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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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생활 ‘제로섬’? … 노! ‘윈윈’ 게임!!

직장과 자신, 가족의 균형 맞춘 3인의 성공 스토리 … “빡빡하게 몰지 말고 즐겨라”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4-10-22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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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카콜라사의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은 2000년 신년사에서 인생을 공중에서 5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에 비유 했다. “각각의 공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이다. 우리는 각자 이 5개의 공을 공중에서 돌리고 있다. 조만간 당신은,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떨어뜨리더라도 바로 튀어오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4개의 공은 유리로 되어 있다. 이중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공들은 상처 입고, 긁히고, 깨지고 흩어져버려 다시는 전과 같이 될 수 없다. 인생에서 이 5개의 공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과연 5개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제대로 돌리고 있는가.
    일과 사생활 ‘제로섬’? … 노! ‘윈윈’ 게임!!
    김 순 응 ㈜서울옥션 대표

    취미가 직업으로 제2 인생 힘찬 출발

    1978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하나은행을 퇴직하기까지 김순응씨(49)는 꼬박 23년을 금융권에 몸담았다. 그 사이 그림 감상 취미를 살려 ‘컬렉터’라는 또 하나의 직함을 얻었고 지난해 4월 ㈜서울옥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80년대부터 그림을 모았습니다. 좋아하면 소유하고 싶어지죠. 컬렉션에는 감정적 측면과 재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냥 그림이 좋아 샀더라도 좋은 작품은 훗날 가치가 더해지게 마련이니 안정적인 투자처입니다. 피카소는 ‘아트는 돈이다’고 했잖아요. 금융업과 미술품 컬렉션은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림에 빠졌을 때 주말마다 전시장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화가와 평론가, 화상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는 미술품 경매에 푹 빠졌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가 열리면 하루종일 머물면서 물건도 구경하고 사람도 사귀었다.



    그는 어떤 취미라도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본다. 스키를 배울 때는 11월 개장부터 식목일 폐장까지 주말마다 스키장을 찾는 스키광이었다. 스키 점핑을 즐기다 무릎에 무리가 생겨 2년 전부터 스노보드로 바꿨다. 싱가포르 근무 때 새로 얻은 취미가 승마다. “폴로게임을 해보고 싶었는데 자유자재로 말을 타야 자격을 준다는군요. 승마는 심심풀이가 아니라 한국에 가면 교관을 하자는 목표로 열심히 배웠습니다. 싱가포르는 국토가 좁아 5분 거리면 승마장, 스킨스쿠버 사이트에 갈 수 있어요. 마음이 문제죠. 새벽에 승마를 하고 샤워한 후 출근하는 일이 가능해요.” 김사장은 “뭐든지 적당히 좋아하지 말고 정말 좋아하라”고 말한다. “시간과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열정이 부족한 겁니다. 그림이 비싸다고만 생각하는데 저는 500만원에 산 장욱진 그림도 있어요. 눈만 밝고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죠.”

    그의 열정과 관련한 또 다른 일화 하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아내의 권유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그는 기왕이면 제대로 하자고 결심했고, 노래에 자신이 있어 성가대를 자원했다. 그는 한때 성악도를 꿈꿀 만큼 멋진 베이스바리톤의 음색을 지녔는데 신앙생활도 하고 천상의 화음도 즐겼으니 그만한 취미생활이 없더라고. 서울옥션으로 옮긴 후 전 직장에 비해 월급도 적고 기사 딸린 차와 비서도 없지만 그는 행복하다. 드디어 은퇴 없는 평생직업을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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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자 종 ㈜와이디웨딩 이사

    꿈꾸던 일 하고 사는 당당한 ‘투잡스’

    선물 마감일이어서 정신이 없네요.” 아직도 상기된 표정의 구자종씨(35)는 두 개의 명함을 내밀었다. 동원증권 영업부 차장과 국제결혼 알선업체 ㈜와이디웨딩 기획관리이사. 그는 두 가지 일을 가진 ‘투잡스(Two Jobs)족’이다. 처음부터 당당히 투잡스를 선언했다.

    “퇴근 후 부서 회식이나 돌잔치 등 사적인 모임 때마다 핑계 대는 게 싫어 솔직히 이야기했어요. 투잡스를 반길 회사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막을 일도 아니라고 봐요. 증권영업은 8시에 출근해 3시까지 쉬지 않죠. 점심도 샌드위치 같은 것으로 간단히 때우니까요. 잠시도 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3시 반에 퇴근하면 그때부터 개인적으로 투자를 연구하거나 인맥을 관리합니다. 그때 저는 ㈜와이디웨딩(www.ydwedding.co.kr)으로 출근하죠.”

    그는 93년 1월 동원증권에 입사해 한 번도 직장을 옮기지 않은 붙박이다. 대신 취미생활에 몰두했다. 넷츠고 영화만들기 동호회에서 배우 겸 연출가로 활동했는데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로 ‘존재와 그 후’가 있다.

    “증권맨은 마흔이 고비죠. 아무래도 뉴스와 정보 해석능력이 떨어지거든요. 예를 들어 벤처기업 주가 뜰 때 어떤 것이 되고 안 되는지 빨리 분석해내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의 감이 빠르죠. 그래서 증권맨들은 항상 머릿속에 제2의 인생을 그립니다.”

    남들은 머릿속으로만 그리는 일을 그는 실행했다. 와이디웨딩은 지난해 여름 TV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회사였다. 평소 우즈베키스탄과의 무역을 계획하던 그는,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한국 남성 간의 국제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와이디웨딩의 김응주 사장과 손을 잡았다. 일종의 지분투자를 한 것. 한국에 진출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여성들의 인권문제도 관심을 갖고, 구소련 국가와 무역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등 업무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지만 꿈꾸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는 뿌듯함으로 그는 오늘도 두 직장을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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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미 라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부사장

    엄마도 사람, 가족과 짐을 나눠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생활이 다 그러려니 하지만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박미라 부사장(38)이 들려주는 사연은 기가 막히다. 큰딸 희경이가 여섯 살 무렵 박씨는 일에 몰두하다 퇴근시간을 놓쳤다. 아이는 어린이집 차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와 초인종을 누르는데, 엄마가 없으면 5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헤매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의 아찔함이란. 그 후 자신은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한계를 빨리 인정하니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찾게 되더라고. 혈육의 도움에 집착하지 말고 좋은 탁아모(혹은 탁아소) 찾아 삼천지교를 하는 쪽이 현명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자생력을 믿어라. 일곱 살쯤 되면 맞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집에 들어오고 밥 챙겨 먹는 것이 가능하다. 왜 안 된다고만 할까.

    박부사장은 일하는 여성의 제1원칙을 ‘따로 또 같이’라고 했다. 부부가 각자 행복하지 않으면 가족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 “육아는 우리 모두의 문제예요. 한 사회가 가족에게 준 짐을 여자 혼자 질 필요는 없어요. 이상하게도 직장에서는 ‘칼퇴근’을 고집해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가족들 신세는 절대 지지 않으려는 여자들이 있어요. 직장에 다니다 보면 퇴근시간 후에 해야 할 일도 생기는 법이죠. 그것 역시 똑같이 나눠야 합니다.”

    남자들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때 맞벌이 주부는 하루하루 전투 치르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이 시원스럽다. “그들은 취미를 얻었지만 우리는 ‘득도’를 하잖아요?” 박부사장은 안 그래도 빡빡한 삶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그 상태 그대로 즐기라고 조언했다.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데 다음 인생을 준비하라는 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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