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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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지각 스캔들’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3-22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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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들의 ‘지각 스캔들’

    문정혁.

    3월9일 서울 명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9층 강당. MBC 새 드라마 ‘케세라세라’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연출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든 김윤철 PD. 주인공은 톱스타 에릭(문정혁)과 이규한 윤지혜 정유미였다.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3시. 하지만 식이 진행된 뒤에도 에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준비된 예고편 동영상이 끝나고 배우와 감독이 무대에 오르는 순서에도 에릭은 나타나지 않았다. 행사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상황. 어쩔 수 없이 제작진은 식순을 진행하면서 애타게 에릭에게 연락을 취했다. 결국 그는 한 시간이 지난 4시에야 행사장에 도착했다. 제작발표회는 이미 끝나갈 무렵이었다. 헐레벌떡 땀을 닦으며 그가 밝힌 사과 한마디.

    “앞으로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 ‘역시 톱스타는 어쩔 수 없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소속사는 이렇게 해명했다.

    “솔직히 늦잠 자는 바람에 스케줄을 못 맞췄다.”

    에릭의 늦잠으로 150여 명의 관계자들은 민망하고 어색해했다. 그는 회당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톱스타다. 그를 포함한 그룹 ‘신화’ 멤버들의 지각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전언.



    2월15일에는 가수 이효리가 펑크를 냈다. 뮤직드라마 현장 공개와 기자간담회를 갖는 자리. 오후 9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이 뮤직드라마 관련 인터뷰는 사전 예고 없이 무산됐다. 극중 시한부 인생의 가수 역을 맡은 이효리는 이날 디지털싱글에 수록되는 신곡 ‘톡!톡!톡!’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장면을 촬영한 후 기자들과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효리는 촬영을 마친 후 오후 10시30분께까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시간 이효리는 스태프들에게 촬영이 이뤄진 무대에 관한 불만을 제기하는 등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태프에게 짜증내는 소리가 대기실 밖 기자들에게까지 들릴 정도였다. 함께 참석하려던 탤런트 정준호와 이동건은 중간에 끼여 말도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다음 날 소속사와 이효리는 사과를 했지만 역시 이효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효리는 이전에도 지각을 밥 먹듯 했던 ‘전과’가 있다.

    연예인들의 ‘지각 스캔들’

    이효리

    자선행사에서조차 연예인들은 늑장을 부린다. 2월24일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과 자선기금 모금행사에서 연예인들의 ‘느린 움직임’이 예외 없이 포착돼 관계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날 강원도 평창 용평스키장에서 열린 ‘용평컵 U-PLAY 연예인 익스트림 스노우 대회’는 연예인 익스트림팀인 ‘U-PLAY’가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응원하고 자선모금을 하겠다는 취지로 참여한 행사.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50분까지 지정 슬로프에 모여 경기를 시작하겠다던 연예인 선수들은 11시30분까지도 선수 번호발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느릿한’ 행동을 보였다. 행사는 순위에 든 연예인들에게 400만원 상당의 시계와 명품 스노보드 세트, 고급 헬스클럽 연간 회원권 등 푸짐한 상품을 안기며 끝났지만 이미 예정시간을 1시간 30분이나 넘겼다.

    심지어 연예인들은 각종 시상식에 누가 가장 늦게 도착했느냐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다. 늦게 도착할수록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는 미디어의 속성을 계산한 행동이다. 일찍 행사장에 오면 소위 ‘못 나가는 연예인’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다.

    얼마 전 한 제작발표회에 예정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한 관록의 중견배우 임채무는 “아무도 안 왔네. 우리 때는 30분 먼저 도착하고, 끝나면 선배들 가시고 30분 뒤 출발하는 게 기본이었다”는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일부 센스 있는 영화홍보 대행사나 방송사 관계자들은 제작발표회 같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톱 배우들에게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에서 30분 정도 빠르다고 속여 제시간에 오게 하는 꾀를 쓰기도 한다.

    걸핏하면 공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정작 공인 대접을 받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특히 시간엄수는 이미 연예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엄격한 비즈니스의 문제요, 상호신뢰 문제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공식 행사에서 연예인은 등장 자체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쏠리게 마련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 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 데 따른 비난은 연예인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연예인 본인, 그리고 관계자들은 잊어선 안 된다. 이러다가 ‘코리안 타임’이 아니라 ‘연예인 타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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