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대표 강현두)의 3월12일 주주총회는 예상과 달리 조용히 끝났다. ‘방송 혁명’을 예고하며 3월1일 화려하게 개국한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주총에서 스카이라이프 대주주들은 경영진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의 ‘버티기’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것.
KT와 KBS, MBC 등 스카이라이프 대주주들은 이날 주총 결과에 상관없이 곧 임시 주총을 다시 열어 경영진 보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진 개편이 완전히 무산된 게 아니라 연기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 두 명을 새로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이 가운데 한 명을 부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게 대주주들의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에서 경영진 개편이 무산된 것은 주총에 앞서 3월9, 11일 잇따라 열린 스카이라이프 이사회에서 대주주 쪽의 사퇴 요구를 받은 등기이사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 대주주측은 등기이사 두 명이 퇴진하지 않는 한 이번 주총에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주총은 ‘싱겁게’ 끝난 셈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강현두 사장은 대주주의 뜻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당 이사가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가운데 한 명만 사퇴하고, 사외이사를 한 명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경준 KT 기획조정실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순전히 올 초 KT 임원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이 바뀐 데 따른 후속 인사 차원. KT는 출자회사 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을 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로 파견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이날 주총은 대주주의 ‘뜻’을 경영진을 비롯한 이사진이 거부한 것으로 비쳐져 파문이 예상된다. 상법상 주총에서 선임돼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 감독할 의무가 있는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우에 따라 경영진 개편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경영진이 갈등을 빚게 되는 사태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카이라이프 1대 주주는 지분 18%를 보유한 KT고, KBS(10%)와 MBC(6%)가 2, 3대 주주다.
대주주들의 경영진 개편 논의는 “위성방송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언론의 지적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현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조직 내부 갈등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주주들은 이런 강사장의 약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부사장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파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책사업’ 위성방송에 대해 정부나 스카이라이프측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치논리’에 따라 본방송 개국을 재촉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 관계자들도 “기다려달라”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공보수석실 관계자는 “언론 등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스카이라이프측에 빨리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이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수신기 부족으로 일반 시청자가 방송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과, 74개 TV 채널 중 위성방송에서만 방영하는 채널이 22개에 불과해 3000억원이 들어간 ‘국책사업’이 케이블TV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 없이 개국을 서두르다 보니 ‘볼 것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는’ 이상한 방송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3월5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스카이라이프 개국 기념식에 참석, 수신기 보급 부족 문제를 언급할 정도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총력을 다해 이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3월13일 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취지의 당부를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
물론 위성방송이 파행이라는 지적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2000년 말 위성방송 사업권을 획득한 이래 1년여 만에 본방송을 개시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수신기 부족 문제도 3월20일부터는 하루에 5000대씩 설치가 가능해 점차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하루아침에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항변이다.
스카이라이프의 일부 사외이사들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는 편이다. 현 경영진이 대주주의 뜻에 반해 ‘버티기’로 나서고 있는 것도 사외이사들의 이런 ‘지원’ 때문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정구현 연세대 교수는 “위성방송은 품질(화질 및 음성)과 쌍방향성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콘텐츠 차별화를 지적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사외이사인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주주의 경영진 개편 방침을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송교수는 “대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때는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경영 지표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전제, “각종 경영 지표로 판단해 볼 때 대주주의 경영진 개편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경영 계약상 올해 가입자 목표가 6만명인데,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방송가와 학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의 이런 항변에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 방송가에서는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케이블TV의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측의 항변은 자신의 실책을 호도하려는 태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령 위성방송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송을 하면서 단번에 성과를 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스카이라이프측 주장만 해도 그렇다. 사실은 스카이라이프의 잘못된 마케팅 전략이 그런 조급증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카이라이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입자 모집을 하면서 ‘하늘만큼 좋은 방송’이라고 집중 홍보한 것을 들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외국의 위성방송처럼 스카이라이프도 사업 초기인 만큼 호텔이나 병원, 공공기관, 아파트 지역 등 인구 밀집지역을 먼저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폈더라면 수신기 부족 문제 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스카이라이프 내부에서 KT와 KBS 출신들이 주도권 다툼만 벌일 게 아니라 위성방송 전문가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여름에 폭풍우가 칠 때 방송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 김교수는 “지금이라도 위성방송 운영이나 마케팅, 기술 부문의 외국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위성방송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업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성방송은 영상 등 문화산업과 직결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세계는 