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호에 게재된 기사.
6월1일 국방부는 이 기사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보냈는데, 거기에는 ‘이 시설의 건설 재원은 육군 3군사령부의 시설 건설비 예상 집행 잔액이다’와 ‘시설 공사비는 통상 입찰 과정에서 집행 잔액이 발생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국방부는 주간동아가 보도한 대로 올해 예상되는 육군 3군의 시설 건설 재원을 올해가 다 가기도 전에 전용,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을 건설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병사들이 내무반 침상에 40여명씩 모여서 ‘칼잠’을 자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전방의 GOP나 GP에서 밤새 경계근무를 한 병사들은 동이 튼 뒤에야 좁은 막사에 돌아와 잠을 잔다. 한여름날 이러한 막사에 들어가보라. 작열하는 태양으로 후끈 달궈진 막사 안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지독한 땀 냄새를 풍기며 단잠에 취해 있다.
사병 내무반 개선 비용은 턱없이 부족
병사 내무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국방부는 올해 5229억원을 들여 내무반 개선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민간 업자가 자기 돈으로 병영 시설을 지어주면, 국방부는 20년 동안 원리금을 갚는 BTL(Build Transfer Lease)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예산이 부족한데도 육군은 이 시설 등을 짓는 데 써야 할 예산을 적법한 전용 승인 절차도 없이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을 짓는 데 써버렸다. 왜 불법 전용을 한 것일까. 이유는 대통령 시설이 이미 계룡대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육군 총장이 공관으로 사용하는 시설이 평시에는 별장이고, 전시에는 공관으로 쓰일 수 있는 대통령 유숙(留宿) 시설이다. 그러니 대통령 시설 건설을 위해 새로 예산을 올리지 못하고 불법으로 예산을 전용해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은 적법한 승인 절차 없이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관련자들에게 징계 조치를 취해왔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속의 감사원은 물론이고 국방부 소속의 감사관실은 누가 계룡대에 대통령 시설을 짓기 위해 예산의 불법 전용을 지시했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하지 않을까.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에서는 해마다 1400여억원의 불용 예산이 발생한다고 한다. 불용 예산이 이렇게 많다 보니 73억원을 불법 전용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매년 국방부가 이처럼 많은 불용 예산이 발생하도록 예산을 짜는 것은 국민 대의(代議)기관인 국회를 모독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예산 업무를 분석하는 국회의 한 관계자는 “분명히 불용액이 발생하는데, 자료를 요청하면 국방부는 대외비라고 하면서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계룡대에 대통령 별장이 들어서는 곳은 평소 장교들이 야유회 장소로 애용하던 곳이다. 이를 뺏기게 된 이들은 “왜 청남대를 반환하고, 또 육군 총장 공관은 왜 못 비워주고 불법을 저질러가며 이곳에 새 대통령 시설을 짓느냐”며 못마땅해한다. 계룡대에 들어서는 대통령 시설은 두 동이다. 첨단 정보 장비의 감청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호시설을 갖춘 대통령용 건물과 경호원용 숙소.
한 소식통은 “‘대통령용’ 건물을 짓는다는 이유로 불법을 행하고도 이를 조사하지 않고 쉬쉬하는 것은 국민 참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참여정부 코드와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