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홀 시술을 하고 있는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
이 씨처럼 화상 흉터가 있는 사람들은 화상 자체의 고통보다 흉터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가 더 깊다. 특히 흉터가 얼굴이나 목, 팔, 다리 등 옷으로도 가리기 힘든 부위에 있을 경우 고통은 본인이 아니고선 이해하기 힘들 정도. 문제는 화상 흉터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대다수 환자들이 자포자기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오래된 화상 흉터 부위에 레이저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피부의 자연 재생을 유도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2005년 5월21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개최된 ‘열린 유럽피부과학회’에 참가한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팀은 ‘바늘구멍의 원리를 이용한 핀홀법이 화상 흉터의 피부 재건에 뛰어나다’는 내용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흉터 두께 얇아지고 피부 질감도 부드러워져
이 발표에서 강진문 원장팀은 “성인 화상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핀홀법을 시행한 결과, 22명의 환자 중 86.4%인 19명의 화상 흉터가 만족할 만할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이중 9명(40.9%)의 화상 흉터는 50% 이상 나아졌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화상 흉터 부위의 미용적 개선에서는 21명의 환자 중 19명이 ‘치료 후 흉터 부위 피부 질감이 부드러워졌다’고 답했으며, 20명은 흉터 부위가 다른 피부조직 두께와 비슷한 정도까지 ‘얇아지는 효과’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흉터성형술, 피부이식술 등 기존의 화상 흉터 치료의 시술 만족도가 10%에 미치지 못했거나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로 볼 때 ‘매우 고무적’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핀홀법의 등장으로 ‘화상 흉터=불치(不治)’라는 등식이 비로소 깨지게 된 셈.
핀홀법은 피부의 재생능력, 즉 상처가 생기면 스스로 회복하는 인체의 원리를 이용한 치료 방법. 탄산가스레이저로 흉터 부위의 표피부터 진피층까지 수백, 수천 개의 바늘구멍(촘촘한 미세상처, 핀홀)을 내면 화상 흉터 부위의 딱딱하고 비정상적인 섬유조직이 끊어지면서 진피층에 뭉쳐 있는 콜라겐이 유연해지고 피부 표피의 울퉁불퉁한 흉터가 얇아지는 원리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 진피층에는 새로운 콜라겐 조직이 생성되고 혈관이 복원되며, 화상 후 검붉어졌거나 지나치게 하얗게 된 피부가 본래의 색으로 돌아온다. 특히 표피에 뚫어진 구멍은 모공과 비슷하게 보여 정상 피부 같은 미용적 효과를 내 환부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핀홀 시술을 받기 전과 후의 모습(왼쪽부터).
핀홀법은 흉터의 깊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치료가 가능하고, 특히 흉터가 심한 사람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또 절개하거나 꿰매지 않고 레이저만을 이용해 시술하므로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큰 장점. 게다가 화상 흉터뿐 아니라 수술 흉터나 긁힌 자국, 담뱃불 자국 등 흉터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화상 후 6개월 정도가 흘러 상처가 완전히 아문 환자에게만 시술이 가능한 게 흠이라면 흠. 핀홀 시술 뒤 흉터 부위가 붉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흉터가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얼굴에 생긴 붉은 기는 두 달 정도 지나면 가라앉아 본래의 피부색을 되찾게 되고, 그래도 붉은 기가 염려되는 환자의 경우는 핀홀 시술을 할 때 ‘광선 요법인 IPL’을 병행하면 이러한 증상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강 원장은 핀홀법의 경우 시술자의 경험과 기술, 장비 사용의 적정성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시술의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연 깊고 두꺼운 화상도 깨끗이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일까? 연세스타피부과 진료팀은 이에 대해 “환자가 ‘언젠가는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인내심’만 갖고 있다면 ‘예’”라고 답한다.
도움말: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 www.starsk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