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암봉을 배경으로 서 있는 월남사지 삼층석탑.
전남 강진군은 청자골이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의 80% 이상이 강진에서 생산됐을 정도다. 오늘날에도 강진군에는 188개의 가마터가 남아 있는데, 특히 대구면 사당리는 고려시대 청자 제작기술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의 중심지역이다. 이곳에는 현재 청자박물관이 세워져 있을 뿐만 아니라, 1996년 시작돼 올해로 12회를 맞는 ‘청자문화제’의 행사장이 들어서 있다.
그간 청자문화제는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축제로 평가돼왔다. 실제 문화관광부는 2002년부터 6년 연속 강진군의 청자문화제를 전국 최우수축제로 선정했다. 올해 9월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청자 빚기, 청자 도판 찍기, 고려청자 문양 탁본체험, 청자파편 탑 쌓기, 청자원형 복원하기 등의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또한 명품청자 판매전, 강진 청자가마터 출토유물 특별전, 다산 유물 특별전 같은 전시행사와 인간문화재 김대균의 줄타기, B보이 등의 공연, 그리고 향토음식 경연대회, 웰빙음식 대축제 등의 각종 부대행사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어우러진 청자문화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청자문화제를 참관하기 위해 강진을 찾았다면 숙소는 마량항에 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강진 최대의 어항인 마량항은 감성돔, 참돔, 장어, 농어, 광어, 전복 등의 횟감이 싱싱하고 저렴한 데다 까막섬(천연기념물 제172호), 고금도 같은 섬에 둘러싸여 있어 자연풍광까지 즐길 수 있다.
6월29일 마량항과 고금도 사이의 고금대교가 개통됨으로써 배를 타지 않고도 고금도, 약산도 등의 섬여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해양수산부가 마량항의 두 방파제 주변에 조성한 친수공원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새 명소로 부각했다.
청자문화제가 열리는 대구면 사당리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강진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옹기마을로 유명한 칠량면 봉황리를 지나게 된다. 호수 같은 바다와 그곳에 떠 있는 조각배, 드넓은 갯벌이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 갯마을이다. 700년 전통의 옹기마을로 유명한 이곳은 수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주민이 옹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정윤석 선생만이 고집스레 옹기마을의 명맥을 이을 뿐이다.
정약용이 유배 때 머문 ‘다산초당’ 필수 코스재현된 고려청자에 무늬를 새겨 넣는 도공(사진 위). 강진에 유배된 다산 정약용이 4년을 머물렀다는 사의재. 최근에 복원됐다.
강진에 대해 얘기하자면 다산 정약용을 빼놓을 수 없다. 다산은 1801년, 조카사위인 황사영의 백서사건으로 무려 18년을 강진 땅에 유배됐다. 다산이 강진에 처음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은 ‘대역죄’로 귀양 온 선비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동문(東門) 밖 주막의 노파만이 다산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막의 작은방 한 칸을 내주었다. 그래서 다산은 그곳에 ‘생각, 용모, 언어, 행동을 마땅히 바르게 해야 할 집’이라는 뜻의 ‘사의재(四宜齋)’를 짓고 4년을 지냈다.
오랫동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사의재는 최근 강진군에 의해 완벽하게 복원됐다. 현대에 재현된 건물치고는 제법 예스럽고 운치가 좋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볼 만하다. 게다가 강진군은 이곳을 전통주막으로 운영해 옛적의 풍치를 고스란히 되살릴 계획이다.
강진의 대표명소인 다산초당은 사시사철 언제 누구와 찾아가도 멋스럽고 기분 좋은 장소다. 특히 다산초당과 백련사 간의 만덕산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솔길은 최고의 산책코스이자 문화유적이다. 초당에 머물던 다산이 백련사의 혜장스님과 교류하며 오갔던 이 길에는 최근 ‘해월루’라는 누각이 세워졌다.
