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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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마케팅=월드컵 감동”

기업들 귀빈 접대·경품으로 ‘입장권’ 활용 … 전경련 35개 회원사 130억~140억 지출 추정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4-10-05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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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마케팅=월드컵 감동”
    5월31일 개막하는 2002월드컵 입장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기업은 1만5000장을 구입한 현대자동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국내 판매량의 3%를 넘는 수준이다. 또 한 장에 최고 3억원이 넘는 VIP석인 ‘스카이박스’를 가장 많이 확보한 그룹은 삼성으로, 5장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은 스카이박스 티켓 구입 비용으로만 어림잡아 7억∼8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전경련이 자산 2조원 이상 회원사 35개를 대상으로 월드컵 입장권 구입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내용. 주요 그룹사들을 비롯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월드컵을 이용한 ‘입장권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전경련 35개 회원사가 사들인 총 9만5000장의 입장권은 국내 판매분 전체 물량 47만4000여장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입장권 가격을 평균 10만원 정도로 잡고 별도의 귀빈 접대용 ‘프레스티지 티켓’까지 합칠 경우 이들 기업이 입장권 마케팅을 위해 지출한 금액만도 130억∼14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은 주로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하거나 주요 고객들에 대한 경품 제공 등 마케팅용으로 월드컵 티켓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서는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른 회사들과의 비교를 우려하는 데다 초청 귀빈의 경호문제 등 때문에 사용처에 대한 정보는 극도의 보안에 부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가 1만5000장이나 되는 입장권을 확보한 데는 아무래도 정몽구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활동을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박람회의 한국 유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한국을 소개하는 데 월드컵만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회장의 친동생인 정몽준 월드컵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고문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1000여장의 티켓을 사는 데 그쳤다. 현대중공업은 월드컵 기간 동안 선주사와 그 가족까지 포함한 주요 해외 거래업체 관계자들을 초청한다는 계획.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월드컵조직위원장과 현대중공업 고문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한편 일반석보다 비싼 우대입장권인 프레스티지 티켓, 그중에서도 ‘스카이박스’는 4대 그룹 계열사들이 재계 전체 구매분의 절반 정도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35대 기업이 모두 27장을 구입했는데 이중 삼성이 5장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LG, SK 등이 3장 안팎씩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박스’는 각 경기장마다 경기를 관람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설치되어 식사와 칵테일 등을 즐기면서 주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최고급 별실. 상암경기장에서만 79박스, 지방경기장을 모두 합치면 468박스가 판매되고 있으며, 상암경기장 A등급 20인실의 경우 입장료가 무려 3억4600만원에 이른다.

    월드컵 기간을 귀빈 접대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다. 코카콜라나 다임러크라이슬러 같은 외국계 기업들이 월드컵 기간을 활용해 대규모의 고객 초청 행사를 벌이거나 본사 임원회의 등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AMCHAM) 역시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장을 중심으로 약 100명에게 초청장을 보내놓은 상태.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행사를 국제적인 비즈니스의 무대로 만들려는 기업인들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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