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독일을 방문해 라인-마인-도나우(RMD)운하를 둘러본 이명박 당선인. 지난해 12월 완성된 경부운하 설계도(작은 사진).
“당연히 하겠다는 거다.”
지난해 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대운하 홍보’를 도맡아온 당선인 비서실의 추부길 정책기획팀장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 당선인의 의지를 이처럼 명확히 표현했다. 국민 개개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난 대선 때 이 당선인을 지지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모두가 ‘대운하 정국’ 속으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요컨대 이 당선인을 필두로 한 차기 정부 측은 여론 추이와 무관하게 대운하를 밀어붙일 태세다. ‘운하를 하느냐 마느냐’는 결정됐고, 보완점과 관련해서만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의 목표는 이 당선인의 임기 내에 대운하 공사를 끝내는 것이다. 실제 공사기간은 4년가량으로 예상되는데 대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컨소시엄 방식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주간동아’는 경부운하 설계도면 작성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 관계자들이 참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을 비롯한 5대 건설사가 대운하 TF팀과 회동했으며, 업계에 공동TF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민자유치 단계까지 온 셈이다.
과연 대운하는 이 당선인이 주장하듯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자 ‘문화공간으로서 죽었던 공간을 살리는 꿈의 실현’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대규모 토목공사에 불과할 것인가.
대운하로 인해 환경은 훼손될 것인가, 아니면 되레 수질이 좋아지고 대기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주간동아’는 대운하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입장 정리’를 돕기 위해 설계도를 바탕으로 대운하 관련 핵심 궁금증 50개를 모아 문답풀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경부운하의 주요 길목인 문경 충주 여주의 민심도 살폈다.
추부길 정책기획팀장 인터뷰는 이 당선인의 대운하 철학과 의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짐작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길을 파헤치고 산맥을 뚫어 뱃길을 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운하 프로젝트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불도저’라는 별명만큼이나 빠르게 무르익고 있다. 대통령선거 투표가 이뤄지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초순, 대운하의 ‘기본설계도’가 완성됐을 정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현재 검토 중인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반도 대운하의 실체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50문 50답으로 정리했다.
Q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뭐냐A 한강~ 낙동강 연결 등 전국 물길로 잇기
[1] Q|운하란 무엇인가?
A|육지에서 선박이 이동할 수 있게 인공적으로 만든 수로(水路)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교통시설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운하는 땅을 파서 만들지만, 매립(埋立)할 때 남겨둔 수로, 하천을 손질해 만든 인공수로도 운하라고 부른다.
[2] Q|‘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이하 대운하)를 짧게 개괄한다면?
A| “자연하천의 물길을 연결해 배가 다니게 하는 동시에 생태계 복원과 지역개발 및 지역통합, 문화관광 발전을 이루는 다목적 프로젝트”라는 게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유우익 서울대 교수(지리학)의 주장이다.
[3] Q|그렇다면 대운하에서 ‘운하구간’은 어디인가?
A|이 당선인 측은 “경부운하 540km 가운데 인공하천은 40km”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대운하는 전체 구간에 걸쳐 땅을 파거나 손질한다는 점에서 ‘전 구간이 운하’라고 보는 게 맞다. 옳든 그르든 대운하는 국토 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대역사(大役事)다.
[4] Q|대운하의 기본 골격은?
A|한강과 낙동강의 물길을 잇는 540km의 경부운하가 대운하의 ‘척추’라면 금강과 한강을 잇는 충청운하, 호남운하는 팔다리를 잇는 대운하의 ‘뼈대’다. 이 운하들은 동시에 완공될 예정이다. 호남운하는 영산강 하구-광주 구간, 충청운하는 금강 하구-오송 구간이 계획돼 있다(오른쪽 그림1 참조).
뱃길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온 운송로다. 운하의 시원(始原)은 기원전 1400년경 완성된 나일강의 뱃길이다. 길이란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 용도가 다하면 소멸하는 법. 길의 흥망성쇠는 지역의 운명을 결정했다. 뱃길도 마찬가지다.