강진군 북쪽의 월출산 자락에 자리잡은 ‘무위사’와 ‘월남사지’ 역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명소다. 울창한 동백 숲에 둘러싸인 무위사는 산사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장소다. 게다가 1430년(세종 12년)에 세워진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이 있어 더욱 가치가 빛난다. 그 내부에 그려진 아미타후불벽화, 백의관음도, 석가여래설법도, 오불도, 비천선인도 등의 벽화를 통해 화려하고 섬세한 조선 초기 불교미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월출산 능선의 암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는 월남사지에는 모전석탑(보물 제298호)과 진각국사비(보물 제313호)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고려시대 창건된 월남사는 한때 무위사보다 규모가 큰 대찰이었으나 지금은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백제가람의 전통을 잇는 석탑과 그 주변 민가, 월출산 암봉들이 편안하게 어우러져서 아늑한 풍광을 자아낸다. 그 밖에도 무위사와 월남사지 사이 월출산 남쪽기슭에 조성된 ‘설록차 월출산다원’은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추천일정
| 첫째 날 06:30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톨게이트 통과 → 10:20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서서울톨게이트에서 319km) 통과 → 10:20~10:50 목포IC~영산강하구언(2번 국도)~월평교차로(13번 국도, 나주 방면)~신풍삼거리(좌회전) 등을 경유해 무위사(061-432-4974)에 도착 → 10:50~11:40 무위사 관람 → 11:40~12:20 무위사 인근의 설록차 월출산다원(061-432-5500), 월남사지 구경 → 12:20~12:40 월남사지~월남교(13번 국도)~월평교차로(2번 국도)~흥암교차로 등을 거쳐 강진읍내에 도착 → 12:40~13:40 점심식사(한정식) → 13:40~14:40 강진읍내의 사의재, 영랑 생가 관람 → 14:40~15:00 강진읍내에서 23번 국도(마량 방면)를 타고 대구면 사당리 일대의 강진청자문화제(축제추진위원회 061-430-3191) 행사장에 도착 → 15:00~18:00 강진청자문화제 참관 → 18:00~ 23번 국도를 타고 마량항으로 이동, 숙소에 여장을 푼 뒤 저녁식사(생선회)
둘째 날 06:00~07:00 기상 후 마량항 방파제와 친수공원 산책 → 07:00~08:30 세면 후 아침식사(매운탕이나 전복죽) → 08:30~11:00 강진청자문화제 행사장으로 이동, 청자 관련 체험프로그램에 참여 → 11:00~12:00 23번 국도변의 칠량면 봉황리 칠량옹기(061-433-4943)를 둘러본 뒤 강진읍 목리교에 도착 → 12:00~12:40 점심식사(장어구이정식) → 12:40~13:00 목리~남포마을~덕남리 삼거리(좌회전) 등을 거쳐 백련사(061-432-0837)에 도착 → 13:00~15:30 백련사를 둘러본 뒤 오솔길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이동 → 15:30~16:20 다산초당 주차장~백련사 입구~덕남리 삼거리(우회전)~남포교차로(2번 국도, 목포 방면)~영산강하구언 등을 경유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 진입 | |
여행정보
| 숙박
강진읍에는 뉴프린스모텔(061-433-7400), 벨라지오모텔(061-433-0570) 등 모텔이 많고 마량항에는 테마모텔(061-432-2626), 바다모텔(061-432-8818) 등이 있다. 청자문화제가 열리는 대구면 사당리에서는 황토향(061-433-4919), 도강요(061-434-7788), 백련사와 다산초당 부근에서는 다향소축(061-432-0360), 다산명가(061-433-5555) 등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흥진식당의 한정식 상차림. 맛집
강진에는 전라남도가 남도음식 명가로 지정한 청자골종가집(061-433-1100)과 남도별미집인 흥진식당(061-434-3031), 해태식당(061-434-2486), 명동식당(061-434-2147) 등의 한정식집이 많다. 어느 집에 가도 생선회, 육회, 홍어회, 전복회, 전어밤젓, 갈치속젓, 갈비찜, 굴비구이, 가오리찜, 대합탕, 낙지데침 등의 산해진미를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낸다. 강진읍 외곽의 목리교 옆에 자리한 목리장어센타(061-432-9292)의 장어구이정식은 맛이 일품인 데다 밑반찬도 푸짐하고 값도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마량항에는 남도일번지횟집(061-432-2617), 해태횟집(061-432-2322) 등과 같이 자연산 생선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횟집이 즐비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