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시즌 마감 직전 일곱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콘서트 사냥에 나선 이승환이 지난 12년간 차곡차곡 세워온 성곽은 이제 요새처럼 공고하다. 그의 위상은 한국 대중음악의 영광과 환멸의 극단적인 두 꼭지점을 가로지르며 길게 펼쳐져 있다.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폭풍이 일던 시절, 당시의 트렌드였던 ‘얼굴 없는 가수’로 등장해 오로지 음악의 호소력으로 단번에 교두보를 완성한 후 그는 단 한번의 실족도 없이 주류의 벙커를 굳건히 지켰다.
이승환의 주력 언어는 발라드지만 그는 이 전가의 보도에 매몰되지 않고 종합적인 완성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라이브 공간을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의 채널로 규정함으로써 쉽게 조로하고 마는 90년대 스타덤이 스스로 자초한 숙명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요컨대 그의 앨범에는 조용필과 김현식의 대조적 뮤지션십이 기묘하게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서태지와 신해철, 유희열 등과 더불어 음악감독 문화의 기틀을 주류의 경기장 한복판에 세우는 데 공헌한다.
가능한 한 모든 음악적 물량을 투입하기로 유명한 그의 앨범답게 이번 신작 역시 동서대륙을 오가며 풍요로운 사운드 텍스처를 전편에 걸쳐 방사하고 있지만, 이 앨범의 전반부 분위기는 전작들보다 훨씬 자상하고 담백하다. 마치 남녀간의 사랑을 테마로 한 편의 뮤지컬을 보여주는 듯하다. ‘천일동안’의 불타올랐던 사랑의 배신감은 이제 ‘인생의 가을’을 생각하는 ‘만추’를 통해 성숙한 시선으로 진화하고, ‘삼촌 장가가요’에서 ‘나 잡아 봐라~’ 같은 희가극적 해학도 스스럼없이 선보인다.
자우림의 프론트 우먼인 김윤아는 밴드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솔로 프로젝트 ‘Shadow of your smile’을 통해 ‘외롭고 목마르며 그리운’ 자화상을 입체적으로 완성하며, 어설픈 인형들의 축제로 요란한 빈 깡통 같았던 2001년 마지막 대중음악계의 빈틈을 허허롭게 채웠다. 반면 이승환의 이 앨범은 30대 미드필더들이 거의 실종돼 버린 황량한 벌판에서 살아남은 전사의 문양과도 같다.
그는 언제나 근본에 충실했다. 앨범에 대한 거의 편집증적 완벽주의, 왜소한 몸의 존재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라이브 콘서트의 카리스마, ‘드림 팩토리’라는 자가발전 시스템의 완성 그리고 언제나 놓치지 않는 ‘사랑’의 선율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어린 왕자’였고, 단 한번의 좌절도 그의 이력엔 기록되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좀더 다른 지평을 보고 싶다. 고통스런 수성(守成)의 혼신의 땀이 아닌, 어떤 것.
이승환의 주력 언어는 발라드지만 그는 이 전가의 보도에 매몰되지 않고 종합적인 완성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라이브 공간을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의 채널로 규정함으로써 쉽게 조로하고 마는 90년대 스타덤이 스스로 자초한 숙명으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요컨대 그의 앨범에는 조용필과 김현식의 대조적 뮤지션십이 기묘하게 동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서태지와 신해철, 유희열 등과 더불어 음악감독 문화의 기틀을 주류의 경기장 한복판에 세우는 데 공헌한다.
가능한 한 모든 음악적 물량을 투입하기로 유명한 그의 앨범답게 이번 신작 역시 동서대륙을 오가며 풍요로운 사운드 텍스처를 전편에 걸쳐 방사하고 있지만, 이 앨범의 전반부 분위기는 전작들보다 훨씬 자상하고 담백하다. 마치 남녀간의 사랑을 테마로 한 편의 뮤지컬을 보여주는 듯하다. ‘천일동안’의 불타올랐던 사랑의 배신감은 이제 ‘인생의 가을’을 생각하는 ‘만추’를 통해 성숙한 시선으로 진화하고, ‘삼촌 장가가요’에서 ‘나 잡아 봐라~’ 같은 희가극적 해학도 스스럼없이 선보인다.
자우림의 프론트 우먼인 김윤아는 밴드의 틀에서 잠시 벗어나 솔로 프로젝트 ‘Shadow of your smile’을 통해 ‘외롭고 목마르며 그리운’ 자화상을 입체적으로 완성하며, 어설픈 인형들의 축제로 요란한 빈 깡통 같았던 2001년 마지막 대중음악계의 빈틈을 허허롭게 채웠다. 반면 이승환의 이 앨범은 30대 미드필더들이 거의 실종돼 버린 황량한 벌판에서 살아남은 전사의 문양과도 같다.
그는 언제나 근본에 충실했다. 앨범에 대한 거의 편집증적 완벽주의, 왜소한 몸의 존재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라이브 콘서트의 카리스마, ‘드림 팩토리’라는 자가발전 시스템의 완성 그리고 언제나 놓치지 않는 ‘사랑’의 선율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어린 왕자’였고, 단 한번의 좌절도 그의 이력엔 기록되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좀더 다른 지평을 보고 싶다. 고통스런 수성(守成)의 혼신의 땀이 아닌, 어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