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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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과 품위를 한번에 입는 시대

겨울옷 준비

  • 남훈 The Alan Company 대표 alann1971@gmail.com

    입력2013-11-25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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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온과 품위를 한번에 입는 시대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계절의 법칙이기에, 오랜 세월 인간은 이런 흐름에 적응하면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문명이 발달한 이 시대, 폭염에는 에어컨이, 찬바람에는 히터 같은 기기가 우리를 돕지만, 그런 물건이 없던 옛날부터 패션은 계절 변수에 효율적으로 적응하며 진화해왔다. 이를테면 리넨과 캐시미어는 각기 여름과 겨울을 대표하는 소재로, 기능과 미적 감각 양면에서 탁월한 효용을 보여준다.

    리넨은 통풍이 좋으면서 컬러감까지 겸비하기 때문에 여름에 셔츠나 재킷 소재로 사용하면 착용자는 시원하면서도 타인에겐 헐벗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캐시미어는 따뜻하고 얇은 니트나 머플러가 돼 사람들이 겨울에 옷을 너무 여러 겹 껴입지 않게 해준다. 겨울이 되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두터운 패딩재킷을 입고, 가죽 장갑을 찾으며, 옷장 속에 잠자던 니트웨어를 꺼낸다. 도톰한 내복을 준비하는 이도 있고, 요즘 최고 주가를 누리는 어느 SPA브랜드의 발열 속옷도 한 번쯤 찾게 된다.

    보온 넘어서는 복장의 정신

    하지만 남성을 위한 패션은 오직 보온이란 실용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옷을 입는 건 몸을 가리는 단순한 목적을 넘어, 그 복장이 가진 정신을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터운 소재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겨울바람에는 오리털 같은 충전재가 충분히 들어간 캐주얼 패딩재킷이 유용하지만, 여전히 세계의 남자들은 비즈니스나 관혼상제 같은 중요한 순간엔 포멀한 슈트와 코트를 갖춰 입는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옷을 입는 것이 기본이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미덕으로부터 출발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정말 추워서 생명이 위협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지구를 위협하는 전쟁이나 금융위기에 비하면 보온이라는 이슈는 상대적으로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므로 겨울이라는 계절에 대비하는 현명한 준비는 보온이란 실용성과 클래식한 품위를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복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코트나 패딩재킷 같은 아우터는 입은 의상을 모두 덮기 때문에 겨울에는 어떤 아우터를 선택하는지가 착용자의 안목을 드러내는 상징이 된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아우터를 벗어야 하므로 셔츠나 니트, 타이와 재킷 같은 이너 웨어를 대충 입을 수도 없다. 겨울에는 아우터와 이너웨어의 조화에 신경 쓰면서 복장의 완성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겨울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남성용 내외부 아이템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겠다.

    먼저 코트는 슈트나 재킷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역시 영국 군복에서 진화했지만, 컬러나 디테일이 슈트보다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블랙, 네이비, 캐멀 색상이 기본이지만, 카키나 그린, 때로는 아이보리 등 과감한 컬러로까지 영역이 확장된다.

    버버리로 널리 알려진 트렌치코트는 처음엔 방수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레인코트로 주로 사용했지만,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이 옷의 현대적 착용 방식을 설파한 이후 아예 코트 대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많이 춥지 않은 겨울엔 굳이 비가 오지 않아도 레인코트가 제격이다. 레인코트는 네이비와 베이지를 기본으로 갖추는데, 슈트나 블레이저코트 같은 클래식한 포멀 스타일을 잘 소화하면 레인코트나 청바지, 로퍼 같은 캐주얼 아이템에도 쉽게 익숙해진다. 포멀과 캐주얼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남자의 복장을 채워가는 두 가지 핵심 기둥이다.

    겨울에 아주 긴요한 네이비, 브라운, 카키 색상의 캐주얼 패딩재킷을 마련해뒀다면 찬바람이 부는 게 오히려 반가울 것이다. 다만 이런 옷을 입을 때는 네이비 재킷과 그레이 바지 혹은 브라운과 아이보리식으로 상의와 바지 컬러에 긴장 관계를 주는 게 좋다. 특히 재킷 위에 덧입는 외투라 해도 너무 크면 몸의 비율을 해치게 마련이니 패딩재킷 사이즈는 어깨 라인을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겨울에 보석 같은 옷 ‘니트’

    보온과 품위를 한번에 입는 시대
    때로 우리는 패션계가 제시하는 컬러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가슴이 철렁하는 녹색 바지, 큰 용기가 필요한 핑크 셔츠, 연예인이나 입을 것 같은 청록색 재킷…. 전체 룩을 모두 이렇게 튀는 컬러로 채운다면 확실히 무리겠지만 브라운이나 그레이, 베이지 등 남성복의 근간이 되는 기본 컬러 사이에 가끔 하나의 포인트 컬러를 넣는 건 현명하고 안전한 스타일링 방법이다.

    니트웨어는 오직 겨울에만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옷이고, 남성복 아이템 가운데 다양한 컬러가 허용되는 유연한 옷이기도 하다. 오렌지색이나 와인색처럼 다른 아이템에선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컬러나 기하학적 패턴을 담은 니트웨어도 충분히 시도할 만한 선택. 이때 따뜻한 니트 머플러도 함께하면 좋은 옵션이 된다.

    특히 터틀넥 니트웨어는 보온과 멋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커버하는 훌륭한 아이템이다. 블랙, 브라운, 네이비, 그레이, 베이지 같은 기본 컬러와 그린, 아이보리, 퍼플, 레드 같은 팝 컬러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을 두루 갖춰두는 것이 좋다. 터틀넥은 재킷, 코트, 사파리 등에 잘 스며든다. 이탈리아 밀라노 남자들은 가끔 셔츠 위에 입기도 한다.

    외투는 추위를 막는 실용성이 기본이지만, 입었을 때 몸을 대부분 다 가리기 때문에 전체 룩을 대표하는 키 아이템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얼굴 톤과 어울리면서 자신이 많이 보유한 셔츠나 바지들과 부드럽게 스며드는 컬러 또는 소재를 고르는 게 좋다. 카키, 브라운, 네이비 색상 외투가 많은 건 그런 이유에서다.

    겨울에 유용한 패딩재킷이라도 꼭 후드에 털이 무성한 아웃도어 스타일만 있는 건 아니다. 테일러드코트처럼 클래식한 스타일의 패딩코트도 분명 있다. 그런 코트는 니트웨어나 면바지와 함께 캐주얼한 스타일로 입어도 좋고, 슈트나 블레이저코트 위에 포멀한 느낌으로 걸쳐도 괜찮으니 오히려 더 실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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