권력기관은 없는 듯하다. 권력기관끼리 견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 것 같다. 다른 언론에서 이 기사를 후속 보도해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지 않은 점이 아쉽다. ‘주간동아’가 이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기를 기대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했다는 기사는 김정일 사후의 북한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북한의 화력훈련 장면을 방송한 조선중앙TV의 화면을 캡처해 실은 사진들도 볼만하다. 북한이 정규전으로는 남한에 이기지 못할 것에 대비해 헬기 레펠 강하나 수송기 낙하 등 특수전 훈련을 강화한다는 소식은 우리를 불안케 한다.

    케이팝(K-pop) 스타들의 탄생 배경을 집중 보도한 특집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과를 다투어 설립했다는 점, 체계적인 조기교육, 연예기획사의 국제화 전략 등을 자세히 소개해 인쇄 매체의 장점을 잘 발휘했다. 화려한 공연을 실감 나게 전달하는 방송과는 달리 활자 매체는 공연의 뿌리를 심층 분석할 수 있다. ‘추락하는 한국 소설, 날개가 없다’는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의 글을 읽고 소설가인 필자는 걱정이 태산 같다. ‘해리 포터’같이 흥미진진한 소설 하나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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