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2007.02.27

‘일찍 귀가’ 오보 덕 바른생활 ‘라이언 킹’

  • 김성원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7-02-16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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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잘못된 보도는 치욕이다. 그런데 오보가 이런저런 사연이 겹쳐 ‘결과적으로’ 좋은 열매를 맺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1월 말 A스포츠신문에 실린 이승엽 기사의 일부.

    “아버지 곁을 지켜드리고 싶다.”

    요미우리 이승엽(31)이 SK의 일본 고치 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이승엽은 당초 이달 말 SK 캠프에 합류, 지바 롯데 시절 스승이던 김성근 감독의 도움을 받아 타격훈련을 한 뒤 요미우리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어머니(고 김미자 씨) 상을 치르고 계획을 변경했다. 모친상을 치르느라 재활훈련이 더뎌진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이춘광 씨·64)를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서였다. (중략) 지난달까지만 해도 훈련이 끝난 뒤 지인들을 만나 당구장을 찾곤 했던 이승엽은 최근엔 경산볼파크에서 오후 2시쯤 훈련을 끝내면 곧바로 대구 집으로 이동한다. 한시라도 빨리 귀가해 부쩍 쓸쓸해하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후략)

    이승엽이 이 기사를 인터넷으로 확인한 뒤 지인을 통해 해당 신문사에 연락을 해왔다. 대구 지역에는 배달이 안 되게 해줄 수 없느냐는 것.

    지인들에게 상심이 큰 아버지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 게 와전돼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다”고 보도됐으나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고 한다.



    이승엽은 오후 2시 훈련이 끝난 뒤 집으로 갔다가 바로 외출하곤 했다. 아버지와 ‘다 큰 아들’이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승엽은 아버지가 마음 쓸까봐 A사에 기사를 고쳐줄 것을 정중히 요구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데스크에 이런 상황을 설명했고 이승엽의 뜻은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오보 이후엔 어떻게 됐을까?

    이승엽은 훈련 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일본으로 건너갈 때까지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는 것. 잘못된 보도에서 언급한 대로 이승엽의 생활이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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