[33] Q|준설을 하면 수질이 더 악화되지 않나?
A|울산 태화강은 준설을 통해 수질을 크게 개선한 바 있다. 준설을 통해 수질을 깨끗하게 만드는 노하우는 확보된 상태다. 호남운하는 물류 이동 기능보다 영산강 수질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34] Q|선박사고로 기름이 유출되면 어떻게 되나?
A|한국은 상수도 물의 65%를 하천의 지표수에서 충당한다. 하천에서 기름 유출사고가 일어나면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름 유출 가능성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이 당선인 측 주장이다. 바다에서처럼 암초에 부딪혀 배가 부서지거나 유류탱크가 파손될 위험이 없는 데다, 내륙운하에선 배의 운행이 철저히 통제되는 만큼 충돌사고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모든 국가는 운하로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독극물 같은 위험물질은 운송이 금지된다. 그러나 “사고 위험이 거의 없다”는 논거엔 “재앙은 ‘만의 하나’의 영역”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35] Q|보를 건설하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을까?
A|물고기 전용 통로인 어도(魚道)를 보와 동시에 건설하면 된다는 게 한반도대운하연구소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일 뿐, 생태계 교란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수량이 적은 겨울철에 배가 다니도록 준설하면 생태계 형성이 어려워진다.
[36] Q|홍수로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나?
A|한국은 계절별로 하천유량의 편차가 심하므로 운하를 설계할 때부터 홍수 방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운하 건설로 강 바닥을 깎아내면 저류량이 늘어 오히려 홍수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37] Q|이 당선인 측이 주장하는 운하의 친환경적 효과는?
A|고속도로·국도·지방도를 이용하는 화물이 운하로 옮겨가면 오염 비용이 감소한다. 수자원공사는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는 5300억원이 넘는 오염 비용이 감소하리라고 예상했다. 이 당선인은 “경부운하가 완공되면 경부 축에 새로운 고속도로 건설은 없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물류 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경부 축에 3~4개의 고속도로를 신설한다는 구상을 검토해왔다. 이 당선인 측은 운하에 대한 논란은 ‘개발’과 ‘환경’의 대립이 아니라면서 운하를 만드는 것이 더 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당선인 측은 대운하가 거대한 토목공사로 비치는 것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실무진은 운하(canal)라는 표현보다 물길(waterway)이란 용어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대운하 건설을 토목공사로 보는 시각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Q 수중 생태계 파괴, 홍수 대재앙 가능성은?A “토목공사 아닌 ‘물길’ 자연강둑 그대로 살릴 것”
[38] Q|제방엔 한강의 그것처럼 시멘트(콘크리트)를 바르나?
A|그렇지 않다. 40km의 인공수로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자연적인 강둑을 그대로 살린다. 서울시도 한강종합개발 때 인공적으로 건설된 강둑을 허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39] Q|하천 바닥이 준설된 뒤에는 인공구조물이 설치되나?
A|그렇지 않다. 대운하는 ‘판다’보다 ‘잇고, 배가 다니게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강변 쪽은 준설하지 않고, 배가 다니게 될 강의 중심 쪽만 준설을 통해 수심을 높이게 된‘대운하=콘트리트운하’라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다.
[40] Q|한강과 낙동강 수계(水界)의 다리는 모조리 새로 짓는가?
A|그렇지 않다. 기본설계도면에 따르면 철거가 불가피한 다리는 11개에 그친다. 한강 잠수교는 개폐교로 바뀐다.
다시 물길로 되돌아가보자. 서울을 벗어난 물길은 화물터미널이 자리한 남양주시 여주군을 거쳐 충주시로 흐른다. 충주시 살미면 토계리의 여객터미널을 지난 물길은 낙동강으로 향한다.
[41] Q|한강과 낙동강은 어떻게 연결되나?
