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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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반전시위 ‘백악관 명물’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3-03-13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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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째 반전시위  ‘백악관 명물’
    스페인 출신의 콘셉션 피시오토씨(59)는 9·11 테러 이후 경비가 한층 삼엄해진 미국 백악관 정문 앞에서 무려 22년째 반전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 그의 최근 관심사는 한국이다. 그의 목에는 “한국은 곧 통일이 됩니다”라고 쓰여진 팻말이 걸려 있다. 어떻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다독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 전 외신에 따르면 그녀가 처음 거리로 나서게 된 계기는 전 남편으로부터 딸의 양육권을 찾아오기 위해서였다. 18세에 혈혈단신 뉴욕으로 건너와 스페인 영사관에서 비서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이탈리아인 사업가와 결혼했으나 딸을 낳은 뒤 20개월 만에 이혼을 당했다. 이후 7년간 딸에 대한 양육권을 얻기 위해 법정싸움을 벌였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마침내 거리로 나서 ‘정의’를 호소하며 억울함을 달랬다. 그러다 다른 시위대와 우정을 나누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공공의 문제로 넓혀갔다. 마침내 레이건 대통령 임기 첫해에 백악관 앞에 자리를 마련해 지금까지 22년을 하루같이 반핵시위를 하고 있는 것. 그는 “지구상에 핵무기가 사라지는 날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현재 그는 관광객들이 쥐어주는 돈과 자원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끼니를 때우고 있고, 팸플릿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눈 덮인 라파예트 공원 앞에 있는 그의 비닐집은 하루빨리 따뜻하고 평화로운 봄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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