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단의 필수 방문지 예루살렘 성묘교회 너머로 보이는 시가지.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 중동에 덧입혀진 이미지는 피의 복수, 갈등, 분쟁, 테러 등의 혼란과 비합리다.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와 모순으로 가득한 곳이 중동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갈등과 유혈분쟁의 중심에는 늘 이스라엘이 있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3대 산업 가운데 하나가 관광업이란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쪽에서 죽고 죽이는 ‘피의 잔치’가 벌어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수많은 관광객이 유람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관광대국의 위상을 가지는 데 큰 몫을 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인 방문객 대부분 성지순례
이스라엘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인은 2만8000명으로 전체 국가 중 1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과 중국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독보적인 위상이다. 게다가 올해는 상반기에만 2만명 이상이 이스라엘을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인 방문객이 많은 이유는 역시 10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의 기독교인 덕분이다. 예수의 탄생에서 승천에 이르는 사역의 현장을 직접 보고자 하는 종교적 열심에서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남한 면적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사막과 습지가 함께 있고 강, 바다, 호수가 있으며 8월이나 돼야 눈이 완전히 녹는 높은 산이 있다. 또 북부 산지에서 스키를 즐길 때 남부 지역에선 해수욕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단위면적당 서식하는 동·식물군의 개체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인 성지순례객은 기독교와 관련된 극히 제한된 장소만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참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주요 일간지 ‘하아레츠’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꼭 가봐야 할 10곳을 선정했다. 그중 한국 성지순례객이 반드시 방문하는 장소는 3곳에 불과하다. 수차례 성지순례를 해도 결코 방문하지 않는 장소가 3곳이며, 나머지 4곳은 일정에 따라 방문하기도 하는 장소다. 물론 여행의 감흥이란 주관적인 것이라 이스라엘 사람 중에도 이 10곳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있겠지만, 이스라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호수인데도 몸이 뜨는 현상으로 유명한 사해.
반면 악고, 로시 하니크라, 하이파의 바하이 사원은 결코 방문하지 않는 3곳에 해당한다. 그중 지중해변에 위치한 십자군 성채의 위용을 자랑하는 악고는 과거 이스라엘 순례 일정이 일주일 이상 되던 때는 방문하기도 했으나 3박4일, 4박5일이 대세인 요즘의 일정에선 빠진 곳이다.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로시 하니크라는 이스라엘에서 수년간 생활한 교민들도 가보지 않은 이가 많은 곳이다. 바하이 사원은 100명 넘는 정원사들이 관리하는 정원이 유명하다.
9월25일부터 한-이스라엘 직항편 신설
성지순례객들의 3대 기피지인 로시 하니크라, 악고, 바하이 사원의 정원(위부터).
이스라엘을 방문하려는 이들에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9월25일부터 한국-이스라엘 대한항공 직항이 주 3회 운항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방문의 최대 걸림돌은 경유시간을 포함해 20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거리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취항으로 비행시간이 10~12시간으로 대폭 단축된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여행업을 하는 동시에 한인회장이기도 한 양달선 씨는 “직항이 취항해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예처럼 막무가내식 선교활동이 이스라엘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가장 종교분쟁이 심한 곳이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대교, 아랍인 대부분이 신봉하는 이슬람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기독교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 현지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단기선교 등의 형식으로 들쑤셔놓고 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 교민 몫이라는 우려다. 양씨는 “이스라엘의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진 않지만 도처에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을 위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안내자의 지침을 따라줄 것”을 신신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