A|조령에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터널을 뚫는 게 최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방식이 도입될 경우 수천 t의 배를 인공수로로 끌어올렸다가 평지로 내리는 충주리프트와 문경리프트는 그 자체로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리프트를 ‘건축작품’으로 건설한 뒤 주변에 수변 테마파크를 만드는 복안이다. 이 밖에 괴산과 상주에 리프트를 만든다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그림4 참조).
[42] Q|서울-부산 운항시간은 얼마나 될까?
A|서울-부산은 자동차로 5시간 걸린다. 부산항-인천항의 뱃길은 28시간, 내륙운하로도 30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게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갑문의 개수 등을 고려하면 최소 70시간 넘게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운하로 이동할 화물은 안전성이 중요하지 속도는 다음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43] Q|태풍으로 인한 운항 제한 일수는?
A|걱정할 문제가 못 된다. 연간 최대 사흘 정도로 분석된다.
[44] Q|고속도로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운하로 물류를 운송할 경우 겨울철에 강이 얼면 어떻게 되나?
A|영하 10℃ 이하의 기온이 사흘간 계속될 때 강은 결빙한다. 충주시의 경우 영하 10℃ 이하 기온이 연간 10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런 날씨가 3일간 지속되는 일은 거의 없다. 결빙으로 뱃길이 끊기는 것은 연간 2일가량으로 분석된다.
[45] Q|결론적으로 1년에 배가 다닐 수 있는 날은 모두 며칠인가?
A|운행이 불가능한 때는 홍수 3일, 갈수 7일, 태풍 3일, 결빙 2일 정도로 분석된다. 즉 배가 다닐 수 있는 날은 연간 350일가량이다.
첫 삽을 뜨기 전 반드시 검증해야 할 문제는 “과연 장밋빛 청사진대로 물동량(物動量)을 확보할 수 있는가”다. 물류비 절감 효과가 없다면 대운하는 무모한 ‘삽질’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46] Q|화물주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운하를 외면할 수 있지 않나?
A|민자사업은 건설사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국가가 최소 운용 수입을 보장해주는 형태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공사비가 예상보다 커지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민자사업체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대운하가 건설된 뒤 운하를 선호하는 화물주가 예상보다 적으면 나랏돈으로 보전해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화물주가 운하로의 운송을 꺼린다면 대운하는 역사상 ‘최악의’ 국책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1월5일 문경새재 조령관 제3문에 전시된 한반도 대운하 조감도.
A|도로운송이 아닌 육로로 100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수송할 경우 대운하를 이용하면 2만~3만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대운하가 물류의 1%를 맡을 때마다 8000억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생긴다는 추산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대운하가 10%의 물류를 처리하면 해마다 8조원의 운송비 절감효과가 생긴다. 이 추산이 객관적 사실이라면 대운하는 기업들에 큰 혜택을 주게 된다.
[48] Q|충청운하, 호남운하도 경부운하만큼의 물류 분담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A|호남운하는 영산강의 물길을 정비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 운하를 이용하는 물동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호남운하는 투입 대비 산출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충청운하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현재로선 금강으로 배를 다니게 하겠다는 기초적인 수준이다. 정치적 이유로 급조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지가 많은 한반도에서 운하가 과연 적절한지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대운하에 회의적인 인사들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내륙운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49] Q|국토의 길이가 500km로 짧은 상황에서 내륙운하가 과연 필요할까?
A|대운하는 성공한다면 행정수도 이전과는 비견될 수 없는 지역균형발전 전략이다. 내륙의 낙후한 지역에서 항구를 이용해 물류를 옮긴다는 점에서 해운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50] Q|산이 많은 나라는 운하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A|기술적으로는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조령을 제외하곤 표고(標高) 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가운데 강에 배가 다니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대운하는 물길을 이어 국토를 개조하겠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당선인 측의 청사진대로 주운(舟運)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생태·문화·레포츠 사업을 통해 지방 경제를 살린다면 대역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청사진이 과연 검증된 것이냐는 점이다. 옛 어른들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가르쳤다. 지금부터 대운하가 약(藥)인지 독(毒)인지에 대한 검증이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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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Q|한반도의 옛 뱃길은 어떠했는가?
