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마일의 군사분계선 바로 남쪽과 동·서해에 그어진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서는 한국 공군기들이 교대로 초계비행을 한다. 이름하여 ‘전투공중초계’. 영어로는 Combat Air Patrol이어서 CAP라고 한다. CAP에는 최신예인 KF-16을 비롯해 F-4와 F-5 등의 전투기들이 참여한다.
1983년 2월25일 한국군과 미국군은 팀스피리트 훈련중이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준(準)전시를 선포해 놓았다. 바로 그날 평남 개천 비행장에서 북한 공군의 이웅평 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다. 이러한 미그-19기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요격(邀擊)에 나선 것은 CAP중인 F-5 전투기들이었다.
이웅평 대위의 미그-19기는 귀순하겠다는 뜻으로 날개를 흔들었다(날개를 흔들면 전투기는 공격할 수 없으므로 귀순한다는 뜻이 된다). F-5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미그-19기를 수원 비행장으로 안내했다. 그와 동시에 수원 비행장에는 비상이 걸려 다수의 F-5 전투기들이 이륙했다. 이웅평 대위를 격추하기 위해 내려오는 북한 공군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것은 CAP에 나선 전투기들이다.
하늘에는 분계선을 그을 수 없다.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언제든지 월선(越線)이 가능하다. 월선은 CAP에 나선 남북한 전투기들을 긴장시킨다. 하늘은 숨을 곳이 없는 공간이다. 이러한 곳을 비행하는 전투기들은 북한 전투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방공 미사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북한의 황해남도 옹고덕이란 곳과 원산 남쪽 덕재산에는 북한군의 방공 미사일 기지가 있다. 이곳에는 CAP에 나선 한국공군기를 추적하는 레이더와 함께 SA-5 방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레이더에는 탐지용과 추적용 두 종류가 있다. 탐지 레이더는 흔히 보는 빙빙 돌아가는 안테나를 가진 레이더다. 이러한 레이더는 수백 km 바깥에 있는 수많은 물체를 종합적으로 감시한다.
이러한 물체 중 요주의 표적이 나타나면 탐지 레이더는 이를 추적 레이더에 넘긴다. 추적 레이더는 오로지 요주의 표적만 향해 빔을 쏘는 레이더여서 안테나는 빙빙 돌지 않고 표적을 향해 고정된다. 이렇게 추적 레이더가 표적을 ‘잡아주면’ 방공 미사일 기지에서는 이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추적 레이더는 발사한 미사일을 표적까지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전투기는 추적 레이더 빔을 맞는 순간부터 회피 기동에 들어가야 방공 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투기에는 추적 레이더 빔과 접촉했음을 알려주는 레이더 경보 수신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경보 장치가 울리면 조종사는 ‘거의 자동적으로’ 인근 산 높이와 비슷한 1만 피트(약 3300m) 이하로 비행고도를 낮춤으로써 추적 레이더 빔을 회피한다.
CAP에 나선 우리 전투기들도 옹고덕이나 덕재산에서 날아오는 추적 레이더 빔을 맞으면 즉시 고도를 낮추는 등의 회피 기동에 들어간다. 그런데 자력으로 이러한 기동을 할 수 있는 것은 KF-16뿐이다. F-5와 F-4에도 레이더 경보 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 ‘구식’이라 이 장비는 옹고덕과 덕재산에서 날아오는 추적 레이더 빔을 잡지 못한다. 따라서 같이 뜬 KF-16이나 지상에 있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당신 방향으로 추적 레이더 빔이 날아오고 있다”고 알려줘야 회피 기동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약 540여 대다. 이 중에서 F-16 시리즈는 160여 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380여 대의 전투기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CAP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540개의 창문을 가진 건물이 있다고 하자. 저녁이 되면 사람은 문과 창문을 닫고 퇴근하는데, 이 중 380개 창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어 그냥 닫아만 놓고 퇴근한다. 이와 비슷한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1998년 12월4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공군 방공포대에서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전선 노후로 인한 합선이 원인이었다. 오발사한 나이키 미사일은 다행히 공중에서 자동으로 자폭함으로써 더 이상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발사한 미사일에 표적이 할당되지 않으면 이 미사일은 자폭하도록 만들어졌다). 1999년 6월12일 충남 보령시 신흑동 공군방공포 사격장에서는 공군 창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이키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었다. 그런데 발사 10초 만에 수직으로 올라가던 이 미사일이 공중 폭발해, 발사 광경을 지켜본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 미사일은 표적이 할당되어 있었는데, 뭔가가 고장나 공중 폭발한 경우였다.
