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 농어촌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등 농업 관련 3대 단체가 2000년 1월 통합되면서 탄생한 공기업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농수로 관리-간척사업 등 농업 관련 공적 서비스를 독점하게 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맡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농업기반공사의 탄생은 보건분야의 ‘의약분업’과 비교될 만하다. 3대 단체의 통합은 농업계의 거센 저항 속에서 강행된 현정부 개혁조치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할까.
농업기반공사는 지난해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결산추정에서 밝혔다. ‘2000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우수기관, 공기업 사장 평가 1위.’ 정부가 농업기반공사에 안겨 준 상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적표’에 보내는 농민들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못해 울분에 차 있다. 농민들은 “농업기반공사가 서둘러 통합 부작용을 봉합하고 겉만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다 수로관리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작지에 제때 물을 공급해주는 수로관리사업은 농업의 핵심인데 농수로가 꽉 막혀 물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면 농업기반공사는 지금 ‘농업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이며 정부의 개혁정책이 이번엔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지 모른다. ‘주간동아’는 이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는 차원에서 농업기반공사의 수로관리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3월23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과 화성시 양감면의 경계 지점. 아산지역에서 물을 끌어와 평택, 화성지역 평야에 용수를 공급해주는 수로들이 논두렁과 국도를 끼고 달리고 있었다. 청북면 면장을 지낸 이 지역 농부 이모씨가 그 중 꽤 규모가 큰 수로로 기자를 안내했다. 수로는 뻘과 흙 범벅이었다. 수로 속 직경 1m 관은 80cm까지 흙이 차 올라와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 나무 막대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 수로는 간선 역할을 한다. 간선 수로에서 수많은 지선 수로들이 뻗쳐 나가 논에 물을 댄다. 간선 수로 속 관이 이렇게 막혀 있는데 물이 이 관을 지날 수 있겠나. 아래쪽 드넓은 평야에 물을 못 대는 거다.” 이씨가 안내한 수로 부근에는 같은 크기의 또 다른 수로관이 있었다. 이곳도 절반쯤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바닥도 상당부분 흙이 차 올라와 있었다. 여기도 물이 흐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차로 10분을 달려 청북면 다른 간선 수로에 도착했다. 폭이 8m쯤 되는 큰 수로였다. 그런데 벽면 곳곳에 무너진 흔적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갈수록 바닥이 높게 솟아 있었다. “계속되는 토사유입으로 바닥이 상승했다. 지난해 가을, 겨울 동안 엄청난 양의 토사가 들어온 것이다. 당연히 물이 흐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볼 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씨의 설명이다. 이 수로의 바로 옆 지선 수로는 잡초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다리가 지나는 아래쪽은 풀이 수로를 빽빽이 가렸다.
평택군의 경우 전체 수로 중 흙 수로가 80%를 차지한다. 이씨는 “흙 수로는 모두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 전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수로문제는 예년부터 있어 왔지만 이렇게 심각한 지경이 된 적은 통합 이전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농사를 짓는 서정국씨는 요즘 수로 준설용 포크레인을 구경도 못한다. 그는 “예산군 일대 수로에 수초가 우거지고 뻘이 차 물이 제대로 안 내려간다. 그러나 준설-제초작업은 아주 미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장성읍의 농부 이기만씨는 “수로 보수공사에 나서달라는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의 요구가 농업기반공사에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업기반공사가 관리하는 수로에서 물을 공급받는 경작지는 총 51만2000ha로, 전국 논 면적의 60%에 이른다. ‘전국농조 100만농민조합원회’ 김정권 회장은 “각 도 회원들을 상대로 알아본 결과 농촌 들녘에 물을 대는 수로들이 꽉꽉 막혀 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고 밝혔다.
농업의 생명은 ‘물꼬’다. 농촌에선 ‘논에 물대기로 다툴 땐 형님, 아우도 없다’는 말이 있다. 농민들은 벼농사에 본격적으로 물이 들어가는 4월 초를 첫 고비로 보고 있다. 제때 물이 공급되지 않아 벼의 생육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로가 막히면 적은 비에도 물이 빠지지 않아 홍수가 날 수 있다. 경운기로 논에 물을 실어 날라야 하는 등 육체노동의 부담도 커지며 이는 농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김회장은 “물꼬가 막힌다는데 이보다 더 농민들을 복장 터지게 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나”고 말했다.
