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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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숨은 공신 ‘23인의 스태프’

코치·통역·의료진 등 ‘선수 그림자’ 활약 … 1년 넘게 합숙하며 ‘신화 창조’ 조연

  • < 구미화 기자 > mhkoo@donga.com

    입력2004-10-14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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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숨은 공신 ‘23인의 스태프’
    23명의 월드컵 대표팀 전력을 최상의 고지에 올려놓기 위해 불철주야 땀 흘린 또 다른 23명의 숨은 일꾼이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마치 전쟁을 준비하듯 필사적으로 한국 축구에 매달려온 이들은 바로 대표팀 스태프.

    이갑진 단장과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우연히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숫자와 동일한 이들 스태프는 대표팀 선수들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 밖에서 묵묵히 일해왔다. 1년 넘게 합숙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한 달이 채 안 될 만큼 자신을 희생하며 애써온 이들이야말로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낸 전사들이다.

    대표팀의 구체적인 훈련계획을 짜고,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핌 베어벡 코치(45)의 몫. 그는 히딩크 감독이 계약할 당시부터 파트너로 동반했고, 선수 교체와 작전 등을 지시할 때 가장 먼저 논의할 정도로 신뢰가 두터운 상대다. 중국 상하이의 선화 에프시와 홍콩축구협회 기술고문을 맡은 바 있어 동양 축구와 인연이 깊은 그는 기자들 사이에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로 통한다.

    대표팀 숨은 공신 ‘23인의 스태프’
    훈련 및 경기일정이 잡히면 훈련장소를 섭외하고 선수를 소집하는 일은 김대업 주무(29)가 맡는다. 대표팀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김씨는 행정적인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 매일 아침 6시 반이면 일어나 훈련준비를 하는 그는 작은 실수가 훈련에 지장을 줄까 염려하며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스트라이커 최용수의 금정초교, 동래고교 선배다. 박지성 김남일 등 젊은 선수들과 친화력이 좋아 코치진조차 알지 못하는 선수들의 속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아무리 부지런한 선수들도 장비담당 윤성원씨(29)와 김현준씨(28)보다 먼저 경기장에 나타나지 못한다. 이들은 항상 선수들보다 20~30분 먼저 축구공, 조끼 등 각종 훈련장비가 가득 든 가방을 둘러메고 경기장에 나오기 때문.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병원에서 간호보조와 조무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윤씨는 방송국 장비팀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진 뒤, ‘축구협회 장비는 방송장비보다 가벼울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축구협회에 입사했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때도 윤씨는 세탁이 필요한 유니폼과 조끼를 세탁실에 넘기고, 바람 빠진 공은 다시 팽팽한 상태로 돌려놓느라 쉴 틈이 없다. 대표팀의 장비를 지원하는 나이키 소속으로 현재 대표팀에 파견 나와 있는 김현준씨가 윤씨를 돕고 있다.



    대표팀 숨은 공신 ‘23인의 스태프’
    핌 베어벡 코치가 전술과 작전을 지휘하고, 감독과 함께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편이라면, 박항서(43) 정해성(44) 코치는 선수들과 직접 몸을 부대끼며 그라운드를 누빈다. 박항서 코치는 167cm의 단신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선수들과 게임을 하는 데 손색이 없고, 특유의 대포알 슈팅은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

