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은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노인네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출소한 비전향장기수들로 대부분 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다. 감독인 김동원은 출소한 비전향장기수 두 명을 처음 만난 1992년부터 그들이 북으로 송환된 2000년까지 그들과 삶을 함께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송환’을 비정치적인 영화로 본다면 그건 모두를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굉장히 정치적인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정치적인 환경에서 벌인 정치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며, 이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역시 그만큼이나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떻게 인권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정치와 분리시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정치’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영화를 본다고 해도, ‘송환’이라는 영화의 의도를 크게 해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척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이기도 하다. 잠시나마 이념과 정치의 장막을 걷어내고 자신의 이념과 믿음,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수십년간 투쟁해온 이 옹고집 영감탱이들을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 별다른 위장 없이 이들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고백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 인간적인 교류의 느낌 때문에 감동적이다.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놀랄 만큼 효율적인 코미디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설 실수들을 하나씩 수정하고 난처해하는 신문기자들의 머리에 만화처럼 땀을 그려넣는 노골적인 장치들도 있지만, 그런 서비스를 뺀다고 해도 ‘송환’의 이야기는 비극보다 희극에 가깝다. 영화는 이들을 고통 속에 밀어넣은 비틀린 역사의 부조리함을 다룬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이 뻣뻣하고 날카로운 긴장관계 속에서 채 풀어지지 않은 사람들의 어색하고 불편한 충돌을 담은 인간희극이기도 하다.
‘송환’은 극장용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입 소문을 통해 조용히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언제나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비디오테이프로 ‘상계동올림픽’(김동원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을 보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이 영화는 7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할 수 있는 모든 관객들에게 열려 있다. 슬픈 일이라면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여전히 대부분 비슷한 현실 인식을 갖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라는 것이겠지만. 김동원 감독이 이 영화를 바쳤던 감독의 아버지와 대부분의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차분한 인간적 대화를 제안하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건 유감스럽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이 영화가 자신을 열어 보이고 싶어하는 진짜 관객들이었을 텐데.
영화 중간 중간에 불만스러운 영감탱이들이 “X 까지 말라고 그래!” 따위의 욕설을 내뱉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송환’을 비정치적인 영화로 본다면 그건 모두를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영화는 굉장히 정치적인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정치적인 환경에서 벌인 정치적인 투쟁에 대한 이야기며, 이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역시 그만큼이나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떻게 인권과 분단이라는 주제를 정치와 분리시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정치’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영화를 본다고 해도, ‘송환’이라는 영화의 의도를 크게 해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척하는 것이 이 영화의 의도이기도 하다. 잠시나마 이념과 정치의 장막을 걷어내고 자신의 이념과 믿음,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수십년간 투쟁해온 이 옹고집 영감탱이들을 옆집 할아버지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 별다른 위장 없이 이들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고백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 인간적인 교류의 느낌 때문에 감동적이다.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놀랄 만큼 효율적인 코미디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설 실수들을 하나씩 수정하고 난처해하는 신문기자들의 머리에 만화처럼 땀을 그려넣는 노골적인 장치들도 있지만, 그런 서비스를 뺀다고 해도 ‘송환’의 이야기는 비극보다 희극에 가깝다. 영화는 이들을 고통 속에 밀어넣은 비틀린 역사의 부조리함을 다룬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이 뻣뻣하고 날카로운 긴장관계 속에서 채 풀어지지 않은 사람들의 어색하고 불편한 충돌을 담은 인간희극이기도 하다.
‘송환’은 극장용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입 소문을 통해 조용히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언제나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지지직거리는 비디오테이프로 ‘상계동올림픽’(김동원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을 보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이 영화는 7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할 수 있는 모든 관객들에게 열려 있다. 슬픈 일이라면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여전히 대부분 비슷한 현실 인식을 갖춘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라는 것이겠지만. 김동원 감독이 이 영화를 바쳤던 감독의 아버지와 대부분의 비전향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차분한 인간적 대화를 제안하는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건 유감스럽다. 그들이야말로 진짜 이 영화가 자신을 열어 보이고 싶어하는 진짜 관객들이었을 텐데.
영화 중간 중간에 불만스러운 영감탱이들이 “X 까지 말라고 그래!” 따위의 욕설을 내뱉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