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분명 새로운 충격이었다. 고전예술의 정화인 발레를 통해 이처럼 농밀한 사랑의 감흥에 취할 수 있다는 것. 1월30, 31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내한공연에서 강수진의 춤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카멜리아의 여인’이라는 작품 자체였다.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3막 발레로 만든 이 작품은 1978년 함부르크 발레단의 존 노이마이어가 처음 발표한 후, 1998년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의해 20년 만에 부활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소나타 3번, 왈츠 등을 발레음악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나 극중극 ‘마농’을 통해 고급 창부인 여주인공 마르그리트와 마농의 운명을 오버랩한 점, 그리고 3막에 등장하는 과감한 러브신 등 모든 면에서 ‘카멜리아의 여인’은 새로웠다.
높은 도약과 고난이도의 회전 등 기교만 강조되는 러시아 스타일의 발레에 비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고상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기교 면에서는 볼쇼이나 키로프 등 과거 서울 무대에 섰던 러시아 발레단들보다 처졌지만 예술성은 세계 어느 발레단에 비해도 뒤지지 않았다. 군무 무용수들까지 고른 기교를 보여주었고 무대진행 역시 안정감이 돋보였다.
자리 못 뜨고 10여 차례 커튼콜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카멜리아의 여인’의 보석은 강수진이었다. 강수진이 연기한 마르그리트는 막 물오른 버들가지같이 가녀린 여인이 아니라 사랑을 갈망하는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귀족청년 아르망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장래를 위해 아르망의 곁을 떠나 병으로 죽는다. 전 3막인 이 작품에서 막마다 마르그리트의 성격은 달라진다. 1막에서는 사치스러운 고급 창부를, 2막에서는 사랑의 기쁨에 눈뜨는 순수함을, 그리고 3막에서는 관능과 죽음을 동시에 표출해야 한다.
마르그리트는 마치 강수진을 위해 태어난 역 같았다. 1막에서 한껏 도도함을 뽐내던 강수진과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르망 역의 로버트 튜슬리는 2막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추는 2막의 파드되에서 강수진은 마치 사랑의 여신 같았다. 시종 연약하게만 보이던 튜슬리는 중력의 저항을 받지 않는 듯 강수진을 가볍게 들어올렸고 두 사람의 하모니는 그 순간 극장을 영원의 감동 속으로 이끌어가는 듯했다.
발레 안무가인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의 말을 빌리면 강수진의 마르그리트는 “하나하나의 표현이 더없이 섬세했으며 약한 듯하지만 강했다.” 강수진의 강점으로 꼽히는 뛰어난 표현력 역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무대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강수진은 돋보였다. 다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무대가 발레를 공연하기에는 너무 컸다는 점이 옥의 티였다.
2시간40분의 공연 동안 박수조차 치지 못하고 숨죽였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폭풍 같은 환호를 보냈다.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관객들은 열 번이 넘는 커튼콜을 보내며 좀체 자리를 뜨지 못했다. 모두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보여준 꿈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던 걸까. 흔히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는 ‘에투알’(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이라고 불린다. 강수진이 도달한 예술적 성취가 서울 무대에서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
높은 도약과 고난이도의 회전 등 기교만 강조되는 러시아 스타일의 발레에 비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고상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기교 면에서는 볼쇼이나 키로프 등 과거 서울 무대에 섰던 러시아 발레단들보다 처졌지만 예술성은 세계 어느 발레단에 비해도 뒤지지 않았다. 군무 무용수들까지 고른 기교를 보여주었고 무대진행 역시 안정감이 돋보였다.
자리 못 뜨고 10여 차례 커튼콜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카멜리아의 여인’의 보석은 강수진이었다. 강수진이 연기한 마르그리트는 막 물오른 버들가지같이 가녀린 여인이 아니라 사랑을 갈망하는 성숙하고 농염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귀족청년 아르망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의 장래를 위해 아르망의 곁을 떠나 병으로 죽는다. 전 3막인 이 작품에서 막마다 마르그리트의 성격은 달라진다. 1막에서는 사치스러운 고급 창부를, 2막에서는 사랑의 기쁨에 눈뜨는 순수함을, 그리고 3막에서는 관능과 죽음을 동시에 표출해야 한다.
마르그리트는 마치 강수진을 위해 태어난 역 같았다. 1막에서 한껏 도도함을 뽐내던 강수진과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르망 역의 로버트 튜슬리는 2막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추는 2막의 파드되에서 강수진은 마치 사랑의 여신 같았다. 시종 연약하게만 보이던 튜슬리는 중력의 저항을 받지 않는 듯 강수진을 가볍게 들어올렸고 두 사람의 하모니는 그 순간 극장을 영원의 감동 속으로 이끌어가는 듯했다.
발레 안무가인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의 말을 빌리면 강수진의 마르그리트는 “하나하나의 표현이 더없이 섬세했으며 약한 듯하지만 강했다.” 강수진의 강점으로 꼽히는 뛰어난 표현력 역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무대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강수진은 돋보였다. 다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무대가 발레를 공연하기에는 너무 컸다는 점이 옥의 티였다.
2시간40분의 공연 동안 박수조차 치지 못하고 숨죽였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자 폭풍 같은 환호를 보냈다.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관객들은 열 번이 넘는 커튼콜을 보내며 좀체 자리를 뜨지 못했다. 모두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보여준 꿈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던 걸까. 흔히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는 ‘에투알’(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이라고 불린다. 강수진이 도달한 예술적 성취가 서울 무대에서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