농민들은 104개 농지개량조합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수로 관리업무가 통합 이후 농업기반공사로 넘어가면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며 그 책임을 공사측에 돌리고 있다. 뻘을 걷고, 무너진 벽면을 다시 쌓고, 제초작업을 하고 흙 수로를 콘크리트 수로로 바꾸는 일은 단순하지만 상당히 손이 많이 간다. 제때 안 해주면 중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나중에 큰 곤경에 빠지는 게 수로 관리작업이다. 예년엔 농사가 새로 시작되는 봄철을 앞두고 전년 가을과 이듬해 3월 두 차례 수로정비-보수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는 이 기간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다고 한다. 과연 농민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농업기반공사에 따르면 직접 수로에 나가 물길을 트고 무너진 둑을 보수하는 물 관리 인력은 99년 3800명에서 2000년 2800명으로 1000여명 줄었다. 이에 따라 1인당 관리면적은 126ha에서 183ha로 늘었다. 공사의 노조 관계자는 “관리면적이 다섯 배까지 늘어난 사람이 생겼다. 전남에선 세 사람이 무려 2500ha를 맡는 곳도 있다. 현장인력을 이렇게 줄여 놓고 수로관리가 제대로 되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정규직은 그대로 두고 계약직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기자는 농업기반공사가 최근 수로관리를 맡고 있는 전국 지부에 내려보낸 ‘내부평가실시계획’ 공문을 입수했다. 지부별로 영업손익, 생산성, 경영관리 효율성 등을 상대평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수로관리는 수익이 나지 않는 공익사업이다. 그런데 본사는 일선 지부에 ‘돈 많이 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지부가 적극적으로 수로관리에 나서겠는가”고 말했다.
각 지부에선 지난해부터 농지개량조합에서 물려받은 포크레인 등 장비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이같은 일이 저질러졌다. 장비를 빌려서 쓰겠다는 것인데, 대여비를 아끼기 위해 1년에 28일만 장비작업을 하는 곳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농업기반공사는 수로관리 총사업비가 통합 전 2600억원, 통합 후 2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서비스 수준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측 설명은 완전히 다르다. 강병진 노조위원장은 “적어도 현재까지 3대 농업단체의 통합은 실패작”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통합 후 공사측 재정부담은 폭증함에도 수로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을 단적인 증거로 들었다. 다음은 그에 대한 강위원장의 설명.
“통합 후 농업기반공사는 농지개량조합 출신 수천 명 직원의 인건비를 일률적으로 25% 올려줬다. 수로관리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합 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통합 전 농민들이 내던 연간 300억원대의 수로 사용료 면제, 농민과 농조간 수로관리 공조체제의 붕괴로 막대한 추가비용이 새로 발생했다. 그러자 농업기반공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로 유지-관리에 실제 투입되는 사업비와 현장인력을 줄여버렸다. 농민들의 체감 서비스 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농업기반공사는 지난해 농조의 재산 중 1000억원어치를 팔아 이 중 상당부분을 수로 관리사업에 투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통합 전 재산매각은 연간 200억원 대에 불과했지만 지금보다 수로관리는 훨씬 더 잘 되었다. 농업기반공사는 장부상으론 순이익을 내서 상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수로관리에 쓰여야 할 재정은 급격하게 고갈되고 수로관리의 효율성은 추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가을 수로 관리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했다. ‘통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얻기 위한 지나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사는 “올 3월에 사업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농수로 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혁 반대세력들은 갖가지 구실을 붙여 지금도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관심은 개혁, 반 개혁이 아니라 물이다. 농업기반공사의 ‘치수’(治水) 결과는 곧 나타나게 된다. 서정국씨는 “농민을 희생자로 만드는 농업개혁은 존재 이유가 없다. 농업기반공사는 이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실 농업기반공사의 탄생은 보건분야의 ‘의약분업’과 비교될 만하다. 3대 단체의 통합은 농업계의 거센 저항 속에서 강행된 현정부 개혁조치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어떠할까.
