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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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실장, 박사학위 따고 눈총받은 사연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12-02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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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경호실장, 박사학위 따고 눈총받은 사연
    안주섭 대통령 경호실장이 재임 기간중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쁜 공직생활 와중에 ‘주경야독’으로 자기계발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직책이 대통령경호실장이라는 점에선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과 함께 경호실장에 취임한 안실장은 99년 초 명지대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해, 지난 8월 논문심사가 통과됨으로써 문학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 지난 3년여간 안실장은 대통령 경호 업무를 총괄 지휘하면서 총 45학점에 이르는 자신의 박사과정 수업, 시험, 연구발표, 논문준비 및 작성을 함께 진행해왔다. 대통령경호실에 따르면 현재 14명의 경호실 요원들이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공직자 학위 취득이 모두 문제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24시간 대통령을 경호해야 할 대통령경호실장이 자신의 박사학위 취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10월 초 예정인 대통령경호실 국감에서 안실장의 학위취득 문제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실장측은 “교수들의 배려로 수업을 청와대의 경호실장실에서 받기도 했다. 수업시간은 경호실장 업무시간이 끝난 뒤였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에 지장을 초래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여년간 청와대경호실에서 근무하고 김영삼 대통령 재임시에 대통령경호실장을 역임했던 박상범씨는 “경호실장에겐 업무시간이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경호원 개개인들에겐 교대시간도 있고 퇴근시간도 있지만 경호 업무 전체를 총괄하는 경호실장에겐 일과시간, 여가시간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부에선 “통상 국내 대학 박사학위의 경우 전적으로 연구활동에만 매달려도 4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안 실장의 경우 상당히 바쁜 직업활동을 수행하면서도 3년 반 만에 학위를 취득했다니 의문스럽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안주섭 경호실장의 지도교수인 명지대 사학과 신천식 교수는 “안실장의 ‘고려-거란 전쟁사 연구’ 논문은 전술적 측면에서 전쟁사를 분석한 독특한 관점이어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손색이 없었다. 논문심사 과정은 공정했다”고 말했다.

    안주섭 실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 국정감사 참석 요구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대통령 경호 업무가 워낙 중요하고 바쁜 일이어서 그 외의 다른 일에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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