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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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암울한 두 청춘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4-22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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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도시의 암울한 두 청춘
    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는 장르 호러물이 아니다. 영화는 머리 긴 여자 귀신을 불러오는 대신, 최근 해외에 판매되는 아시아권 영화의 절반 정도가 공유하는 듯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앞날이 캄캄한 대책 없는 두 청춘이 몽유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현대 도시의 구석을 어기적거리는 모습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수건 공장에서 일하는 니무라 유지와 아리타 마모루라는 두 청년이다. 유지는 잠자면서 꿈꾸는 게 유일한 취미이고, 마모루는 집에서 해파리를 한 마리 기르고 있다. 둘 다 야망도 없고 목표도 없으며, 그렇다고 현재를 대단히 즐기는 것도 아니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지루하고 의미 없는 이들의 삶만을 보여줄 것 같던 영화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인해 급전환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지와 마모루의 아버지들로 바뀌고 등장 인물들의 갈등도 변화한다. 아마 기계적으로 공식을 읽는다면 헐어빠진 전파상을 운영하는 현실적인 소시민인 마모루의 아버지가 아들과 아들이 속한 세계를 더듬거리며 이해하려 하는 동안 아들의 친구 유지와 따뜻한 관계를 맺는다는 정도로 흘러갈 듯하다.

    실제로 영화는 그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수로로 휩쓸려간 마모루의 해파리가 도쿄의 강과 개천을 뒤엎는 거대한 해파리 군단으로 성장한다는 걸 잊어준다면.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솔직히 나에게 ‘밝은 미래’가 그리는 세계는 지루하다. 감기약에 취한 듯 따분해 보이는 청년들이 따분하고 산문적인 세계에서 따분하게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아무리 현대 젊은이들의 초상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그냥 따분하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중간 중간에 삽입한 빈정거리는 듯한 농담과 마술적 리얼리즘 역시 그 따분함 속에 묻혀버리는 듯하다. 목숨이라도 걸린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상징적 행동에 매달리는 젊은애들이 이 영화에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래’는 꽤 그럴싸하다. 하려는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고, 과격한 폭력과 무덤덤한 태도를 무성의한 척하며 결합하는 장난은 낡은 유행처럼 보이지만, 해파리 군단과 전파상으로 대표되는 꿈과 현실,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의 충돌에 대한 묘사는 기대 이상으로 입체적이고 역동적이다.

    특히 장르적 관습과 소박한 상식 속에 갇혀 있다가 갑작스럽게 밀려온 초자연적인 혼란 속에 빠지는 마모루 아버지의 모습은 인상적이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체 게바라 갱단의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관객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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