A|지금의 한반도엔 온전한 의미의 배가 ‘다니지 않는다’. 한반도의 물길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부산·경남의 조공(朝貢) 선박은 낙동강을 거슬러 문경새재의 턱밑인 경북 상주까지 올라갔다. 한양 마포나루에서 실린 짐은 한강과 남한강 물길을 따라 충주로 옮겨졌다. 그래서 주막, 좌판이 늘어선 나루엔 늘 돈이 넘쳤다.
‘뱃길의 부활’은 곧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이 당선인의 ‘외곽조직’인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설계도면 대로라면 대구엔 물류터미널이 들어서고, 구미는 항구형 공단으로 거듭난다. 한강-조강을 통해 서해로 뱃길이 이어지는 파주·행주터미널은 대(對)중국 전진기지 구실을 하게 된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조강은 남북간 군사적 요충지다.
[6] Q|대운하로 ‘뜨는’ 지역도 생기는가?
A|지난해 12월 초 확정된 설계도면에 따르면 터미널 위치는 리·동 단위까지 지목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표시돼 있다. 실시설계도면이 나오면 위치가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터미널 예정지가 곧 대운하 수혜지라 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은 관광유람선이 드나드는 곳으로 배후에는 요트장과 카누장 같은 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7] Q|터미널의 수는?
A|경부운하 터미널은 모두 47개이며, 그중 12개가 여객·화물 겸용이다. 화물터미널은 대규모 물류센터가 들어설 만한 대지를 갖춘 곳들로 선정됐다. 아직 기본설계도면이 나오지 않은 호남운하의 경우 광주와 나주에 터미널이 들어선다.
[8] Q|한강 주변 터미널의 위치는 어디인가?
A|한강에는 모두 21개 터미널이 들어선다. 잠실을 비롯해 7개 갑문(閘門)도 건설된다(왼쪽 그림2 참조).
대운하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수혜지로 거론되는 곳은 벌써부터 땅값이 들썩거린다.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와 비효율성 등을 강조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대운하 길목에 자리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은 이 당선인 측이 내세운 청사진에 고무된 모습이다.
청사진대로라면 터미널이 들어서는 지역은 임해(臨海)도시로 거듭난다. 40~50km 간격으로 배치된 화물터미널 입지는 수혜지 중 수혜지다. 대운하의 최대 수혜지로는 내항(內港)도시로 거듭나게 될 대구가 꼽힌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면 뱃길이 생긴다. 뒤스부르크 같은 거대한 항만도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엔 대구를 염두에 뒀다. 대구가 내륙 항구도시가 되면 항만에서 화물을 선적해 곧바로 수출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이 당선인의 자서전 ‘이명박의 흔들리지 않는 약속’ 중에서)
[9] Q|낙동강의 터미널 위치는?
A|낙동강에는 모두 28개 터미널이 계획돼 있다. 그중 하나인 구미터미널은 화물을 수출하는 내항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또한 물류비를 덜어줌으로써 구미공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당선인 측의 주장이다(뒤 페이지 그림3 참조).
대운하의 길목에 자리한 지자체는 요새 달떠 있다. 대운하로 지역발전을 꾀하려는 지자체들의 잰 걸음이 요란하다.
[10] Q|대운하의 기점이자 종점인 부산 분위기는 어떠한가?
A| 부산시는 아시아의 베니스를 꿈꾸고 있다. 강서구 일대 그린벤트를 풀어 명지지구에 거점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11] Q|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대구의 분위기는?
A|대구시는 낙동강 운하개발 계획을 8월까지 완성할 예정이다. 낙동강 연안의 산업단지 개발도 구상 중인 대구시는 10여 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낙동강 운하를 검토해왔다. 대구시는 물류비 때문에 삼성상용차가 부도났고, 르노삼성자동차를 부산에 빼앗겼으며, 달성 위천국가공단 유치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여긴다. 따라서 내항을 가지는 것은 대구의 숙원이라 할 수 있다.
[12] Q|경상북도는?