두 번이나 사고를 낸 나이키 미사일은 수명연한이 지난 대표적인 고물이다. 이 미사일은 1990년대 초에 이미 수명 연한을 넘겼는데, 국방부가 후속 기종을 선정하지 않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너무 오래되어 부속품을 생산하는 회사도 없다. 때문에 일부 미사일은 부속품을 구하지 못해 고장난 채로 방치해 두는 상태다. 오래된 미사일은 물성(物性)이 변하기 때문에 오작동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공군은 엉뚱한 사고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차례로 나이키 미사일을 해체할 예정이다.
오발사 사고를 일으킨 인천의 방공포대는 북한의 옹고덕과 덕재산에 있는 SA-5 기지와 같은 일을 한다. 때때로 북한 공군은 여러 대의 전투기를 띄워 CAP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전투기들이 방향을 바꿔 남진하면 불과 2∼3분이면 서울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CAP에 나선 북한 전투기가 너무 많으면 쫓아버려야 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이들을 향해 추적 레이더 빔을 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키는 여객기도 맞추기 힘든 고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효과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나이키 후속 미사일 도입 사업을 SAM-X 사업이라 한다. SAM-X 사업은 1990년부터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와 러시아의 S-300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자신을 잃은’ 러시아가 응찰을 포기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패트리어트가 단독으로 응찰하면 한국은 바가지를 쓴다며 “걸프전 때 패트리어트의 명중률은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은 패트리어트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하는데 그 도가 지나쳤다.
패트리어트 제작사인 레이시온측은 24억 달러를 제의했으나 국방부는 16억3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레이시온이 22억3천만 달러까지 가격을 내렸으나 국방부는 더 내리라며 SAM-X 사업을 무기 연기한 것이다. 이러한 대치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은 조만간 방공 미사일 없는 국가가 된다. 한 전략가는 이렇게 말했다.
“육군은 전투병이든 행정병이든 전부 철모를 갖고 있다. 전투중에 철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SAM-X는 바로 한국이 쓰는 철모다. 철모가 비싸다고 계속 철모 없이 지낼 것인가. 문제는 내년이면 패트리어트 가격이 25억 달러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래도 올해 계약하면 레이시온측은 한국으로 갈 패트리어트와 그리스에 제공할 패트리어트를 함께 만들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 계약하면 레이시온측은 한국용만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격을 이유로 언제까지 한국은 철모를 벗어놓고 있을 것인가.”
그러나 국방부의 행태를 살펴보면 꼭 돈 때문에 SAM-X를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전투기와 전차 중 위협이 큰 것은 전투기다. 그런데 전투기의 위협을 막는 SAM-X 사업을 연기한 국방부는 전차의 위협을 막는 공격헬기(AH-X) 사업은 매우 서둘러 진행한다. 공격헬기 사업은 기존의 공격헬기가 수명이 다해 대체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한 전략가는 이렇게 비판했다.
“육군이 다수를 차지한 국방부는 육군사업만 우선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걸프전 때 나온 패트리어트 자료를 갖고 SAM-X 사업을 중지했다. 그러나 우리가 도입하려는 것보다 구식인 패트리어트 PAC-2를 도입한 대만은 지난 6월20일 이 미사일로 가상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한국군을 철모 없는 군대로 만들고 있다. 대군(大軍) 이기주의가 국방을 왜곡시키고 있다.”
