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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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만한 개도 그녀 앞에선 ‘애완견’

  •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04-10-15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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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소만한 개도 그녀 앞에선 ‘애완견’
    “준비~ 올라가!”

    앙칼진 명령에 맹인 인도견 레트리버 한 마리가 가파른 장애물로 뛰어오른다.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송아지만한 레트리버가 그의 가슴패기를 파고든다.

    코리아경찰견훈련소(경기도 포천) 홍일점 훈련사 류소영씨(29). 하루 15마리의 개를 훈련시키는 그는 4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식품회사에 취직했지만, “강아지 미용사가 되겠다”는 대학시절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미용학원에 등록한 그는 기대와 달리 곧 싫증을 느꼈다.

    “털 다듬는 일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어요. 다른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개 훈련사인 친구의 남편이 개가 그렇게 좋으면 훈련사 교육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망설임 없이 바로 조련을 배우기 시작해 지난해 3급 훈련사 자격증을 땄지요.”

    류씨가 주로 훈련시키는 개는 경찰견, 맹인인도견, 군견이다. 처음엔 힘 좋은 셰퍼드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체중이 50kg도 되지 않는 그가 힘으로 개를 제압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그런 그가 비로소 개를 다루는 데 눈을 뜨게 된 것은 ‘개를 때리면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치면서부터.



    “절대로 폭력을 써서는 안 돼요. 체벌로 길들여진 개는 맞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 개가 어떻게 군견, 경찰견이 될 수 있겠어요. 가정에서도 체벌보다는 보상으로 개를 길들여야 합니다.” 류씨의 꿈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훈련소장이 되는 것이다. 훈련 도중 개에게 물려 살점이 떨어져나간 것만 수십 차례. 그는 “발목 곳곳에 상처는 훈장일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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