A|상대적으로 낙후한 경상북도의 기대감도 매우 크다. 도청에 대운하전담팀이 구성됐으며, 6개 권역으로 나눠 낙동강 벨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경상북도는 생태·관광·레포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선산 지역을 항구를 낀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함으로써 이 지역 민심을 끌어안을 궁리인 듯하다.
[13] Q|경상남도는?
A|밀양·남지·합천 터미널에 크루즈 전용 부두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밀양은 신공항과 더불어 항만·항공 운송특구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14] Q|강원도는?
A|강원도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다. 터미널이 들어서는 원주를 산업물류 및 관광레포츠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5] Q|경기도는?
A|경기도도 대운하와 관련해 나루터, 포구를 역사 복원키로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6] Q|호남운하의 수혜지인 호남은?
A|전라남도는 경부운하와 호남운하의 동시 완공 계획에 고무된 모습이다. 오염된 영산강을 준설로 정화할 수 있는 데다 나주에 건설되고 있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해남·영암 관광레저기업도시, 영산강 유역 고대문화권 개발계획 등이 호남운하로 탄력을 받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17] Q|충청운하 예정지의 반응은?
A|충청남도는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백마강 구간의 백제 뱃길 복원사업이 수월해지리라고 기대한다. 1000여 년 전 금강을 디딤돌로 바다로 나가 해상왕국을 이룬 백제를 회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Q 건설 비용은 얼마에 무슨 돈으로 하나?A 경부운하 14조 1000억원 소요 주장 … 골재로 충당 등 민자 중심 건설
[18] Q|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대운하의 연계는?
A|서울시는 한강 뱃길을 서해로 연결하고 전체 뱃길을 되살린다는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했다. 용산과 여의도에 국제선터미널을 만들어 중국 상하이 등의 연안도시까지 뱃길로 잇고, 김포 마곡 상암 등에 선착장을 둬 출퇴근길에 페리를 이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에서처럼 강이 출퇴근용 길로 이용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인공물로 이뤄진 강둑을 헐어내고 친환경적으로 바꿀 복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 측이 호남운하 충청운하를 경부운하와 비슷한 시기에 완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를 두고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과 충청 민심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서 잠시 ‘대운하의 정치학’을 살펴보고 넘어가자.
[19] Q|대운하의 정치적 노림수는?
A|대운하는 총선 필승 카드 가운데 하나다. 호남운하는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광주 산업단지의 물류를 수송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충청운하에 대해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대운하 길목에 자리한 총선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총선 후보들은 대운하와 그로 인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걺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당론으로 대운하를 반대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토목공사로 지역을 살린다는데 그것에 반대하는 후보를 누가 찍겠는가. 대운하는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다”라고 토로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성인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도 대운하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이 당선인 측은 벌써부터 최대 수혜지가 대구·경북이라고 선전해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는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수도이전 공약보다 파괴력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운하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이 당선인의 구상을 ‘토목경제’ ‘시멘트경제’라고 깎아내린다. 실제로 대운하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수들이 공학자 일색인 데다 외곽 조직엔 ‘업자’들도 관여하고 있다.
[20] Q|대운하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A|경부운하는 14조1000억원, 호남운하와 금강운하는 1조2000억원이 든다는 게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추산이다. 그러나 비판적인 인사들은 암벽 굴착비를 포함하고 교량을 새로 지으면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21] Q|대운하는 ‘민간자본’으로 건설되나, 아니면 ‘나랏돈’으로 건설되나?
A|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운하는 민자로 세워진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나 경부운하는 민자 중심으로 건설하되, 충청·호남 운하는 정부 재원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준설을 통해 얻게 되는 골재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22] Q|골재 채취로 과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까?
A|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골재를 캐 8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껏해야 1조원 정도가 되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터널을 굴착할 때 나오는 토사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23] Q|대운하 건설 로드맵은 어떻게 되는가?