정보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그 한 축이 될 위성방송의 성패는 그래서 국가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KT와 KBS, MBC 등 스카이라이프 대주주들은 이날 주총 결과에 상관없이 곧 임시 주총을 다시 열어 경영진 보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진 개편이 완전히 무산된 게 아니라 연기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사 두 명을 새로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이 가운데 한 명을 부사장으로 임명한다는 게 대주주들의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에서 경영진 개편이 무산된 것은 주총에 앞서 3월9, 11일 잇따라 열린 스카이라이프 이사회에서 대주주 쪽의 사퇴 요구를 받은 등기이사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 대주주측은 등기이사 두 명이 퇴진하지 않는 한 이번 주총에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결국 주총은 ‘싱겁게’ 끝난 셈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강현두 사장은 대주주의 뜻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당 이사가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주총에서는 사내이사 가운데 한 명만 사퇴하고, 사외이사를 한 명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경준 KT 기획조정실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은 순전히 올 초 KT 임원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이 바뀐 데 따른 후속 인사 차원. KT는 출자회사 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을 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로 파견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의 이날 주총은 대주주의 ‘뜻’을 경영진을 비롯한 이사진이 거부한 것으로 비쳐져 파문이 예상된다. 상법상 주총에서 선임돼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 감독할 의무가 있는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을 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우에 따라 경영진 개편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경영진이 갈등을 빚게 되는 사태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카이라이프 1대 주주는 지분 18%를 보유한 KT고, KBS(10%)와 MBC(6%)가 2, 3대 주주다.
대주주들의 경영진 개편 논의는 “위성방송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언론의 지적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현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조직 내부 갈등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등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주주들은 이런 강사장의 약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부사장 영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파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국책사업’ 위성방송에 대해 정부나 스카이라이프측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치논리’에 따라 본방송 개국을 재촉해 왔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 관계자들도 “기다려달라”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청와대 공보수석실 관계자는 “언론 등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스카이라이프측에 빨리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말했다.
언론이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수신기 부족으로 일반 시청자가 방송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과, 74개 TV 채널 중 위성방송에서만 방영하는 채널이 22개에 불과해 3000억원이 들어간 ‘국책사업’이 케이블TV 등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철저한 준비 없이 개국을 서두르다 보니 ‘볼 것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는’ 이상한 방송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3월5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스카이라이프 개국 기념식에 참석, 수신기 보급 부족 문제를 언급할 정도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총력을 다해 이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3월13일 정보통신부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취지의 당부를 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
물론 위성방송이 파행이라는 지적에 대해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2000년 말 위성방송 사업권을 획득한 이래 1년여 만에 본방송을 개시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수신기 부족 문제도 3월20일부터는 하루에 5000대씩 설치가 가능해 점차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데다 하루아침에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항변이다.
스카이라이프의 일부 사외이사들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는 편이다. 현 경영진이 대주주의 뜻에 반해 ‘버티기’로 나서고 있는 것도 사외이사들의 이런 ‘지원’ 때문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정구현 연세대 교수는 “위성방송은 품질(화질 및 음성)과 쌍방향성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콘텐츠 차별화를 지적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사외이사인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주주의 경영진 개편 방침을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송교수는 “대주주가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때는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경영 지표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전제, “각종 경영 지표로 판단해 볼 때 대주주의 경영진 개편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령 경영 계약상 올해 가입자 목표가 6만명인데, 이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방송가와 학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의 이런 항변에 공감하지 않는 편이다. 방송가에서는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케이블TV의 실패 사례가 떠오른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측의 항변은 자신의 실책을 호도하려는 태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령 위성방송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송을 하면서 단번에 성과를 내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스카이라이프측 주장만 해도 그렇다. 사실은 스카이라이프의 잘못된 마케팅 전략이 그런 조급증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스카이라이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입자 모집을 하면서 ‘하늘만큼 좋은 방송’이라고 집중 홍보한 것을 들었다. 전북대 김승수 교수는 “외국의 위성방송처럼 스카이라이프도 사업 초기인 만큼 호텔이나 병원, 공공기관, 아파트 지역 등 인구 밀집지역을 먼저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폈더라면 수신기 부족 문제 등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스카이라이프 내부에서 KT와 KBS 출신들이 주도권 다툼만 벌일 게 아니라 위성방송 전문가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여름에 폭풍우가 칠 때 방송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 김교수는 “지금이라도 위성방송 운영이나 마케팅, 기술 부문의 외국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위성방송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업자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성방송은 영상 등 문화산업과 직결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세계는 정보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그 한 축이 될 위성방송의 성패는 그래서 국가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