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신경제 정책으로 시작된 인도의 개혁·개방 분위기가 최근 4~5년 사이에 무르익으면서 외국 자본들의 인도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가능한 산업 분야가 늘어나면서 진출하는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인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던 대기업들은 이제 인도에 있는 공장을 제3국을 위한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인도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는 첫째, 10억명에 이르는 엄청난 인구에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의미할 뿐 아니라 값싼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일지라도 노사 문제 등이 격하게 일어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최근 인도 구르가온에 위치한 ‘혼다 모토사이클 앤 스쿠터 인디아’(이하 혼다)에서 일어난 노사분규가 이를 잘 보여준다.
7월 말 인도의 중앙 일간지들은 수도인 뉴델리 근교 구르가온에서 일어난 노사분규와 이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1면에 집중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으로 7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해 인근 병원에 입원했고 약 500명이 연행됐다. 강경진압으로 시위대는 해산됐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 날 일어났다. 입원해 있던 부상자 중 10여명이 밤 사이 사라진 것. 전날 입원을 확인하고 집에 돌아갔다가 다음 날 이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노동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경찰과 대치하며 소동을 빚었다. 아직까지 사라진 노동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하리야나 주정부는 실종자가 없다는 발표만 거듭하고 있다.
일본인 경영진 노동자에게 발길질 ‘도화선’
이 사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인도 공산당이었다. 일반적으로 좌파 계열 정당들이 노동운동에 호의적인 편인데, 혼다에 조직돼 있던 노조가 공산 계열의 전(全)인도 노동조합협회(AITUC) 소속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했다. 인도에는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가진 노조만 12개나 되는데, 대형 노조 대부분은 정당의 일부로 활동한다. 사태 직후 공산당 소속의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같은 공산 계열인 CITU와 AITUC에 소속돼 있는 인근 공장의 노조원들이 동조 시위를 벌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제1여당의 당수이자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 협의체의 의장인 소니아 간디는 시위 노동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뉴델리 자택으로 초대해 직접 위로했다. 혼다 노조가 AITUC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정치적 해결에 도움을 준 것. 공산당은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원의장직을 차지하며 연정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하는 등 문제가 대략 무마되고 있다. 하지만 실종된 부상 노동자들의 생사가 불분명한 실정이라 노사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종잡을 수 없다.
혼다 사태가 주목을 받은 것은 경찰의 개입과 과잉진압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혼다의 노사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노동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의 노조 가입률은 8% 정도로 낮은 편이며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워낙 많은 수의 노조가 활동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결집력도 약한 편. 실제로 노조가 있더라도 설립 이후 단 한 번의 쟁의가 없었던 기업들도 꽤 많다.
이러한 인도 노동계의 현실에서 혼다에서만 심한 노동분규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시민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혼다 노동자가 일본인 경영진에게 심한 발길질을 당했는데 이것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즉 사용자-노동자 간의 이질감에 민족 감정까지 더해 큰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
때문에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혼다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같은 자동차 부문인 현대자동차는 자체 노조가 없는 데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첸나이에 공장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 부문은 노조 가입률이 높고, 산별노조 간의 연계가 강하다는 점에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델리 인근에 공장이 있어 혼다와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다소 긴장한 경우. 이 두 회사도 노조가 없고, 또 전자업계는 자동차 부문에 비해 노조 가입률이 낮으며, 형태도 개별노조 체제가 대세다.
한국 기업들 임금·복지 등에서 우위
사실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 중에서도 중상급 이상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고 현지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인사관리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통근버스, 직장 내 의료 서비스 등은 기본, 근로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초청행사, 가정방문 등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인도 진출 한국 기업들의 인력관리 키워드는 한마디로 ‘감성’이다. 이런 인력관리에 근로자들도 대만족이라고 한다.
LG전자의 TV라인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인드라즈 싱 씨는 “회사는 나와 가족들을 모두 돌봐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 이직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같은 공장에서 감독을 하고 있는 무케시 씨는 “근로자와 관리자 간 만남의 자리가 제도화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가족이나 개인에 관계된 일부터 통근버스 노선이나 라인의 문제점 등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관리자들의 태도에 만족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근로자들이 자체적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회보장, 구내식당, 통근버스, 환경안전 문제 등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또 혼다 사건 이후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내부교육을 강화했다. 앞서 말했듯 혼다 노동자 중 한 명이 일본인 관리자에게 발길질을 당했던 사건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감동시키는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정규, 비정규, 계약직의 구분이 대표적인 예다. 기본급은 물론 여러 가지 혜택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감성’뿐 아니라 ‘구조적’ 차원에서의 개선도 필요하다.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는 첫째, 10억명에 이르는 엄청난 인구에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의미할 뿐 아니라 값싼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일지라도 노사 문제 등이 격하게 일어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최근 인도 구르가온에 위치한 ‘혼다 모토사이클 앤 스쿠터 인디아’(이하 혼다)에서 일어난 노사분규가 이를 잘 보여준다.
