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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버 세계의 도래
정보통신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시간과 공간,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인간은 사이버 세계에서 과거와 미래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며, 현실의 나와는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사이버 세계에서는 실제 세계와 같은 수준으로 리얼리티를 창조할 수 있으며, 개인의 인성을 구성하는 요소들도 정보가공 기술을 통해 조작하고 변형할 수 있다. 채팅, 온라인 게임, 사이버 쇼핑몰 등에서는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의 자아와 다른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기도 한다. 즉, 전통사회에서는 고정돼 있고 안정적이던 개인의 정체성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유동적이며 조작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가 뒤섞여 존재함으로써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2. 가상공간의 특징과 자아 정체성의 형성
사이버 공간의 특징은 물리적 제한이 없고, 육체적 신원이 존재하지 않으며, 새로운 신원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상공간에서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동시에 개성의 자유로운 표현이나 자아 자체와 자아의 역할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가능하다. 또한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통해 자아실현의 기회가 확대되며, 가상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해 활동함으로써 정서적 교류를 통한 자아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사이버 세계에서의 개인 간 교류는 정서적 교류와 감정적 동질성에 기반을 둔 것으로, 현실 세계에서와는 달리 자유로운 자기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공간의 새로운 자아 형성은 근본적으로 자아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이뤄지는 새로운 자아 형성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동시에 일회적이며 유동적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또 폐기하면서 진정한 ‘나’를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모습은 실체가 아니라 화면 속에서 의도된 방식과 내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일한 정체성에 대한 가정은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신체, 표정, 행동 등의 비언어적 수단은 완전히 빠진 채 오로지 언어를 통해서만 표현된다. 그 결과 다양한 특성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개별적인 특성 하나하나가 마치 그 사람의 정체성인 양 드러나게 된다.
3. 정보화 사회에서 자아 정체성의 위기
사람들이 옷을 바꾸어 입듯이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정체성은 끝 모르는 이미지 안에서 무한히 변형될 수 있다(김혜인). 자신의 모습은 끝없는 변화가 가능하고 유동적이며 일시적이다. 결국 가상공간에서의 자아는 탈(脫)주체화되고 분산된 주체다. 그런데 자아 정체성은 객체로서의 자아와 주체로서의 자아, 즉 타인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를 통해 형성된 자기 자신과,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맞춰가면서 형성된다. 결국 개인은 자기 주변 환경과의 접촉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상공간의 탈주체화되고 분산된 자아는 결국 자아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생각해보기
。건강한 정체성은 세 가지 구성요소(부여된 지위, 주관적 지위, 소망적 지위-편집자 주)가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한다. 세 가지 구성요소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보시오.(2005년 이화여대 수시 1학기)
。다음 (가), (나)의 지문을 읽고 사이버 세계의 유용성(영혼의 자유나 상상의 세계 확장-편집자 주)에 관한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한 후, 이에 대해 가능한 반론을 제시하시오.(2004년 이화여대 논술 예시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