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칼리수는 요로결석을 예방하기는커녕 소화 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산소수와 수소수가 몸에 좋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산소 공급하고 싶다면 심장 튼튼히 해야
산소수 효능을 부르짖는 사람은 산소수에 산소가 아주 많이 녹아 있어 그 물을 마시면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를 보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폐로 숨을 쉬어 산소를 받아들인다. 호흡을 통해 얻는 산소가 필요한 것이지, 위나 소장으로 들어가는 산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물에 산소를 많이 붙잡아두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헨리의 법칙’이라는 기체의 성질이 있다. 기체 용해도는 기체 압력이 높을수록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아무리 고압의 산소를 물에 녹여도 산소수 병뚜껑을 여는 순간 기압은 1로 바뀌고 산소 대부분이 물에서 탈출한다. 콜라 캔을 따면 ‘취이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
또 기체는 액체 온도가 낮을수록 더 잘 녹는다. 차가운 산소수를 마셔도 우리 몸에 들어오는 순간 그 물은 체온에 의해 금방 온도가 높아진다. 결국 산소는 물에서 빠져나온다. 그렇게 위장에 가득 찬 산소는 트림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고 만다.
우리 몸은 적혈구에 산소와 강하게 결합하는 철을 심어두고 이 철을 이용해 산소를 몸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그러니 우리 몸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싶다면 산소수를 사서 마실 게 아니라, 철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빈혈이 생기지 않게 하고, 심장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해 혈액이 온몸을 힘차게 돌도록 해야 한다. 결국 잘 먹고 운동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소수는 어떨까. 수소라는 기체는 산소보다 더 물에 용해되기 힘들다. 수소수 병뚜껑을 여는 순간, 수소는 거의 다 밖으로 빠져나간다. 기체의 단순한 성질만 생각해도 산소수나 수소수를 마심으로써 우리 몸에 담아둘 수 있는 산소와 수소 기체의 양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 중 수소 함량을 높인 환경에 있던 쥐의 뇌 건강이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것이 수소수 열풍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쥐는 입으로 수소수를 마신 것이 아니라 코와 입으로 수소 기체를 계속 흡입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쥐 실험 결과가 사람에게서 그대로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염기성 환경에서 결석 더 잘 생겨
알칼리수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알칼리수의 높은 염기성이 요로결석을 예방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몸에 생기는 결석의 성분은 대부분 칼슘옥살레이트나 인산칼슘이다. 옥살산음이온과 인산음이온이 염기성 환경에서 칼슘을 만나 고체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칼슘옥살레이트와 인산칼슘이다. 염기성 조건에서 결석이 더 잘 생긴다는 얘기다. 알칼리수 효용론자가 요로결석 원인으로 지목하는 요산석은 산성 환경에서 더 잘 생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요산석은 요로결석, 신장결석, 방광결석을 이루는 주성분이 아니다.알칼리수 때문에 소화 불량이 생길 수도 있다. 체내에 흡수된 알칼리수는 보통 위에 있는 위산과 만나 산-염기 중화반응을 일으켜 염기성을 잃는다. 조금 마신 알칼리수는 어차피 위액에 의해 중화돼 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알칼리수를 많이 마시면 이론적으로는 위액의 산성이 모두 중화돼 단백질을 잘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건강하게 마실 수 있고 많이 마셔도 문제없는 물은 중성에 가깝다. 요로결석을 방지하고 싶다면 평범한 물을 많이 마셔서 결석을 녹여 배출하면 된다.
이제 산소수, 수소수, 알칼리수의 효능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넘어가 아까운 돈을 허비하는 이가 없길 바란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평범한 물을 많이 마시고,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끌어올리며, 신선한 과일이나 비타민C 영양제를 잘 챙겨 먹자.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