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내 사랑 DMZ’의 음악감독 윈포드 에반스(57)의 말이다. 7월12일부터 8월31일까지 서울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오태석이 쓰고 연출한 극단 목화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다. ‘DMZ’라는 이름만으로는 무거운 내용일 것 같지만 공해 없는 청정구역 DMZ를 지키려는 너구리 황소 염소 여우 등 동물들의 발랄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경쾌한 뮤지컬이다.
지난해 서울, 일본 공연에 이어 재공연되는 이 작품은 영국 음악인인 윈포드 에반스를 음악감독으로 초빙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에반스는 ‘프롬스’ 콘서트에 35회나 출연하고 영국 ‘채널4’ 방송에서 5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친 왕년의 명테너. 뮤지컬, 영화 등의 음악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해서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등에 삽입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명성황후’ 런던 공연도 보았죠.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 실력이 대단해요. 이태원 같은 배우는 브로드웨이의 배우들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 사랑 DMZ’는 작은 뮤지컬이지만 웨스트엔드에서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수작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경쾌하게 그린 작품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우은중이 작곡한 음악의 수준도 높다”는 것이 윈포드씨의 ‘내 사랑 DMZ’에 대한 평가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장소인 DMZ는 서양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합창단을 좀더 보강하고 반주를 라이브로 연주할 수 있게 다듬는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 등 전 세계 모든 나라 관객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벨기에서 활동하는 춤꾼 김남진

‘2003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초청된 일곱 명의 무용수 중 최연장자인 김남진은 같은 무대에 선 김용걸, 전은선 등에 비하면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무대에서의 공연이 무려 7년 만이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다 무용에 입문, 경성대 무용과에 입학한 김남진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프랑스 렌느 국립무용단 등에서 7년간 프로 무용수로 생활하다 2001년 벨기에의 현대무용단인 ‘시 드 라 비’로 스카우트되었다.
“서로 인접해 있는 나라지만 벨기에와 프랑스의 춤은 또 다릅니다. 프랑스의 무용단들은 대부분 새로운 춤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죠. 하지만 벨기에에서는 현대무용과 패션 등에서 계속 첨단의 조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무용단마다 색채와 특성이 다르고 새로운 실험도 많이 하죠.”
연극적 색채가 짙은 춤 ‘절반’은 무슨 뜻일까? “제 나이가 올해 서른여섯입니다. 인생을 70으로 보면 꼭 절반을 산 셈이죠. 30대의 혼돈, 채워도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욕망, 자기학대 등을 보여주려 했어요.”
춤 제목처럼 그에게는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듯했다. “2004년이면 현재 몸담고 있는 무용단과의 계약기간이 끝납니다. 이번에는 스위스나 독일의 무용단에 입단해서 또 다른 춤의 경향을 배우고 싶습니다.” 서른여섯, 무용수로는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그는 새로운 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무용에 대한 그의 ‘욕망’이 참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