1983년 2월25일 한국군과 미국군은 팀스피리트 훈련중이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준(準)전시를 선포해 놓았다. 바로 그날 평남 개천 비행장에서 북한 공군의 이웅평 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왔다. 이러한 미그-19기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요격(邀擊)에 나선 것은 CAP중인 F-5 전투기들이었다.
이웅평 대위의 미그-19기는 귀순하겠다는 뜻으로 날개를 흔들었다(날개를 흔들면 전투기는 공격할 수 없으므로 귀순한다는 뜻이 된다). F-5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미그-19기를 수원 비행장으로 안내했다. 그와 동시에 수원 비행장에는 비상이 걸려 다수의 F-5 전투기들이 이륙했다. 이웅평 대위를 격추하기 위해 내려오는 북한 공군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한국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것은 CAP에 나선 전투기들이다.
하늘에는 분계선을 그을 수 없다.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언제든지 월선(越線)이 가능하다. 월선은 CAP에 나선 남북한 전투기들을 긴장시킨다. 하늘은 숨을 곳이 없는 공간이다. 이러한 곳을 비행하는 전투기들은 북한 전투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방공 미사일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북한의 황해남도 옹고덕이란 곳과 원산 남쪽 덕재산에는 북한군의 방공 미사일 기지가 있다. 이곳에는 CAP에 나선 한국공군기를 추적하는 레이더와 함께 SA-5 방공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레이더에는 탐지용과 추적용 두 종류가 있다. 탐지 레이더는 흔히 보는 빙빙 돌아가는 안테나를 가진 레이더다. 이러한 레이더는 수백 km 바깥에 있는 수많은 물체를 종합적으로 감시한다.
이러한 물체 중 요주의 표적이 나타나면 탐지 레이더는 이를 추적 레이더에 넘긴다. 추적 레이더는 오로지 요주의 표적만 향해 빔을 쏘는 레이더여서 안테나는 빙빙 돌지 않고 표적을 향해 고정된다. 이렇게 추적 레이더가 표적을 ‘잡아주면’ 방공 미사일 기지에서는 이 표적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추적 레이더는 발사한 미사일을 표적까지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전투기는 추적 레이더 빔을 맞는 순간부터 회피 기동에 들어가야 방공 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투기에는 추적 레이더 빔과 접촉했음을 알려주는 레이더 경보 수신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경보 장치가 울리면 조종사는 ‘거의 자동적으로’ 인근 산 높이와 비슷한 1만 피트(약 3300m) 이하로 비행고도를 낮춤으로써 추적 레이더 빔을 회피한다.
CAP에 나선 우리 전투기들도 옹고덕이나 덕재산에서 날아오는 추적 레이더 빔을 맞으면 즉시 고도를 낮추는 등의 회피 기동에 들어간다. 그런데 자력으로 이러한 기동을 할 수 있는 것은 KF-16뿐이다. F-5와 F-4에도 레이더 경보 수신장치가 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 ‘구식’이라 이 장비는 옹고덕과 덕재산에서 날아오는 추적 레이더 빔을 잡지 못한다. 따라서 같이 뜬 KF-16이나 지상에 있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당신 방향으로 추적 레이더 빔이 날아오고 있다”고 알려줘야 회피 기동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약 540여 대다. 이 중에서 F-16 시리즈는 160여 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380여 대의 전투기는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고’ CAP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540개의 창문을 가진 건물이 있다고 하자. 저녁이 되면 사람은 문과 창문을 닫고 퇴근하는데, 이 중 380개 창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어 그냥 닫아만 놓고 퇴근한다. 이와 비슷한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1998년 12월4일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공군 방공포대에서 나이키 미사일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전선 노후로 인한 합선이 원인이었다. 오발사한 나이키 미사일은 다행히 공중에서 자동으로 자폭함으로써 더 이상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다(발사한 미사일에 표적이 할당되지 않으면 이 미사일은 자폭하도록 만들어졌다). 1999년 6월12일 충남 보령시 신흑동 공군방공포 사격장에서는 공군 창설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이키 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었다. 그런데 발사 10초 만에 수직으로 올라가던 이 미사일이 공중 폭발해, 발사 광경을 지켜본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 미사일은 표적이 할당되어 있었는데, 뭔가가 고장나 공중 폭발한 경우였다.
