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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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습진’ 최고의 약은 ‘가족 사랑’

  • 홍남수/ 듀오클리닉 원장www.duoclinic.co.kr

    입력2003-07-24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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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습진’ 최고의 약은 ‘가족 사랑’

    주부습진은 손에 물이나 세제 같은 특정한 물질을 자주 묻혔을 때 생기는 피부염이다.

    주부습진에 걸린 주부는 본인의 고통보다 가족들의 반응 때문에 더 괴롭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인데, 가족들의 무관심과 이해 부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손을 쓰지 못하는 갑갑함도 견디기 어렵지만 비협조적인 가족들의 태도는 주부에게 ‘주부이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30대 주부 이모씨는 지난해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주부습진이 심해져 필자를 찾아왔다. 예전에도 제사를 지낸다든가 하면 며칠씩 주부습진 증세로 고생하다 약을 사다 바르면 괜찮아지곤 했는데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기 목욕을 안 시키거나 설거지, 빨래 등 집안일을 안 할 수도 없는 터. 남편은 며칠 도와주다 말고, 시어머니는 그 옛날 세탁기도 더운물도 없던 시절에도 당신은 괜찮았건만 며느리가 참 유별나다고 생각할 뿐이다.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으로 2~3주일만 집안일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깨끗이 나을 주부습진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내내 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주부습진은 여성들의 연약한 손 피부가 물이나 세제 같은 특정한 물질에 자주 접촉해 생기는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이다. 접촉성 피부염 치료의 기본은 그 물질을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주부에게 물이나 세제를 손에 대지 말라고 하는 것만큼 따르기 어려운 주문도 없다. 눈 딱 감고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얼마간 집안이 엉망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 치료가 가능하다. 즉, 가장 좋은 치료는 약을 발라주면서 완치될 때까지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것.

    사정상 집안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설거지나 빨래의 양을 줄이고 가능한 한 한꺼번에 몰아서 한다. 그리고 반드시 고무장갑 속에 면장갑을 끼고 일하고, 일을 끝마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고 유분이 풍부한 크림이나 로션, 연고를 발라줘야 한다.



    주부습진은 주부뿐 아니라 미용사나 요리사, 청소부 등에게서도 직업병으로 잘 발생한다. 또 개인적인 소인도 대단히 중요한데, 피부가 건조하고 아토피성피부염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잘 발생한다. 일단 주부습진이 발병하면 수시로 재발되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부습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을 할 때 맨손으로 하지 말고 고무제품, 향료, 금속 등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직접 닿지 않게 조심한다.

    주부습진을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이나 피곤할 때 손에 물집이 잡히는 한포진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증상이 심할 때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에게 상태를 보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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