A|한나라당은 18대 국회에서 대운하 관련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방경제 활성화, 747공약 실현의 한 축이 대운하이므로 조기 착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징적 세리머니로 올해 안에 첫 삽을 뜨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별법 제정 → 정부기구 설치 → 공사 시작의 절차가 숨가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4] Q|완공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A|사전 준비기간을 제외한 실제 공사기간은 4년이라는 게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주장이다. 올해나 내년 초 첫 삽을 뜬다면 이 당선인의 임기 안에 뱃길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 당선인 측은 임기 중에 결실을 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최소 10년은 걸려야 완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토지 수용도 예비절차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논리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청계천 복원 공약에 대해 적어도 5~10년이 걸릴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공사는 2년8개월 만에 끝났다.
사라진 내륙의 물길을 기억에서 되살려낸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 당선인이다. 그러나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처음 제기한 곳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5년 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
A|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은 전국의 5대 강을 운하로 연결하자고 제안하면서 ‘물류혁명과 국토개조전략’이라는 테마로 논문과 책을 쏟아냈는데, 특히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989년 한국수자원공사가 서울에서 충주댐까지의 한강운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보고서를 낸 적이 있으나,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운하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내기는 세종연구원이 처음이었다. “한국경제의 4분의 3이 경부 축에 위치하고, 물류비가 국내 총생산의 15.7%를 차지하므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교통혼잡과 환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경부운하를 만들면 총물동량의 25%를 운하로 운송할 수 있고, 운하의 운임은 고속도로와 철도의 30% 수준밖에 되지 않아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당시 세종연구원의 주장이었다.
[26] Q|이 당선인이 대운하에 처음 관심을 가진 때는?
A|이 당선인이 경부운하 건설에 대한 목소리를 처음 낸 때는 1987년 겨울이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상공회의소를 방문했을 때 이 당선인이 경부운하를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10년 뒤 96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서울-부산 간 운송비가 지나치게 높다”면서 경부운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대운하 구상을 우리가 대선 공약으로 쓸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경부운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98년 수자원공사는 “사업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용역보고서를 내놓았다. 대운하는 96년 초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언론에 흘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당선인은 대운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리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인프라는 스스로 가치를 창조한다”고 여긴다. 이 당선인의 소신을 5개 문답으로 정리했다.
[27] Q|경부운하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A|내가 청계천을 복원할 때도 반대가 적지 않았다. 환경이 파괴되고 먼지대란, 교통대란, 소음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운하는 한반도의 국운을 융성하게 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독일의 운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A|수자원공사 같은 전제로 분석하면 결과는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새로운 구상을 과거 보고서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당시 정부는 물류 하나만을 가지고 계산했다. 일자리 창출과 관광, 레저, 치수(治水), 수자원 확보 등 종합적 측면을 고려하면 운하의 경제적 가치는 훨씬 더 커진다.
[29] Q|생태계 교란 우려는 과연 없는가?
A|우리의 운하는 하천 수로를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환경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한 터널마저 생태계 교란 행위라고 비난한다면 고속도로 하나라도 건설할 수 있겠는가.
[30] Q|수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수질은 물길 정비를 통해 더욱 개선할 수 있다. 자연을 방치하는 것만이 자연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왼쪽)은 지난해 9월26일 4박5일간의 추석연휴 동안 560km의 한반도 대운하 통과 물길을 자전거로 탐사했다.
A|국가하천을 이용하므로 토지수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민원의 소지보다는 대운하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한목소리로 대운하 계획을 성토하고 있다. 180여 개 환경운동단체가 꾸린 ‘경부운하저지국민행동’은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 측도 “한반도에 운하를 만들면 나라가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운하’는 물류와 개발 편익을 강조하는 개발 중심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는 ‘물길 잇기’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대운하의 기본 구상은 초기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32] Q|대운하가 강을 오염시킬까?
A|한반도대운하연구회 물길연구소는 대규모 하상 준설로 수질을 깨끗하게 하고 수량을 풍부하게 만든 뒤 오염원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한강과 낙동강이 준설로 맑아지면 지금보다 더 맑은 물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보(barrier)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지고 담수화가 진행돼 수질이 악화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