농업기반공사는 지난해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결산추정에서 밝혔다. ‘2000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우수기관, 공기업 사장 평가 1위.’ 정부가 농업기반공사에 안겨 준 상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적표’에 보내는 농민들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못해 울분에 차 있다. 농민들은 “농업기반공사가 서둘러 통합 부작용을 봉합하고 겉만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다 수로관리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작지에 제때 물을 공급해주는 수로관리사업은 농업의 핵심인데 농수로가 꽉 막혀 물이 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면 농업기반공사는 지금 ‘농업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이며 정부의 개혁정책이 이번엔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지 모른다. ‘주간동아’는 이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는 차원에서 농업기반공사의 수로관리사업을 집중 조명했다.
3월23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과 화성시 양감면의 경계 지점. 아산지역에서 물을 끌어와 평택, 화성지역 평야에 용수를 공급해주는 수로들이 논두렁과 국도를 끼고 달리고 있었다. 청북면 면장을 지낸 이 지역 농부 이모씨가 그 중 꽤 규모가 큰 수로로 기자를 안내했다. 수로는 뻘과 흙 범벅이었다. 수로 속 직경 1m 관은 80cm까지 흙이 차 올라와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 나무 막대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이 수로는 간선 역할을 한다. 간선 수로에서 수많은 지선 수로들이 뻗쳐 나가 논에 물을 댄다. 간선 수로 속 관이 이렇게 막혀 있는데 물이 이 관을 지날 수 있겠나. 아래쪽 드넓은 평야에 물을 못 대는 거다.” 이씨가 안내한 수로 부근에는 같은 크기의 또 다른 수로관이 있었다. 이곳도 절반쯤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바닥도 상당부분 흙이 차 올라와 있었다. 여기도 물이 흐를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차로 10분을 달려 청북면 다른 간선 수로에 도착했다. 폭이 8m쯤 되는 큰 수로였다. 그런데 벽면 곳곳에 무너진 흔적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갈수록 바닥이 높게 솟아 있었다. “계속되는 토사유입으로 바닥이 상승했다. 지난해 가을, 겨울 동안 엄청난 양의 토사가 들어온 것이다. 당연히 물이 흐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볼 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씨의 설명이다. 이 수로의 바로 옆 지선 수로는 잡초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다리가 지나는 아래쪽은 풀이 수로를 빽빽이 가렸다.
평택군의 경우 전체 수로 중 흙 수로가 80%를 차지한다. 이씨는 “흙 수로는 모두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 전역이 비슷한 상황이다. 수로문제는 예년부터 있어 왔지만 이렇게 심각한 지경이 된 적은 통합 이전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충남 예산군 삽교읍에서 농사를 짓는 서정국씨는 요즘 수로 준설용 포크레인을 구경도 못한다. 그는 “예산군 일대 수로에 수초가 우거지고 뻘이 차 물이 제대로 안 내려간다. 그러나 준설-제초작업은 아주 미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장성읍의 농부 이기만씨는 “수로 보수공사에 나서달라는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의 요구가 농업기반공사에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업기반공사가 관리하는 수로에서 물을 공급받는 경작지는 총 51만2000ha로, 전국 논 면적의 60%에 이른다. ‘전국농조 100만농민조합원회’ 김정권 회장은 “각 도 회원들을 상대로 알아본 결과 농촌 들녘에 물을 대는 수로들이 꽉꽉 막혀 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고 밝혔다.
농업의 생명은 ‘물꼬’다. 농촌에선 ‘논에 물대기로 다툴 땐 형님, 아우도 없다’는 말이 있다. 농민들은 벼농사에 본격적으로 물이 들어가는 4월 초를 첫 고비로 보고 있다. 제때 물이 공급되지 않아 벼의 생육에 지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로가 막히면 적은 비에도 물이 빠지지 않아 홍수가 날 수 있다. 경운기로 논에 물을 실어 날라야 하는 등 육체노동의 부담도 커지며 이는 농업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김회장은 “물꼬가 막힌다는데 이보다 더 농민들을 복장 터지게 하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나”고 말했다.
