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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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용 인공기, 통일 염원하며 만들었지요”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3-08-01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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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용 인공기, 통일 염원하며 만들었지요”
    “처음 제작의뢰를 받았을 땐 많이 망설였습니다.”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쓰일 북한 인공기를 제작, 납품한 협신특수나염 김호경 사장(44)은 최근 얼마간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부산아시안게임 휘장사업 공식선정업체로서 정부 요청을 받아 제작하긴 했지만 인공기의 제작, 사용은 현행 국가보안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범법행위’였기 때문. 그래서 김사장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로부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공문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인공기 제작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장인 모두 6·25 참전 용사인 집안 분위기에서 살다보니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하지만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김사장은 혹시나 인공기가 유출되거나 남의 눈에 띌까 두려워 공장 문을 잠그고 이틀간 밤을 꼬박 새워 12종의 인공기 122장을 제작, 납품했다.

    88올림픽 호돌이 엠블럼의 제작과 월드컵 당시 붉은악마가 사용했던 대형 태극기 제작에 참여한 그도 “인공기 제작 때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제작한 인공기에 대해 북한이 트집이나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김사장도 국기 제작자로서 인공기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혹평한다. “세계 44개국 국기를 제작했지만 이렇게 촌스럽고 단조로운 국기는 처음 봤다”는 게 인공기에 대한 그의 제작 소감이다.



    김사장은 9월7일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사용된 한반도기 300장을 제작하면서 가슴속에 큰 소망 하나를 담았다. 한민족의 웅대한 꿈을 상징하는 진정한 통일국기를 자신의 손으로 꼭 만들고 싶다는 그런 꿈이었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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