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하나. 승용차를 몰고 가던 A씨가 다른 차량 운전자인 B씨를 들이받아 교통사고가 났다. 두 차량 모두 손상을 입었지만, 운전자 A씨는 몸이 멀쩡한 반면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갔다. 이때 A씨는 운이 좋아 불행을 비켜갔고 B씨는 시쳇말로 ‘일진(日辰)이 사나워’ 몸을 다치게 된 걸까.
의문 둘.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전자의 실수로 버스가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이때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모두 그때 사고를 당할 운명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우연에 불과한 걸까.
의문 셋. 사람들은 때때로 어느 특정한 날에 사고를 당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일진이 사납다’는 식으로 흉한 날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든다. 과연 사람에게는 저마다 흉한 날이란 게 있을까.
최근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서 이색 석사논문이 발표됐다. 박효순씨(47)의 ‘교통사고 일진의 명리학적 분석’이 그것. 2001년 9월부터 2002년 4월까지 7개월에 걸쳐 경기도 안산, 시흥, 수원 일대에서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123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고가 난 날의 일진과 당사자의 사주를 분석한 결과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통계학적으로 공통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사고 환자 123명의 사주 분석
“흔히 점술업을 하는 사람들이 ‘사고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느니 무당들이 ‘교통사고로 죽을 운이니 굿을 하라’고 겁을 주면 사람들은 찜찜해하게 마련이다. 과연 사주의 운명구조상 사람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특정한 때가 있는지 학문적 차원에서 추적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흔히 사주풀이 하는 사람들이 경고하는 사고위험 때에는 그다지 큰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경우의 수’에서 사망과 중상 등 대형 교통사고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주는 생년월일시를 60갑자에 대입시켜 팔자(八字)를 풀이한다. 이를테면 2002년 8월2일(양력) 10시30분에 태어난 사람은 임오(壬午)년 정미(丁未)월 임인(壬寅)일 을사(乙巳)시라는 8개의 한자가 자신의 ‘운명 코드’에 해당하고, 사주풀이 하는 사람들은 이를 다시 오행(木 火 土 金 水)으로 일일이 변환시켜 그 운명을 해석한다. 여기서 당사자가 운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오행구조를 누르고 극하거나(相克), 아니면 성질이 전혀 상반되는 기운을 만나 오행의 질서가 깨지면(相沖)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특히 이른바 역마살(驛馬煞·사주팔자 중 寅 申 巳 亥라는 글자가 역마살에 해당함)이 특정한 시기를 만나 상충되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런데 박씨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이론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으로 나왔다. 상극 혹은 상충될 때, 역마살에 나쁜 기운이 몰려올 때 경미한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사주 기운을 지나치게 보태주거나 강하게 해주는 시기를 만났을 때 사망, 뇌사, 후유장애 등의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가 전체 조사자의 60%에 이른다는 것. 예를 들어 자신의 사주가 불기운(火)이 강한 운명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불을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나무 기운(木)을 만났을 경우, 거꾸로 자신의 사주가 불기운이 매우 약한 구조인데 그 약한 불을 억지로 부추기는 불기운의 시기를 만났을 경우 모두 대형사고 위험이 크다는 논리다.
17년간 사주 명리학 공부를 해온 박효순씨 역시 예상과 달리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되자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원광대 조용헌 교수(동양학)는 “기존의 사주 이론이 옛사람들의 문화나 환경 위주로 설명돼 있어서 현대에 적용시킬 경우 그 한계점을 일부 보이고 있는데, 박씨가 밝혀낸 것은 사주를 현대인에 맞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박씨는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들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렸다. 다름 아닌 집단 교통사고의 경우다. 버스라는 공동 운명체에 탄 사람들이 운전자의 실수로 본의 아니게 사고를 당했을 때, 사실 각 개인의 사주풀이로는 사고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 중에는 사고 당시 길운(吉運)인 사람도 있고, 길운은 아니더라도 사고발생의 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가 사고를 당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버스라는 운명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운전자다. 분명한 것은 운전자가 교통사고 흉운에 있을 때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 운명 구조에서 피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운전자의 흉운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한 나라의 지도자나 리더층이 나쁜 운에 있을 경우 국민 전체가 크든 작든 고통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박씨는 이렇게 ‘공동운명’이란 새로운 변수는 앞으로 계속 연구돼야 할 명리학의 과제라고 말한다.
水氣 탓 ‘습도’가 사고에 큰 영향
박씨는 내친김에 기후 요소가 사고 난 날의 일진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해 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습도와 풍속, 온도 순으로 기후가 교통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조사 대상자(123명) 중 사망자가 13명인데, 이중 무려 8명이 습도가 68% 이상의 기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명을 달리했고, 풍속의 경우 초당 1.2~1.6m일 때 사망자와 중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 또 온도가 높을수록 중상 사고가 많은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이런 기후적 요소는 사주학으로 풀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습도를 보자. 사주가 수일(水日)에 출생하고 수의 기운을 강하게 하는 다른 오행들이 편중돼 있을 때 습도라는 또 다른 수기(水氣)가 사주에 영향을 미쳐 사고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비단 수일이 아니더라도 사주가 한랭하게 구성된 사람도 역시 습도가 높을 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단순히 사주의 과학적 근거를 찾는 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일종의 안전관리 이론으로 이용되고 있는 바이오리듬(신체, 감성, 지성리듬)의 경우 신체리듬이 떨어질 때 사고위험이 있다고 예측되는 것처럼, 사주 역시 불의의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일진을 중심으로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를 확률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또 그 예측률에 있어서는 사주 일진이 바이오리듬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25만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만여명이 사망하고 35만여명이 부상하는 교통지옥 국가다. 박씨의 주장처럼 개개인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날을 제시해 주고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는 교육을 편다면 과연 교통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문 둘.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전자의 실수로 버스가 비탈길로 굴러떨어졌다. 이때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모두 그때 사고를 당할 운명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우연에 불과한 걸까.