농민들은 104개 농지개량조합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수로 관리업무가 통합 이후 농업기반공사로 넘어가면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며 그 책임을 공사측에 돌리고 있다. 뻘을 걷고, 무너진 벽면을 다시 쌓고, 제초작업을 하고 흙 수로를 콘크리트 수로로 바꾸는 일은 단순하지만 상당히 손이 많이 간다. 제때 안 해주면 중장비의 접근이 어려워 나중에 큰 곤경에 빠지는 게 수로 관리작업이다. 예년엔 농사가 새로 시작되는 봄철을 앞두고 전년 가을과 이듬해 3월 두 차례 수로정비-보수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는 이 기간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다고 한다. 과연 농민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농업기반공사에 따르면 직접 수로에 나가 물길을 트고 무너진 둑을 보수하는 물 관리 인력은 99년 3800명에서 2000년 2800명으로 1000여명 줄었다. 이에 따라 1인당 관리면적은 126ha에서 183ha로 늘었다. 공사의 노조 관계자는 “관리면적이 다섯 배까지 늘어난 사람이 생겼다. 전남에선 세 사람이 무려 2500ha를 맡는 곳도 있다. 현장인력을 이렇게 줄여 놓고 수로관리가 제대로 되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정규직은 그대로 두고 계약직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기자는 농업기반공사가 최근 수로관리를 맡고 있는 전국 지부에 내려보낸 ‘내부평가실시계획’ 공문을 입수했다. 지부별로 영업손익, 생산성, 경영관리 효율성 등을 상대평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수로관리는 수익이 나지 않는 공익사업이다. 그런데 본사는 일선 지부에 ‘돈 많이 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지부가 적극적으로 수로관리에 나서겠는가”고 말했다.
각 지부에선 지난해부터 농지개량조합에서 물려받은 포크레인 등 장비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이같은 일이 저질러졌다. 장비를 빌려서 쓰겠다는 것인데, 대여비를 아끼기 위해 1년에 28일만 장비작업을 하는 곳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농업기반공사는 수로관리 총사업비가 통합 전 2600억원, 통합 후 2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으며 서비스 수준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측 설명은 완전히 다르다. 강병진 노조위원장은 “적어도 현재까지 3대 농업단체의 통합은 실패작”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통합 후 공사측 재정부담은 폭증함에도 수로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을 단적인 증거로 들었다. 다음은 그에 대한 강위원장의 설명.
“통합 후 농업기반공사는 농지개량조합 출신 수천 명 직원의 인건비를 일률적으로 25% 올려줬다. 수로관리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통합 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통합 전 농민들이 내던 연간 300억원대의 수로 사용료 면제, 농민과 농조간 수로관리 공조체제의 붕괴로 막대한 추가비용이 새로 발생했다. 그러자 농업기반공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로 유지-관리에 실제 투입되는 사업비와 현장인력을 줄여버렸다. 농민들의 체감 서비스 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농업기반공사는 지난해 농조의 재산 중 1000억원어치를 팔아 이 중 상당부분을 수로 관리사업에 투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통합 전 재산매각은 연간 200억원 대에 불과했지만 지금보다 수로관리는 훨씬 더 잘 되었다. 농업기반공사는 장부상으론 순이익을 내서 상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수로관리에 쓰여야 할 재정은 급격하게 고갈되고 수로관리의 효율성은 추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가을 수로 관리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했다. ‘통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얻기 위한 지나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사는 “올 3월에 사업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농수로 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개혁 반대세력들은 갖가지 구실을 붙여 지금도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관심은 개혁, 반 개혁이 아니라 물이다. 농업기반공사의 ‘치수’(治水) 결과는 곧 나타나게 된다. 서정국씨는 “농민을 희생자로 만드는 농업개혁은 존재 이유가 없다. 농업기반공사는 이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