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슈로 비화한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피해 논란… 기준치 수십만 배 중금속 검출

유엔 관계자 오염 실태 현지 점검… ‘공장 폐쇄’ vs ‘생존권 사수’ 지역 여론 팽팽

  • reporterImage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2-09 0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동아DB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동아DB

    “석포제련소는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주변 환경을 오염시켰다. 물론 지금 제련소 주변 대기나 강물을 측정해보면 이렇다 할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오염에 따른 피해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당장 석포제련소를 폐쇄하고 오염된 인근 환경을 정화해야 한다.”(신기선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위원장)

    “과거 석포제련소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인구 2만8500명인 봉화군에서 석포제련소 임직원을 모두 합치면 1000명이 되고, 그들에게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4000명 가까이 된다. 당장 제련소를 폐쇄하면 봉화군뿐 아니라, 인근 태백시 등 지역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박재한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 위원장)

    지역경제 지탱했지만… 환경오염 그림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를 놓고 지역 여론이 찬반으로 맞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측 주장 근거는 모두 ‘생존권’이다. 당장 제련소 운영을 중단한 뒤 지역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환경오염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앞세운다. 반대편에선 일자리 유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절박한 경제적 생존권을 근거로 제련소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영풍그룹이 소유한 아연 생산업체다. 연간 아연 생산량 최대 40만t으로,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하면 세계 4위 규모다. 2024년 기준 재계 순위 32위인 영풍그룹의 핵심 사업체다. 영풍은 1970년 일본 기업과 손잡고 국내 최초 현대식 비철 금속 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설립했다. 당초 석포제련소는 같은 석포면의 연화광산에서 채굴된 아연 광석을 제련했으나, 1990년대 채굴이 중단된 후 수입 아연 정광을 쓰고 있다. 

    반세기 동안 석포제련소는 지역경제를 지탱했지만 환경오염 같은 그림자도 적지 않았다. 자연 상태에서 아연은 주로 황화아연 형태 광물로 존재한다. 이를 순도 높은 아연으로 가공하려면 황과 아연을 분리하는 제련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황산 등 독성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연 생산 공장에선 오염물질이 주변 대기와 토양, 하천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는 설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석포제련소의 경우 오랜 세월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석포제련소가 영남 주민 1300만 명의 상수원인 낙동강 상류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 



    지난해 9월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이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반대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 제공

    지난해 9월 봉화군과 강원 태백시 주민들이 ‘영풍석포제련소 폐쇄 반대 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봉화·태백·석포 생존권 사수 공동투쟁위원회 제공

    영남 1300만 명 상수원 낙동강

    이미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오염은 관계 기관의 조사 결과로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2013∼2022년 대구지방환경청과 경상북도, 봉화군이 55회에 걸쳐 석포제련소 인근 대기·수질·토양·지하수를 점검한 결과, 총 76건의 환경 관계 법령 위반이 적발했다. 환경부 조사에선 영풍 석포제련소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수십만 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19년 환경부 조사 결과 석포제련소 부지 지하수에서 생활용수 기준 대비 최대 33만 배, 인근 낙동강 지표수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120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된 것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1년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 원을 부과했다. 다만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풍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법원은 “고의로 카드뮴 유출을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영풍 측이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서 낸 행정재판 항소심이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련소 인근 주민들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2016년 동국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 용역 보고서를 보면 석포면 주민 7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중 카드뮴과 납 농도가 다른 지역민 평균치보다 높게 측정됐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은 환경오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동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1997∼2023년 석포제련소에서 숨진 근로자는 12명에 이른다. 이들 근로자가 숨진 경위를 보면 황산 탱크로리 전복, 저류조 해체 작업 중 매몰 같은 사고뿐 아니라, 제련 과정에서 카드뮴이나 비소 가스에 노출돼 사망한 산업재해나 환경재해 양상도 띤다. 

    석포제련소 환경피해 논란은 국제사회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피차몬 여판통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위원장이 석포면을 직접 방문해 영풍 석포제련소 오염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에 따른 진정을 제출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진정은 특정 국가 정부나 기업이 연루된 인권침해 문제를 유엔 특별보고관 또는 실무그룹에 알리고 개입을 요청하는 제도다. “영풍제련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산업재해가 노동자와 인근 주민의 건강 및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진정을 낸 신기선 위원장은 2월 4일 전화 통화에서 “지금도 석포제련소 인근 산을 보면 나무들이 벌겋게 죽어 있고, 비가 많이 내리면 오염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석포면 주민 입장에선 당연히 생계가 달린 문제라 제련소 폐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석포제련소를 폐쇄할 경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인근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라면서 “정부가 제련소 폐쇄뿐 아니라, 주민들 일자리, 경제 문제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 나무 등 식생이 죽어 토사가 노출돼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제공

    석포제련소 인근 산에 나무 등 식생이 죽어 토사가 노출돼 있다. 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제공

    “제련소 폐쇄 불가… 환경 단계적 정화해야”

    반면 석포면을 중심으로 봉화군 지역사회에선 경제적 생존권을 근거로 석포제련소 존치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행정구역상 강원도에 속하지만 석포제련소 임직원과 가족의 소비에 의존하는 태백시 주민 상당수도 ‘석포제련소 유지’ 행렬에 동참한 상황이라고 한다. 2월 4일 전화 통화에서 박재한 위원장은 “영풍이 오랫동안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며 주변에 끼친 환경오염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제련소를 폐쇄하는 것은 석포면뿐 아니라 봉화군 전체, 나아가 태백시 등 인근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는 석포제련소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이니 영풍으로 하여금 단계적으로 제련소와 인근 환경을 정화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청와대 참모 13명, 장관 6명이 다주택 보유자 

    ‘셀 코리아’ 외국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 10조 원어치 순매도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