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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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확인 이벤트, 감동 먹는 부부愛

“역시 당신이 최고야!” 상대 가슴 찡하게 하는 전략적 기획과 연출법

  • 김인옥 건양대 예식산업학과 교수 inokggum@konyang.ac.kr

    입력2007-03-21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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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확인 이벤트, 감동 먹는 부부愛
    예식을 갖추지 않은 웨딩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진다. 추억이 없는 사진이 종이에 얹힌 그림일 뿐인 것처럼. 리마인드 웨딩은 부부 당사자를 위한 것이며, 상대가 바뀐 재혼이 아니다. 올 봄 리마인드 웨딩을 계획 중인 부부들이라면 전략적 기획과 연출로 서로에게 가슴 뜨거운 메시지와 감동을 안겨주자.

    1. SPACE (장소 선택이 열쇠)

    의미 있는 리마인드 웨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식공간. 부부가 처음 만난 커피숍, 자주 갔던 공원이나 카페, 그들만의 여행장소 등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한 공간을 찾도록 한다. 벚꽃이 만개한 봄 들녘이나 여름 바다를 배경으로 해도 좋고, 낙엽 쌓인 공원을 찾거나 눈 내리는 펜션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예전 결혼식을 올렸던 그 예식장을 다시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04년 엄앵란·신성일 부부는 40년 전의 결혼식 장소(워커힐호텔)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했다. 그때 주례 선생님을 다시 모시고, 당시 입었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드레스를 다시 제작해 자녀들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은 그들 부부가 살아온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리마인드 웨딩 장소는 부부만의 의미를 던져주는 핵심적 기능을 하기 때문에 타인을 배제한 부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부는 혼자서 존재할 수 없으므로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근사한 곳으로 정하자. 만약 나라면 그 사람과 첫 키스 하던 곳?



    2. FLOWER DECORATION (웨딩 연출의 진주, 꽃장식)

    꽃장식은 예식공간의 환경을 구성하는 소재다. 따라서 어디에서든 꽃장식을 통해 결혼식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플로리스트는 식장의 크기, 천장 높이, 건물 분위기나 스타일 등에 적합한 플라워 디자인을 구상해 꽃 종류와 크기, 수량을 정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그 꽃을 중심으로 예식공간을 꾸미는 것도 괜찮다.

    리마인드 웨딩의 포컬 포인트(focal point)는 부부가 입장하는 지점과 마주 서서 인사하는 지점이다. 모든 꽃장식은 이 두 지점에 집중되도록 한다. 여기에 곁들여진 조명과 음악은 예식의 엄숙함과 화려함을 한층 살려준다.

    예식에 사용되는 꽃은 아름다우면서 넘치지 않아야 하는데, 보통 예식 꽃장식에 쓰이는 라벤더나 바이올렛은 확 트인 무대에서는 배경 속으로 사라져 잘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약간 크고 대담한 느낌의 꽃들을 섞어 장식하는 게 좋다.양초는 꽃과 잘 어울리는 짝이다. 꽃값이 부담스럽다면 양초 수를 늘려 캔들 웨딩(candle wedding)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색다른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타오르는 촛불 그림자 사이로 비친 배우자의 모습은 그동안 부부로 살아오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신뢰감과 따스함을 안겨줄 것이다.

    사랑 확인 이벤트, 감동 먹는 부부愛

    축가를 여러 사람이 차례로 불러주는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리마인드 웨딩의 장점 중 하나다.

    3. MUSIC SELECTION (웨딩 배리에이션, 음악)

    리마인드 웨딩의 극적 효과는 음악 연출. 굳이 클래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부부가 즐겨 듣는 음악을 배경으로 깔거나 서로에게 자주 불러주던 곡이 있으면 이때 실력 발휘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대중가요를 부를 때는 곡 내용이 예식 분위기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음악은 예식의 성격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예식의 품위와 고결함은 적절한 곡 선택에 있다.

    요즘엔 장중한 클래식 곡들이 다양한 악기로 편곡된 예가 많은데,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따라 악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만약 라이브를 선택한다면 한 악기군(群)으로 다양한 시대의 곡들을 연주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똑같은 스트링(string) 계열의 악기를 선택하더라도 좀더 클래식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원하는 부분에서는 바흐의 곡을 쓰고, 낭만적인 부분인 부부 입장과 퇴장에서는 스트링에 금관 및 목관 악기를 같이 사용해 슈만이나 멘델스존의 곡을 연주하는 식이다.

    부부가 동시 입장할 때는 헨델의 수상음악 전주곡이나 트럼펫 미뉴에트가 좋다. 부부가 상대방에게 전하는 혼인서약 편지글 낭독에서는 바흐의 쳄발로 협주곡 5번(BWV 1056) 2악장 라르고 아리오소(arioso)를 추천한다.

    4. PROCESS (예식다운 예식 위한 웨딩 메뉴, 진행)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예식장에 온 손님들은 이미 식순을 감지하고 있다. 하객들이 관심을 갖는 건 신부가 예쁜지, 신랑이 능력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음식이 맛있는지 정도다.

    하지만 리마인드 웨딩에서는 변화를 주자. 한 번 더 하기로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데, 오래오래 기억될 예식으로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먼저 예식 진행의 윤활유 구실을 하는 사회자를 잘 섭외해야 한다. 사회자는 예식의 흐름을 부드럽게 혹은 엄숙하게도 만든다. 사회자는 부부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부부 다짐의 시간엔 힘차게, 부부를 위한 축시 낭독 때는 부드럽게 내레이션해야 한다.

    부부 본위의 리마인드 웨딩인 만큼 주례 없이 식을 진행해보자.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부부가 동시 입장하되 새로운 출발의 만남을 유도한다. 즉, 남편과 아내는 서로 반대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식이 시작되면 식장 입구 중앙 카펫에서 만나도록 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입장 때 화동을 할 수 있고, 성인이라면 부모를 에스코트해 함께 입장할 수도 있다.

    입장 후 부부는 맞절을 하고 성혼서약을 하게 된다. 각자 준비한 서약의 편지글 낭독은 그동안 부부간에 얽혀 있던 갈등의 고리를 풀어준다. 이 부분에서 부부의 눈가는 촉촉이 젖고, 감동의 메시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부부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면서 그 증표로 반지를 교환한다. 축하 의미로 지인들이 보내온 영상편지가 예식장소 중앙 전면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다. 먼저 양가 부모에게 한 말씀 해준다. 다음으로 형님 내외, 직장동료, 친구, 자녀 등의 순으로 생생한 목소리가 전달된다. 이어 두 사람이 한가족으로 다시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축가 무대가 펼쳐진다. 남녀혼성 중창단의 축가나 남편이 아내에게 전하는 축가, 자녀들이 부모님을 위해 준비한 축가 등 누구든 축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부부는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날을 기념하는 케이크 커팅과 샴페인 축배를 들며 식을 마치게 된다. 대충 이 정도면 리마인드 웨딩으로 손색이 없다.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 식후 공연을 리셉션과 함께 할 수도 있다.

    김인옥 교수는 성신여대에서 한국생활문화사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례 없는 결혼식’‘결혼 10주년 리마인드 웨딩’ 등의 행사를 기획,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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