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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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자신감 절정 … 16강 꿈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말하는 한국 축구 “선수들 열린 자세 갖고 빨리 배워 … 수치화할 수 없는 장점 가득”

  • < 정리=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4-10-05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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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자신감 절정 … 16강 꿈이 아니다”
    5월16일 한국이 모처럼 환상적 플레이로 축구 강국인 스코틀랜드를 4대 1로 대파했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래 최다 골을 기록한 경기였다. 월드컵 출전 첫 상대인 폴란드전에 대비, 가상 파트너인 스코틀랜드를 맞이해 한국팀은 마치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선보임으로써 16강 진출의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대표팀 총사령관인 히딩크는 현재의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리는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두었고 이것은 축하할 일이다. 비록 스코틀랜드와의 경기가 100%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몇몇 작은 실수를 제외하고는 큰 실수가 없었고, 전체 선수들이 하나의 단결된 ‘팀’으로 플레이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면이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밸런스다. 이전 한국 축구의 문제는 경기중에 종종 밸런스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미드필드에서 다양한 공격력을 펼칠 수 있는 수비라인의 홍명보를 전진배치해 상대팀에게 큰 당혹감을 안겨주면서, 홍명보의 수비 공백을 이영표에게 메우게 함으로써 밸런스를 이루도록 했다. 또 우리 팀이 공을 빼앗겼을 때 나머지 선수들이 상대방의 두 단계 동작을 예상하고 움직여줄 것을 주문하고 훈련시켰다.

    “체력·자신감 절정 … 16강 꿈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의 커다란 장점은 배우고자 하는 열린 자세를 갖추고 있어 새로운 것을 매우 빠르게 배운다는 점이다. 또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려 하고 이해한다. 나는 이를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유발의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 팀이 보여준 문제점도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에서 한 개의 찬스가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스코틀랜드전에서 우리 팀은 인플레이중에는 위기를 주지 않았지만 세트플레이에서 수비 전술에 문제를 드러내며 실점했다. 월드컵같이 큰 대회에서는 인플레이중에 쉽게 골을 기록하지 못하면 세트플레이가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트플레이시의 수비조직력은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러한 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히딩크의 축구철학은 한마디로 ‘지배(Dominate)와 압박(Press)’이라고 할 수 있다.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쥔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공간과 시간을 상대방보다 선점하고 지배해야 한다. 당연히 체력과 스피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그런 점에서 스코틀랜드와의 시합중 전반과 후반의 경기 내용이 차이를 보인 것에 대해 히딩크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미드필드 압박을 타이트하게 하는 한편, 체력적·전술적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을 때 상대방을 끝장(Killing)내야 하는데, 전반 33분 이후의 플레이는 매우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었고 하프타임 때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 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후반에 교체선수 투입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압도하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히딩크의 이런 철학은 테크니션보다는 체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히딩크는 스코틀랜드전 이후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이번 경기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돼 재기 넘치는 플레이로 2점을 뽑아낸 안정환과 1점을 얻은 윤정환 등 테크니션이 돋보인 선수들의 경우를 보자.

    “그간 안정환을 미드필더로 기용하기 위해 그에게 많은 요구를 해왔다. 해외에서 뛰는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팀전술 적응 및 체력 문제, 부족한 운동량 등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팀에서 미드필더가 해줘야 할 역할들에 대한 요구였다. 그는 문전에서 매우 날카로운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보았듯 최전방 포지션에 배치했을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체력·자신감 절정 … 16강 꿈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우리 팀이 보여준 전체적인 성장 속도에 비해 아쉽게도 안정환과 윤정환은 신체적·전술적으로 그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그들이 지난 몇 주간 최선을 다해 보여준 태도에 만족하고 있으나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러나 어떤 선수가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스타팅 11에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가 속도에 따라 기아 변속을 하듯 팀에는 경기 상황에 따라 4단, 5단 기어의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필요하고 우리 팀에서는 안정환이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본다. 바로 스타팅 11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팀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선수라는 뜻이다.”

    히딩크호는 스코틀랜드와의 경기 이후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상대로 친선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 유럽팀들의 수비가 워낙 거칠어 우리 주전들이 부상할 가능성도 신경 쓰이는 부분. 이에 대해 히딩크는 “비록 유럽 선수들이 수비에서 거칠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100% 집중하면 부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음이 느슨해질 때 다칠 확률이 더 높아진다. 훈련중 선수들이 자기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플레이하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주의를 주는 것은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때 다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히딩크 감독이 평가전에서의 부상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에 대한 자신감에서도 비롯된다. 힘이 떨어지지 않으면 부상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런 면에서 최근 체력측정 결과 대부분의 선수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올랐다는 것.

    아무튼 그간 강력한 ‘파워 프로그램’으로 체력을 다진 23인의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의 꿈에 오를 수 있을까.

    “한국팀은 능력을 믿기보다는 자신감에 포인트를 두고 싶다. 초기에는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맞아 많은 관중 앞에서 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이제는 남들에게 보여주어도 좋을 만한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계속된 훈련과 친선경기를 통해 다진 기량을 경기장에서 한껏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이 가장 큰 발전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우리 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비판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수치화할 수 없는 장점들이 분명히 있다. 우리는 지금 매우 야망적인 팀이 되었고 계속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물론 미래는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기량은 향상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월드컵 이후에도 아시아 축구를 정복할 수 있는 좋은 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히딩크 감독은 16강 진출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표라고도 말한다. 한국 축구팀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만 또한 꿈을 이루겠다는 야망과 자신감이 있다는 게 그의 각오다(이 글 중 히딩크의 발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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