    정해성 코치는 수비와 체력강화를 위한 실전 훈련을 지도한다. 늘 선수들과 유니폼을 나눠 입고 게임을 하다 보면 선수만큼이나 부상에 시달린다. 지난 5월9일에는 몸싸움 훈련을 하다 차두리의 어깨에 가슴을 강하게 부딪혀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을 이끌기 위해 얼굴이 붉어지도록 싫은 소리 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기에 폭발이 잦은 활화산 같지만, 그는 냉정한 꾸지람만큼 좋은 약은 없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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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운재 김병지의 그물같 은 수비력은 김현태 골키퍼 코치(41)가 책임지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한 한국 대표팀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는 체력담당 트레이너 레이몬드 베르하이옌(32)의 공이 컸다. 지난 3월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영화배우 톰 행크스를 닮아 ‘검프‘라는 별명을 가졌지만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날이면 숨이 턱에 닿을 때까지 선수들을 뛰게 하기 때문. 하지만 막무가내로 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7명씩 편을 갈라 쿼터제로 게임을 하면서, 점차적으로 게임시간은 늘리고 휴식시간은 줄이는 방식으로 체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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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피지기 백전백승‘ 비디오 분석관 아프신 고트비(37)는 이번 대회를 정보전으로 맞서 개가를 올린 핵심 인력이다. 이란계 미국인으로 전자공학도면서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그는 대표팀의 훈련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담아 분석한다. 경기의 주요 장면과 기술적인 부분, 양팀의 시스템 운영 등 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포착해 분석자료로 만드는 것. 현재 대한축구협회 소속의 신승순씨(30)가 대구 전지훈련부터 동행하며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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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한국 코치 및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전한진 통역(32)은 그림자처럼 히딩크 감독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의 부임 초기에는 이질적인 문화 차이 때문에 마음고생도 많았다. 또 감독과 코치들이 식사시간에 나누는 대화도 놓치지 않고 통역하느라 정작 본인은 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감독과 선수 간의 개인 면담 때도 빠질 수 없는 입장이라 선수들의 비밀까지도 속속들이 알아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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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남아 있는 허진 미디어 담당관(39)은 국내외 언론에 대표팀을 홍보하고, 언론과 히딩크 감독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언론에서 대표팀을 취재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셈이다. 그는 본래 1985년 외무고시를 통과한 외교관으로 1998년 예멘에 근무할 당시 부인 유상옥씨(38)가 외교관 가족 납치사건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근무하는 동안 쌓은 분데스리가(독일),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등 빅리그와 스타플레이어에 관한 해박한 상식은 그가 축구광임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요청으로 외교관인 그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지난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이 끝나고 하루 동안 집에 다녀온 뒤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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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중 또는 경기중에 선수가 쓰러져 힘들어하는 순간 재빠르게 뛰어나오는 의료진이 있다. 대표팀 주치의인 김현철 박사(39)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족부정형외과 전문의. 월드컵을 위해 광주 조선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다 휴직계를 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해 지난해 10월 주치의 공채에 유일하게 원서를 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선수들에 대한 의무기록이 형편없었다”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부위를 다쳤는지, 어떤 식으로 치료가 진행되었는지 등에 관해 체계적이고 정확한 의무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부상을 진단하는 것은 담당 주치의 몫이지만 처방과 치료는 물리치료사가 맡는다. 현재 대표팀의 물리치료사는 아노 필립스(27), 윌코 그리프트(33), 최주영씨(49) 등 세 명. 최주영씨는 1994년 축구협회에 근무하기 전에는 10년 동안 카타르 배구대표팀의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나 병원에서 좀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그가 자식만한 선수들을 돌보고 있는 것은 축구를 좋아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선수들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은 아니지만 푸른 잔디가 좋고,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게 좋아요.” 그는 마치 마약처럼 축구를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외국인 물리치료사 아노 필립스와 윌코 그리프트는 오전에는 그라운드에서 스트레칭을, 오후에는 체육관이나 수영장에서 재활훈련을, 저녁에는 진료실로 옮겨 기본 치료를 하며 치밀하게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한다. 밤 11시가 넘어 한숨 돌리는 듯하지만 히딩크 감독에게 선수들의 상태를 보고해야 하는 의료진 미팅이 남아 있다. 아노 필립스는 1년 동안 우리 선수들과 지내며 한국어를 익히고 통증의 정도를 숫자로 구분해 놓아 선수들과 무난하게 소통할 정도로 한국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훈련장이나 숙소를 찾아다니며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격려하는 팬들 사이에는 마사지사 강훈씨(32)의 이름을 크게 내걸고 응원하는 소녀팬도 있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 12월 결혼한 유부남이다. 그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급여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마사지사 차창일씨(27)도 마찬가지. 이들은 선수들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자정을 넘기기는 예사고 매일 4(5시간씩 팔에 힘을 주고 있어야 할 만큼 고되지만, 훈련 때마다 공과 물을 나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4회 연속 국가대표팀에 소속된 멤버는 홍명보와 황선홍 외에 한 사람이 더 있다. 1988년부터 국가대표팀이 타는 버스를 운전한 이윤우씨(57). 감독과 코치는 여러 차례 바뀌고, 버스도 벌써 네 대째지만 이씨만은 14년을 한결같이 운전석을 지켜온 것. 보약을 나눠 먹을 정도로 대표팀 선수들에게 그는 아버지 같은 존재지만 정작 가족들의 생일은커녕 제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숨은 공신 ‘23인의 스태프’
    23명의 대표팀 스태프 중 유일한 홍일점인 미디어 연락관 이샘씨(21). 이화여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이씨는 지난 4월 한국팀 미디어 연락관으로 뽑힌 뒤 프랑스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대표팀과 동행하게 됐다. 이씨의 역할은 국제미디어센터에 대표팀에 관한 소식을 보고하고, 경기가 끝나면 내외신에 통역서비스를 하는 것. 허진 미디어담당관의 보조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태국과 영국 등에서 외국 생활을 한 덕분에 탁월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천수 최태욱 박지성 등과 동갑내기지만 유상철 선수의 캐릭터 스티커를 휴대폰에 붙여 놓을 만큼 그의 열성팬이다.

    테크니컬 코디네이터로 불리는 얀 룰프스(40)는 히딩크의 개인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암스테르담의 프레이에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텔레비전 해설가로 활동해 온 이론가다. 그에게 테크니컬 코디네이터라는 명칭이 따라붙게 된 것은 그가 기술위원회의 주요 안건을 기술위원이나 코치진과 함께 상의하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김광명 부위원장역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대표팀과 함께 지내고 있어 마치 그림자처럼 대표팀과 24시간을 함께 지내는 공로자들은 모두 23명.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과 코칭스태프, 의료진과 통역 등 스태프 10명은 벤치에 앉아 마음을 졸이고, 나머지 인원은 관람석에 모여 앉아 응원전을 펼칠 만큼 잠시도 선수들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온 국민의 가슴이 터질 듯한 감동을 준 골의 주인공만큼이나 이들 23명의 스태프들의 값진 희생과 노고에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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