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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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어디 맞힐까요?”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입력2004-10-15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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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님, 어디 맞힐까요?”
    최근 메이저리그는 뉴욕을 연고로 하는 양키스-메츠의 인터리그 경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이 경기는 서로 다른 리그의 팀이 1년에 몇 차례씩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94년 메이저리그 파업 이후 97년부터 팬들의 흥미를 돋우고자 고안됐다.

    요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현역 최고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와 최고의 포수 마이크 피아자(메츠)의 맞대결이다.

    지난 2000년 인터리그에서 양 선수는 황당한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다. 피아자의 타구가 파울이 된 뒤 방망이가 쪼개져 마운드까지 굴러갔다. 클레멘스가 얌전히 배트를 덕아웃으로 굴려 보냈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그만 왕성한 혈기에 깨진 방망이를 피아자에게 집어던지고 말았다. 클레멘스는 이 사건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언론의 입방아에 한참 시달렸다. 그로부터 2년 만의 만남이니 자연히 클레멘스-피아자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한국에서도 최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5월29일 대구 삼성-SK전. SK 이호준이 삼성 이정호의 공에 왼쪽 팔꿈치를 맞고 격분해 방망이를 마운드로 집어던졌다. 양 팀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몰려나와 한때 그라운드는 충돌 일보직전까지 갔고 문승훈 주심은 이호준에게 곧바로 퇴장을 선언, 벌금 5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의 일. 이날 선발로 나선 삼성 임창용이 8대 2로 크게 앞선 4회 2사서 다시 이호준에게 같은 부위를 맞혀 1루로 내보냈다. 실투일 수도 있었으나 전날 상황에 대한 앙갚음 아니었겠냐는 게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게다가 임창용은 상대팀의 강병철 SK 감독조차 인정하는 ‘깡다구 투수’다. 빈볼 지시에 주저하지 않고 던지는 투수는 강병철 감독의 회고에 따르면 임창용을 포함해 대략 세 명.

    강속구 투수로 유명했던 고 임신근 쌍방울 코치는 빈볼 지시가 나오면 오히려 감독에게 “어디 맞힐까요?”라며 부위를 묻기도 했다. 구대성은 타자가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은 채 배터박스 라인 밖으로 나오면 왼손으로 지시하며 주의를 준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여지없이 공이 날아가기도 했다. 김응룡 삼성 감독이 빈볼 지시를 내린 걸까, 아니면 임창용이 독자적으로 실행한 걸까. 던진 선수와 맞은 타자는 이것을 안다. 이틀 연속 ‘맞은 데 또 맞은’ 이호준은 배트를 두어 번 허공으로 돌린 뒤 꾹 참고, 1루로 묵묵히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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