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보다 더 낸 보험료를 왜 돌려주지 않죠? 이런 놀부 심보가 어딨습니까.”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요즘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씨의 불만은 보험공단이 자신에게 당연히 돌려줘야 할 건강보험료 인하분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
김씨는 사업 실패로 지난해 12월 타고 다니던 그랜저 승용차와 32평형 아파트를 팔고 올 3월까지 기다렸지만 보험료는 내려가지 않았다. 지역보험 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자동차 소유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김씨는 공단에 “보험료를 왜 내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공단측 답변은 “매년 11월에 한 번 행정자치부에서 가입자의 재산변동 명세가 통보되기 때문에 각 가입자의 재산감소 내용을 일일이 찾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즉 가입자가 재산변동 증빙서류를 가지고 직접 공단을 찾아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내려줄 수 없다는 게 공단측 입장이다. “2000년 10월에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신고하지 않아도 곧바로 보험료를 올리더니, 보험료를 내릴 때는 본인이 신고해야만 하는 이상한 법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지만 공단측은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더욱 화나고 어리둥절한 대목은 김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실제보다 더 낸 보험료, 즉 자동차·아파트 등 재산 감소에 따라 내려간 보험료 3개월분 20여만원을 “건강보험법상 해당 조항이 없다”며 공단측이 지급불가 판정을 내린 부분이다. 김씨는 “세금도 잘못 계산하면 환불해 주는데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덤터기를 씌우면 되느냐”고 반발했지만 보험공단의 최종 답변은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의 일방적·행정편의적 ‘셈법’으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공단의 이런 이상한 셈법이 보험료 환급거부 사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병의원에 다녀온 횟수를 의미하는 ‘진료일수’를 ‘약 처방일수’와 동일하게 해석해 환자에게 보험상의 진료제한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밖으로는 보험료 카드 수납을 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내부적으로는 카드 수납을 금지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가입자들의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단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혈압과 관절염 때문에 매일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먹는 이순영씨(57)도 공단의 이런 ‘막가파식’ 셈법의 피해자. 이씨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보험료를 연체한 적이 없는 모범 가입자지만 올 7월부터는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올해부터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일수를 1년에 365일로 제한한다고 하는데, ‘진료일수’란 병의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진료받는 일수’가 아니라 약이 처방된 일수를 의미하는 것이더군요. 결국 관절염 약과 고혈압 약을 동시에 먹어야 하는 저 같은 사람은 6개월 동안 약을 먹으면 365일이 넘어가게 되죠. 보험혜택이 제한되는 7월부터는 지금보다 치료비가 3배나 더 들 텐데 큰일입니다.”
이씨의 경우 정형외과 의원에 한 번 가면 한 달치분의 관절염약을, 내과의원에서는 두 달치분의 고혈압약을 처방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하면 진료일수는 모두 합쳐 1년에 18일밖에 안 된다. 그러나 공단측은 약품의 처방일수를 진료일수로 해석해 이씨처럼 두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거나 한 가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다른 질환을 6개월 이상 앓으면 곧바로 보험혜택을 중단한다. 가입자들은 본인부담금(전체 진료비와 약값의 30%)은 물론, 공단에서 병의원·약국으로 지급하는 보험급여(70%)까지 모두 자신이 내야 하는 것.
이씨는 현재 병의원 진료비(처방료 포함)와 약국의 약값을 포함해 한 달에 5만원이면 충분하던 치료비를 올 7월 중순(만성질환자의 경우 진료일수 30일 연장) 이후부터는 매달 16만원 넘게 내야 할 판이다. 그녀의 건강보험료는 한 달에 17만원. 결국 이씨는 자신이 낸 보험료만큼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생돈을 치료비로 들여야 하는 셈.