7월 말 인도의 중앙 일간지들은 수도인 뉴델리 근교 구르가온에서 일어난 노사분규와 이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1면에 집중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으로 7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해 인근 병원에 입원했고 약 500명이 연행됐다. 강경진압으로 시위대는 해산됐지만 더 큰 문제는 다음 날 일어났다. 입원해 있던 부상자 중 10여명이 밤 사이 사라진 것. 전날 입원을 확인하고 집에 돌아갔다가 다음 날 이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노동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경찰과 대치하며 소동을 빚었다. 아직까지 사라진 노동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하리야나 주정부는 실종자가 없다는 발표만 거듭하고 있다.
일본인 경영진 노동자에게 발길질 ‘도화선’
이 사태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인도 공산당이었다. 일반적으로 좌파 계열 정당들이 노동운동에 호의적인 편인데, 혼다에 조직돼 있던 노조가 공산 계열의 전(全)인도 노동조합협회(AITUC) 소속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했다. 인도에는 전국 단위의 조직을 가진 노조만 12개나 되는데, 대형 노조 대부분은 정당의 일부로 활동한다. 사태 직후 공산당 소속의 국회의원, 정치인들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같은 공산 계열인 CITU와 AITUC에 소속돼 있는 인근 공장의 노조원들이 동조 시위를 벌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제1여당의 당수이자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 협의체의 의장인 소니아 간디는 시위 노동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뉴델리 자택으로 초대해 직접 위로했다. 혼다 노조가 AITUC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정치적 해결에 도움을 준 것. 공산당은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원의장직을 차지하며 연정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힘입어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하는 등 문제가 대략 무마되고 있다. 하지만 실종된 부상 노동자들의 생사가 불분명한 실정이라 노사관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종잡을 수 없다.
혼다 사태가 주목을 받은 것은 경찰의 개입과 과잉진압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혼다의 노사관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노동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의 노조 가입률은 8% 정도로 낮은 편이며 최근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워낙 많은 수의 노조가 활동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결집력도 약한 편. 실제로 노조가 있더라도 설립 이후 단 한 번의 쟁의가 없었던 기업들도 꽤 많다.
이러한 인도 노동계의 현실에서 혼다에서만 심한 노동분규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시민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혼다 노동자가 일본인 경영진에게 심한 발길질을 당했는데 이것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고 한다. 즉 사용자-노동자 간의 이질감에 민족 감정까지 더해 큰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
때문에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혼다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같은 자동차 부문인 현대자동차는 자체 노조가 없는 데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첸나이에 공장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 부문은 노조 가입률이 높고, 산별노조 간의 연계가 강하다는 점에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두 델리 인근에 공장이 있어 혼다와의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다소 긴장한 경우. 이 두 회사도 노조가 없고, 또 전자업계는 자동차 부문에 비해 노조 가입률이 낮으며, 형태도 개별노조 체제가 대세다.
한국 기업들 임금·복지 등에서 우위
사실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 중에서도 중상급 이상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고 현지 업체들과는 차별화된 인사관리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통근버스, 직장 내 의료 서비스 등은 기본, 근로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초청행사, 가정방문 등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인도 진출 한국 기업들의 인력관리 키워드는 한마디로 ‘감성’이다. 이런 인력관리에 근로자들도 대만족이라고 한다.
LG전자의 TV라인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인드라즈 싱 씨는 “회사는 나와 가족들을 모두 돌봐주기 때문에 매우 만족한다. 이직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같은 공장에서 감독을 하고 있는 무케시 씨는 “근로자와 관리자 간 만남의 자리가 제도화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가족이나 개인에 관계된 일부터 통근버스 노선이나 라인의 문제점 등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관리자들의 태도에 만족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근로자들이 자체적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회보장, 구내식당, 통근버스, 환경안전 문제 등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또 혼다 사건 이후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내부교육을 강화했다. 앞서 말했듯 혼다 노동자 중 한 명이 일본인 관리자에게 발길질을 당했던 사건이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들을 감동시키는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정규, 비정규, 계약직의 구분이 대표적인 예다. 기본급은 물론 여러 가지 혜택에서 현저한 차이가 난다. ‘감성’뿐 아니라 ‘구조적’ 차원에서의 개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