두 번이나 사고를 낸 나이키 미사일은 수명연한이 지난 대표적인 고물이다. 이 미사일은 1990년대 초에 이미 수명 연한을 넘겼는데, 국방부가 후속 기종을 선정하지 않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너무 오래되어 부속품을 생산하는 회사도 없다. 때문에 일부 미사일은 부속품을 구하지 못해 고장난 채로 방치해 두는 상태다. 오래된 미사일은 물성(物性)이 변하기 때문에 오작동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공군은 엉뚱한 사고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차례로 나이키 미사일을 해체할 예정이다.
오발사 사고를 일으킨 인천의 방공포대는 북한의 옹고덕과 덕재산에 있는 SA-5 기지와 같은 일을 한다. 때때로 북한 공군은 여러 대의 전투기를 띄워 CAP에 나서기도 한다. 이러한 전투기들이 방향을 바꿔 남진하면 불과 2∼3분이면 서울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CAP에 나선 북한 전투기가 너무 많으면 쫓아버려야 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이들을 향해 추적 레이더 빔을 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키는 여객기도 맞추기 힘든 고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효과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나이키 후속 미사일 도입 사업을 SAM-X 사업이라 한다. SAM-X 사업은 1990년부터 미국의 패트리어트 PAC-3와 러시아의 S-300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사업은 ‘자신을 잃은’ 러시아가 응찰을 포기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패트리어트가 단독으로 응찰하면 한국은 바가지를 쓴다며 “걸프전 때 패트리어트의 명중률은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비난은 패트리어트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하는데 그 도가 지나쳤다.
패트리어트 제작사인 레이시온측은 24억 달러를 제의했으나 국방부는 16억3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레이시온이 22억3천만 달러까지 가격을 내렸으나 국방부는 더 내리라며 SAM-X 사업을 무기 연기한 것이다. 이러한 대치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은 조만간 방공 미사일 없는 국가가 된다. 한 전략가는 이렇게 말했다.
“육군은 전투병이든 행정병이든 전부 철모를 갖고 있다. 전투중에 철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SAM-X는 바로 한국이 쓰는 철모다. 철모가 비싸다고 계속 철모 없이 지낼 것인가. 문제는 내년이면 패트리어트 가격이 25억 달러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그래도 올해 계약하면 레이시온측은 한국으로 갈 패트리어트와 그리스에 제공할 패트리어트를 함께 만들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 계약하면 레이시온측은 한국용만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격을 이유로 언제까지 한국은 철모를 벗어놓고 있을 것인가.”
그러나 국방부의 행태를 살펴보면 꼭 돈 때문에 SAM-X를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전투기와 전차 중 위협이 큰 것은 전투기다. 그런데 전투기의 위협을 막는 SAM-X 사업을 연기한 국방부는 전차의 위협을 막는 공격헬기(AH-X) 사업은 매우 서둘러 진행한다. 공격헬기 사업은 기존의 공격헬기가 수명이 다해 대체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한 전략가는 이렇게 비판했다.
“육군이 다수를 차지한 국방부는 육군사업만 우선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걸프전 때 나온 패트리어트 자료를 갖고 SAM-X 사업을 중지했다. 그러나 우리가 도입하려는 것보다 구식인 패트리어트 PAC-2를 도입한 대만은 지난 6월20일 이 미사일로 가상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한국군을 철모 없는 군대로 만들고 있다. 대군(大軍) 이기주의가 국방을 왜곡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