그렇다면 공단이 이처럼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셈법으로 가입자를 우롱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답은 간단하다. 공단측으로서는 파탄 일보 직전에 놓인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 지난 한 해만 2조4000억원의 적자를 낸 보험공단은 연초 올 한 해 적자를 7600억원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1월과 2월 두 달 동안만 4500억원의 적자를 낸 상태다. 수입은 일정한 상황에서 보험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험공단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것뿐. 그런데 공단은 줄여야 할 불요불급한 지출을 보험 가입자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우석균 정책실장은 “보험혜택을 확대해야 할 만성병이나 장기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게 정부가 오히려 진료를 제한함으로써 막대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보험료 인하분 환급 거부나 진료일수 제한은 정부에만 유리한 계산방식이며 잘못된 제도의 표본”이라고 비판한다.
보험재정 안정에 혈안이 된 건강공단의 이런 얌체 셈법은 보험료 수납에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보험료 카드 수납에 들어간 보험공단은 올 1월4일 전국 각 지역본부에 내려보낸 ‘건강보험료 창구 수납 관련 업무 시달’이란 공문을 통해 ‘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가능한 한 1회 30만원 이상의 장기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만 카드 수납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일반 가입자나 30만원 미만의 체납자에 대해서는 카드 수납을 거부하라는 내용. 공단은 또 이 공문에서 ‘수수료 부담으로 공단의 관리운영비 소요가 크게 증가되는 문제점을 고려해 카드 수납의 전체 지사 확대시행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공단 지역징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험료 카드 납부를 시작한 본래 취지가 장기 체납자에게 보험료 분납 기회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본 취지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일반 가입자의 반발 때문에 현재는 창구에서 원하면 누구나 카드로 수납할 수 있다. 카드 수수료가 연 40억원에 달해 관리운영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사회보험노조 조창호 정책기획실장은 “현재도 특정 회사의 카드만 받음으로써 가입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공단이 이윤을 남겨야 하는 일반 기업도 아닌 상황에서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외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카드 수납에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면 다른 부분에서 불요불급한 부분을 줄여 나가면 될 것”이라고 공단측 주장을 반박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강보험인가?’ 누구나 생각해 보았음직한 이런 질문 속에는 공단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대원칙이 숨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바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공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김씨는 사업 실패로 지난해 12월 타고 다니던 그랜저 승용차와 32평형 아파트를 팔고 올 3월까지 기다렸지만 보험료는 내려가지 않았다. 지역보험 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자동차 소유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김씨는 공단에 “보험료를 왜 내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공단측 답변은 “매년 11월에 한 번 행정자치부에서 가입자의 재산변동 명세가 통보되기 때문에 각 가입자의 재산감소 내용을 일일이 찾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즉 가입자가 재산변동 증빙서류를 가지고 직접 공단을 찾아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내려줄 수 없다는 게 공단측 입장이다. “2000년 10월에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신고하지 않아도 곧바로 보험료를 올리더니, 보험료를 내릴 때는 본인이 신고해야만 하는 이상한 법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지만 공단측은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더욱 화나고 어리둥절한 대목은 김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실제보다 더 낸 보험료, 즉 자동차·아파트 등 재산 감소에 따라 내려간 보험료 3개월분 20여만원을 “건강보험법상 해당 조항이 없다”며 공단측이 지급불가 판정을 내린 부분이다. 김씨는 “세금도 잘못 계산하면 환불해 주는데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덤터기를 씌우면 되느냐”고 반발했지만 보험공단의 최종 답변은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의 일방적·행정편의적 ‘셈법’으로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공단의 이런 이상한 셈법이 보험료 환급거부 사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병의원에 다녀온 횟수를 의미하는 ‘진료일수’를 ‘약 처방일수’와 동일하게 해석해 환자에게 보험상의 진료제한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밖으로는 보험료 카드 수납을 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내부적으로는 카드 수납을 금지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가입자들의 불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단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고혈압과 관절염 때문에 매일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먹는 이순영씨(57)도 공단의 이런 ‘막가파식’ 셈법의 피해자. 이씨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보험료를 연체한 적이 없는 모범 가입자지만 올 7월부터는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혜택을 전혀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올해부터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일수를 1년에 365일로 제한한다고 하는데, ‘진료일수’란 병의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진료받는 일수’가 아니라 약이 처방된 일수를 의미하는 것이더군요. 결국 관절염 약과 고혈압 약을 동시에 먹어야 하는 저 같은 사람은 6개월 동안 약을 먹으면 365일이 넘어가게 되죠. 보험혜택이 제한되는 7월부터는 지금보다 치료비가 3배나 더 들 텐데 큰일입니다.”
