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의 정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사진은 2002년 가을 국민통합21 입당 기자회견을 하는 김 전 의원(오른쪽).
한때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정몽준 의원을 앞세워 대안 정치세력으로까지 떠올랐던 국민통합21. 그러나 대선 1년이 지난 지금 국민통합21은 국민들 기억에서조차 아련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국민통합21의 핵심인사들이 앞다퉈 ‘가능성’을 찾아 당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였던 신낙균 전 의원이 민주당 복당을 준비 중이고, 사실상 당의 ‘전부’인 정의원조차 ‘더 큰 정당’을 찾아 몸을 움직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는 신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안동선 의원의 복당도 허가했다. 안의원은 국민통합21에 입당하지 않았지만 정의원의 고문으로 3개월간 도운 적이 있어 국민통합21과는 정서적으로 멀지 않은 사이. 최근에는 전성철 전 국민통합21 정책위 의장이 민주당에 입당, 국민통합21 대탈출의 물꼬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관심은 두 사람으로 압축된다. 국민통합21의 간판인 정의원과 그에 못지않은 화제를 몰고 다녔던 김민석 전 의원이 그 주인공.
정의원측 주변에서는 총선을 생각하면 보다 큰 당의 ‘당적’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선 투표일 전날의 잘못된 선택을 기억하는 지역구민(울산 동구)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운동을 벌일 예정인 시민단체들은 이를 빌미로 정의원의 경쟁자를 지원할 수도 있다. 측근들도 “당적을 보유하는 것이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건의하고 있다는 후문. 지난 연말 정의원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 현장을 방문했는데, 당시 그의 한나라 당사 방문을 두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정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구체적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만약 정의원마저 국민통합21을 떠난다면 그날이 곧 국민통합21의 해체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김민석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 미아’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는 민주당 복당을 위해 뛰고 있지만 우호적 인사이든 아니든 한결같이 고개를 저으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인사는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요즘 득표에 도움이 되는 행위라면 뭐든 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의 복당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만 될 뿐 득표 요인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민주당을 떠나 정의원 진영으로 갔지만 안의원이나 신 전 의원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서울시장 후보까지 하는 등 모든 수혜를 받고 탈당한 김민석과 아무도 안 챙겨주다가 나간 신낙균은 다르지 않느냐”며 “같은 날 나갔으나 과오의 양과 질은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인 김 전 의원은 “지도부가 옳은 일을 했는지는 당원들이 평가할 일”이라며 상임중앙위의 입당 유보 결정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총선 출마 여부는 복당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결정을 미루겠다”면서도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