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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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으로 간 노무현의 ‘노란 봉투’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9-30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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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도동으로 간 노무현의 ‘노란 봉투’
    5월1일 상도동을 찾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옛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들고 간 소품은 시계(세이코)였다. “1989년노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이 달래면서 사준 바로 그 시계였다.”(박종웅 의원) 공개는 안 했지만 노후보가 상도동에 들고 간 소품은 하나 더 있었다. 수행비서 가방에 숨겨 간 ‘노란 봉투’였다.

    정치권의 노란 봉투는 통상 항의와 담판, 정치 구상의 전달이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YS가 지난 90년 3당 합당 후 노란 봉투에 자신에 대한 안기부(현 국정원) 사찰 서류를 담아 노태우 대통령과 ‘죽기 살기식’ 담판을 지은 적이 있고, 지난해 9월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공동여당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상도동을 찾았을 때도 정치 구상을 담은 노란 봉투를 들고 갔다. 노후보 역시 노란 봉투 안에 ‘노무현 구상’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과 YS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주축이 될 듯하다.

    우선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상도동 한 관계자는 설명한다. 문재인 변호사, 박종웅 의원, 한이헌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과 한나라당 안상영 후보와의 여론조사 결과가 자세하게 담겨 있었고 이를 근거로 노후보는 YS을 설득했다고 한다. 민주세력 통합과 동서화합에 대한 노후보의 철학과 원칙이 담긴 정계개편 방안도 노란 봉투 속에 담긴 내용물이라고 한다. 노후보는 이 자료를 YS에게 넘기면서 “시간 날 때 검토하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란 봉투가 전달된 이틀 뒤인 5월3일, 이번에는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과 김혁규 경남지사가 YS와 회동했다. 강의원은 상도동에서 오찬을, 김지사와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김지사는 5일에도 YS와 오찬을 했다. 상도동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들이 YS에게 전달한 주요 사항은 노후보가 전달한 노란 봉투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김지사는 YS에게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 공천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중립을 지켜줄 것을 주문했고, 강의원도 YS에게 좀더 신중한 접근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YS는 노후보의 노란 봉투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일단 노란 봉투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후보는 노란 봉투의 ‘내용’을 접고 조만간 자신의 구상을 독자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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