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

외국인 성 매매 무조건 한국 남성?

아시아 각국서 ‘섹스 관광’ 주범으로 생각 … 알려진 것 빙산의 일각, 성 착취도 심각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5-11-09 14: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외국인 성 매매 무조건 한국 남성?

    10월31일한국 남성의 아동·청소년 대상 해외 성매매관광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국제 심포지엄.

    오늘날 대부분의 섹스 관광은 호주인, 독일인, 네덜란드인, 미국인, 스웨덴인,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에 의해 이뤄진다.”(The Straits Times)

    “이제 한국은 주요 성 매수국으로 급부상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섹스 관광단’을 만들어 태국과 필리핀, 하와이 등으로 해외 여행을 나선다. 성 매매 알선은 현지 한국인 여행사의 소득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Dr. Mohamed Y. Matter)

    “필리핀 경찰이 ‘매음굴’을 급습해 당시 접대를 받던 일본 및 한국인 사업가들을 적발, 국외로 추방했다.”(Mata Press Service)

    “6월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55세의 한국인 사업가가 열 살 된 소녀를 성 매수하고 포르노 사진을 찍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The Cambodge Soir)

    추악한 일본 기생관광 답습



    세계 언론과 학자의 눈에 비친 ‘추한 한국 남성’의 자화상이다. 1970년대 일본 남성들의 기생관광 피해자였던 한국이 이젠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 성을 사는 나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한국 원양어선 선원들이 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10대 소녀들의 성을 매수해왔고, 그에 따라 ‘코레아’는 ‘매춘’을 연상시키고 성 매매를 한 소녀들을 ‘코레코레아’라고 부른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한국 남성의 해외 성 매수 실태는 어떠한가. 한국 남성의 아동·청소년 대상 해외 성 매매 관광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사)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이하 내일여성센터)의 주최로 10월31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이 단체는 아동의 상업적 성 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연대기구인 ‘ECPAT 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내일여성센터 김경애 이사장은 “아시아 각국에서 한국 남성들은 성 매수자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ECPAT 인터내셔널이 주최하는 국제 회의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우리 대표단에게 우리나라 남성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참 당황했고, 이런 경험들이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ECPAT의 필리핀과 캄보디아 대표단이 발표한 ‘한국 남성들의 해외 성 매매 관광 실태’였다. 돌로레스 알포르테 ECPAT 필리핀 사무국장은 “요즘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 남성은 항상 술집에 가고 언제나 여성을 부른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이 성 매매로 물의를 일으키면 당연히 ‘한국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일본 남성들이 했던 추한 행태들을 이제는 한국 남성들이 답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성 매매 무조건 한국 남성?

    브라질(왼쪽)과 프랑스의 아동 성매매관광 근절 포스터.

    한국인은 필리핀 내 최다 관광객이다. 올해 7월까지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4만7265명으로 미국(4만5076명)과 일본(3만5381명)보다 많다. 또 한류 열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알포르테 사무국장은 “한국의 문화가 필리핀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들이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는 장면들이 은연중에 10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포르테 사무국장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경영하는 거의 모든 술집은 성 매매를 위해 여성 특히 10대 소녀들을 고용한다. 한국인들은 현지에서뿐만 아니라 필리핀 여성들을 한국 내 성 산업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한국인이 성 매매 등에 연루돼 경찰에게 적발, 필리핀 현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은 다음과 같다.

    1) 2004년 8월 세부에서 한국 남성이 ‘안마시술소’라는 간판을 걸고 여종업원을 고용해 매춘 영업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2) 2003년 6월 세부에서 한국인 사업가가 13~15세의 미성년자 6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발됐다.

    3) 2005년 1월 필리핀 연방수사국(NBI)은 결혼을 전제로 필리핀 여성을 한국인 남성에게 팔아넘긴 한국인 6명을 체포했다. 이들의 수법은 혼인을 빙자해 한국인 남성을 필리핀 여성에게 소개해 성 관계를 맺게 하거나 살림을 차릴 수 있게 주선하는 것.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한국인 남성은 기존 여성을 버리고 다른 필리핀 여성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림을 차렸다.

    알포르테 사무국장은 “이런 범죄자들이 경찰이나 검찰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사건을 무마시키며 부패를 조장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성 매매 근절 방안 세워야”

    다음 발제자로 나선 ECPAT 캄보디아의 대표인 친 찬비스나 역시 “한국인 사업가와 관광객들이 성 매매 업체를 많이 찾는다는 것은 캄보디아 지역사회에서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비밀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심포지엄에 참석한 문화관광부 국제관광과 담당자는 “해외 성 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 확인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즉 국내 여행사가 아닌 현지 여행사의 가이드에 의해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일반 패키지 여행이 아닌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접대성 투어는 국내 여행사가 직접 관여한다. 즉 회사 측에서 유흥 접대 등을 여행사에 요구하고 돈을 지불하면, 여행사가 이를 현지 여행사나 유흥업소 등에 건네며 예약을 잡아주는 것이다.

    대다수의 여행사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성 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매매방지법은 ‘속인주의’가 적용돼 해외에서 성 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한국인은 한국에서 처벌받게 돼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성매매방지법 실시 이후 성 접대를 포함한 해외 투어가 급증했다. 하지만 이를 의뢰하는 사람들이나 여행사 모두 해외에서의 성 매매가 우리나라 법에 의해 처벌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증거를 잡기조차 힘든데, 어떻게 적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해외 성 매매 전력자 및 알선업자에 대해서 출입국을 제한한다거나 여권발급 제한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경찰은 물론 외교부, 국정원, 법무부, 문광부 등 관계기관이 협조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성 매매 사건의 실상을 파악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또 여행사에 대한 사전교육은 물론 성 매매를 알선했을 경우 행정처분 등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ECPAT 인터내셔널 관계자들은 “현지 경찰 등에 적발돼 알려진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의 해외 성 착취 실태는 훨씬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우리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 남성의 해외 성 매매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