이씨의 경우 정형외과 의원에 한 번 가면 한 달치분의 관절염약을, 내과의원에서는 두 달치분의 고혈압약을 처방받기 때문에 말 그대로 하면 진료일수는 모두 합쳐 1년에 18일밖에 안 된다. 그러나 공단측은 약품의 처방일수를 진료일수로 해석해 이씨처럼 두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거나 한 가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다른 질환을 6개월 이상 앓으면 곧바로 보험혜택을 중단한다. 가입자들은 본인부담금(전체 진료비와 약값의 30%)은 물론, 공단에서 병의원·약국으로 지급하는 보험급여(70%)까지 모두 자신이 내야 하는 것.
이씨는 현재 병의원 진료비(처방료 포함)와 약국의 약값을 포함해 한 달에 5만원이면 충분하던 치료비를 올 7월 중순(만성질환자의 경우 진료일수 30일 연장) 이후부터는 매달 16만원 넘게 내야 할 판이다. 그녀의 건강보험료는 한 달에 17만원. 결국 이씨는 자신이 낸 보험료만큼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생돈을 치료비로 들여야 하는 셈.
그렇다면 공단이 이처럼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셈법으로 가입자를 우롱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답은 간단하다. 공단측으로서는 파탄 일보 직전에 놓인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 지난 한 해만 2조4000억원의 적자를 낸 보험공단은 연초 올 한 해 적자를 7600억원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나 1월과 2월 두 달 동안만 4500억원의 적자를 낸 상태다. 수입은 일정한 상황에서 보험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보험공단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것뿐. 그런데 공단은 줄여야 할 불요불급한 지출을 보험 가입자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우석균 정책실장은 “보험혜택을 확대해야 할 만성병이나 장기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에게 정부가 오히려 진료를 제한함으로써 막대한 진료비를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보험료 인하분 환급 거부나 진료일수 제한은 정부에만 유리한 계산방식이며 잘못된 제도의 표본”이라고 비판한다.
보험재정 안정에 혈안이 된 건강공단의 이런 얌체 셈법은 보험료 수납에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보험료 카드 수납에 들어간 보험공단은 올 1월4일 전국 각 지역본부에 내려보낸 ‘건강보험료 창구 수납 관련 업무 시달’이란 공문을 통해 ‘카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가능한 한 1회 30만원 이상의 장기 고액 체납자에 대해서만 카드 수납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일반 가입자나 30만원 미만의 체납자에 대해서는 카드 수납을 거부하라는 내용. 공단은 또 이 공문에서 ‘수수료 부담으로 공단의 관리운영비 소요가 크게 증가되는 문제점을 고려해 카드 수납의 전체 지사 확대시행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혔다.
공단 지역징수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험료 카드 납부를 시작한 본래 취지가 장기 체납자에게 보험료 분납 기회를 주자는 것이기 때문에 본 취지를 살린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공문을 내려보냈지만, 일반 가입자의 반발 때문에 현재는 창구에서 원하면 누구나 카드로 수납할 수 있다. 카드 수수료가 연 40억원에 달해 관리운영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사회보험노조 조창호 정책기획실장은 “현재도 특정 회사의 카드만 받음으로써 가입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공단이 이윤을 남겨야 하는 일반 기업도 아닌 상황에서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외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카드 수납에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면 다른 부분에서 불요불급한 부분을 줄여 나가면 될 것”이라고 공단측 주장을 반박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강보험인가?’ 누구나 생각해 보았음직한 이런 질문 속에는 공단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대원칙이 숨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바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공기관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