의문 셋. 사람들은 때때로 어느 특정한 날에 사고를 당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일진이 사납다’는 식으로 흉한 날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든다. 과연 사람에게는 저마다 흉한 날이란 게 있을까.
최근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서 이색 석사논문이 발표됐다. 박효순씨(47)의 ‘교통사고 일진의 명리학적 분석’이 그것. 2001년 9월부터 2002년 4월까지 7개월에 걸쳐 경기도 안산, 시흥, 수원 일대에서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 123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고가 난 날의 일진과 당사자의 사주를 분석한 결과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통계학적으로 공통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사고 환자 123명의 사주 분석
“흔히 점술업을 하는 사람들이 ‘사고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느니 무당들이 ‘교통사고로 죽을 운이니 굿을 하라’고 겁을 주면 사람들은 찜찜해하게 마련이다. 과연 사주의 운명구조상 사람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특정한 때가 있는지 학문적 차원에서 추적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흔히 사주풀이 하는 사람들이 경고하는 사고위험 때에는 그다지 큰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경우의 수’에서 사망과 중상 등 대형 교통사고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주는 생년월일시를 60갑자에 대입시켜 팔자(八字)를 풀이한다. 이를테면 2002년 8월2일(양력) 10시30분에 태어난 사람은 임오(壬午)년 정미(丁未)월 임인(壬寅)일 을사(乙巳)시라는 8개의 한자가 자신의 ‘운명 코드’에 해당하고, 사주풀이 하는 사람들은 이를 다시 오행(木 火 土 金 水)으로 일일이 변환시켜 그 운명을 해석한다. 여기서 당사자가 운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오행구조를 누르고 극하거나(相克), 아니면 성질이 전혀 상반되는 기운을 만나 오행의 질서가 깨지면(相沖)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특히 이른바 역마살(驛馬煞·사주팔자 중 寅 申 巳 亥라는 글자가 역마살에 해당함)이 특정한 시기를 만나 상충되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본다.
그런데 박씨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이론과 상당히 배치되는 것으로 나왔다. 상극 혹은 상충될 때, 역마살에 나쁜 기운이 몰려올 때 경미한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사주 기운을 지나치게 보태주거나 강하게 해주는 시기를 만났을 때 사망, 뇌사, 후유장애 등의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가 전체 조사자의 60%에 이른다는 것. 예를 들어 자신의 사주가 불기운(火)이 강한 운명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불을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나무 기운(木)을 만났을 경우, 거꾸로 자신의 사주가 불기운이 매우 약한 구조인데 그 약한 불을 억지로 부추기는 불기운의 시기를 만났을 경우 모두 대형사고 위험이 크다는 논리다.
17년간 사주 명리학 공부를 해온 박효순씨 역시 예상과 달리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되자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원광대 조용헌 교수(동양학)는 “기존의 사주 이론이 옛사람들의 문화나 환경 위주로 설명돼 있어서 현대에 적용시킬 경우 그 한계점을 일부 보이고 있는데, 박씨가 밝혀낸 것은 사주를 현대인에 맞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박씨는 사주풀이를 하는 사람들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렸다. 다름 아닌 집단 교통사고의 경우다. 버스라는 공동 운명체에 탄 사람들이 운전자의 실수로 본의 아니게 사고를 당했을 때, 사실 각 개인의 사주풀이로는 사고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들 중에는 사고 당시 길운(吉運)인 사람도 있고, 길운은 아니더라도 사고발생의 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모두가 사고를 당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버스라는 운명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운전자다. 분명한 것은 운전자가 교통사고 흉운에 있을 때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 운명 구조에서 피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 역시 운전자의 흉운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한 나라의 지도자나 리더층이 나쁜 운에 있을 경우 국민 전체가 크든 작든 고통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박씨는 이렇게 ‘공동운명’이란 새로운 변수는 앞으로 계속 연구돼야 할 명리학의 과제라고 말한다.
水氣 탓 ‘습도’가 사고에 큰 영향
박씨는 내친김에 기후 요소가 사고 난 날의 일진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해 보았다고 한다. 그 결과 습도와 풍속, 온도 순으로 기후가 교통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조사 대상자(123명) 중 사망자가 13명인데, 이중 무려 8명이 습도가 68% 이상의 기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명을 달리했고, 풍속의 경우 초당 1.2~1.6m일 때 사망자와 중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것. 또 온도가 높을수록 중상 사고가 많은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이런 기후적 요소는 사주학으로 풀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습도를 보자. 사주가 수일(水日)에 출생하고 수의 기운을 강하게 하는 다른 오행들이 편중돼 있을 때 습도라는 또 다른 수기(水氣)가 사주에 영향을 미쳐 사고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비단 수일이 아니더라도 사주가 한랭하게 구성된 사람도 역시 습도가 높을 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단순히 사주의 과학적 근거를 찾는 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일종의 안전관리 이론으로 이용되고 있는 바이오리듬(신체, 감성, 지성리듬)의 경우 신체리듬이 떨어질 때 사고위험이 있다고 예측되는 것처럼, 사주 역시 불의의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일진을 중심으로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시기를 확률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또 그 예측률에 있어서는 사주 일진이 바이오리듬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25만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만여명이 사망하고 35만여명이 부상하는 교통지옥 국가다. 박씨의 주장처럼 개개인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날을 제시해 주고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는 교육을 편다면 과연 교통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