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물을 가둬둬야 할 댐이 샌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날림공사가 틀림없다.” “솔직히 물 부족도 문제지만 태풍이나 폭우로 자칫 부실한 댐이 붕괴돼 마을을 덮치지나 않을까 더 불안하다. 비오는 게 겁날 정도다.”
7월13일 상수원보호구역인 경북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 운문댐 인접 하류지역인 이곳의 240여 가구 500여 주민들은 한결같이 최근 갑작스레 몰아닥친 ‘운문댐 공포’에 떨고 있었다.
“불과 두 달 전 있었던 청도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운문댐관리단은 ‘댐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제 댐의 안전을 믿는 주민은 아무도 없다.”
운문면 토박이인 청도군의회 박순필 의원(57)은 “오죽하면 주민들이 군청에다 ‘댐에 문제가 생기면 대피해야 하니 사이렌을 울려달라’는 요청까지 했겠느냐”며 “댐 안전 여부를 둘러싼 의문들이 하루속히 풀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내 최대 용수전용댐(식수댐)인 청도 운문댐이 새고 있다. 댐 몸체 중심부분(코어)의 점토층에 부분침하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미세한 공간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사실로 밝혀진 것. 이는 최근 지속된 가뭄으로 댐 저수율이 10∼20%로 크게 떨어지면서 지역 언론의 ‘누수 의혹’ 보도가 잇따르는 등 운문댐 문제가 공론화되자 대구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3명(백승홍 이해봉 박승국)이 긴급조사단을 구성, 7월9일 진상조사에 나섬으로써 드러났다. 누수가 지난 98년부터 많게는 하루 1300t, 적게는 400t씩 다량으로 이뤄진 데다 댐 구조물의 침하 발생이 국내 댐 역사상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93년 완공된 운문댐은 대구시 일부와 경산 영천 청도 등 4개 시-군 80여만명의 주민에게 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 댐 전문가들은 “통상 댐은 50년 가량의 수명을 고려해 설계되지만 사실상의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이라고 귀띔한다. 그렇다면 완공된 지 불과 7년밖에 안 된 댐에 어떻게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을까.
“98년 운문댐이 첫 만수가 된 이후 수압에 의해 댐 중심부 점토층이 다져지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불균질 상태가 발생했다. 시공 당시 누수 차단 역할을 해야 할 점토층에 기준치 이상의 자갈이 섞여 물이 빠져나갈 빈틈이 생겼던 것이다. 또 장기간 만수위를 유지한 탓에 점토층이 지나치게 물러져 과다하게 누수된 것 같다.”
운문댐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는 99년 7월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재)한국건설안전기술원에 용역의뢰해 실시한 이같은 운문댐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비밀에 부쳐오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 조사단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가 운문댐의 ‘이상’을 맨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98년 6월. 당시 댐 몸체의 하류측 정상부분에 직경 1.7m, 깊이 0.7m의 반원형 함몰이, 같은해 10월엔 댐 몸체 정상 중앙부에 직경 1.2m, 깊이 2.5m의 원통형 함몰이 각각 발생했다는 것. 통상적인 기준치(허용 누수량)인 하루 200t을 훨씬 넘는 과다한 누수현상도 이때부터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두 차례나 발생한 침하현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관계기관과 댐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걱정을 끼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사측은 이미 2년 전부터 댐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부실시공 징후를 알아채고도 정밀안전진단을 1년 뒤인 99년으로 미룬 데 대해 공사측은 “문제를 발견한 98년 당시 내부적으로 전문팀을 구성해 원인파악을 했으며 댐 하자보수기간 만료(2001년 4월) 전에 시설물 점검을 하기 위해 행정적 절차를 밟다 보니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색한 변명과 달리, 현재 수자원공사와 댐 시공사인 삼부토건㈜측은 이 진단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댐 전문 보수업체인 HBI사에 보수보강공사를 의뢰, 지난 5월부터 최신 천공장비로 수직으로 댐 중앙부분을 뚫어 특수점토를 채워넣는 ‘컴팩션 그라우팅’(Compaction Grouting)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댐 주변지역 주민들은 이 공사를 댐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단순 공사로 막연히 추측했을 뿐 댐 몸체 이상에 따른 보강공사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댐의 부실을 원천적으로 덮으려는 공사측의 은폐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댐 관리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98년 태풍 ‘예니’의 내습과 최대 홍수위(152.6m)에 근접할 정도의 집중호우로 댐물이 넘쳐 하류지역 농경지 침수피해를 본 청도군이 지난해 홍수를 우려해 댐에 수위조절용 수문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공사측은 ‘식수댐엔 본래 수문을 설치하지 않으며, 설치하지 않아도 안전엔 지장이 없다’고 무시하다 가뭄과 누수로 수위가 대폭 낮아진 올해 5월에야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랴부랴 수문을 설치한 것.
7월13일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10.4%. 수위가 용수 공급 가능 수위인 122m(만수위는 해발 150m) 언저리를 맴돌 정도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48t이 누수된 7월9일 이후 누수는 곧 멈췄지만 댐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 상태였다. 실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하루 유효 저수량도 3.9%에 불과한 실정. 이는 93년 담수 시작 이래 최저치다.
박정기 운문댐관리단장은 “댐체 보수보강공사가 완료되면 댐의 안전을 믿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공사로 당초 설계 및 시공 때보다 댐의 안전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며 댐이 곧 제 기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 7월14일 ‘주간동아’가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운문댐 부실시공 원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운문댐은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급으로 평가돼 댐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지침’에 따르면 D급은 안정성 평가 5등급(A∼E) 중 댐의 사용제한 여부마저 판단해야 할 만큼 댐에 큰 문제가 생긴 상태. E급의 경우는 댐 사용을 즉각 금지해야 한다. 운문댐은 설계 및 시공단계부터 ‘원초적 부실’을 안고 있었다는 얘기다.
“코어 부분의 시추조사 결과 점토가 대부분이어야 할 시료(코어 재료)에서 사용돼선 안 될 풍화토와 풍화암이 발견됐다. 또 시방서엔 코어의 자갈 함유량을 평균 2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진단 결과 최대 자갈 함유량이 무려 56%에 달했다. 불량재료를 사용한 부실시공이 아니고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승홍 의원의 분석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운문댐 시공사는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멀리서 양질의 재료를 구하는 대신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댐 공사장 주변의 흙을 댐 재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백의원은 또 “조사 결과 최대 누수량도 만수위시 하루 2100t으로 일반적인 기준치인 200t을 1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최대 1300t이 누수됐다는 수자원공사의 주장은 잘못으로 드러났다. 또 담수기간 중엔 수위 상승을 하루 30cm 정도로 제한해 담수가 서서히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도 집중호우시 하루 4m까지 수위가 급상승하도록 방치해 과도한 수압에 따른 댐의 침하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조사보고서는 또 댐 축조 당시 간극수압계, 층별침하계 등 측정계기를 일정 위치에 매설해 계기의 기록을 토대로 댐 축조과정을 관찰하며 완벽시공을 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댐 관리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밝혀내고 있다. 결국 운문댐은 설계, 시공, 감리, 감독, 관리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총체적 부실’의 결과물로 판명된 셈이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댐 축조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자갈과 풍화토 등이 포함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의성은 없으며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보수보강공사가 7월 말에 완료되면 효과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이때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댐의 안전과 사용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운문댐관리단은 95년 5월 통수 이래 처음으로 용수공급량을 감축했다. 현재 운문댐의 일일 용수 공급량은 17만t에서 10만t으로 줄었다. 관리단은 이미 지난 6월 운문댐 물을 용수로 공급받고 있는 대구시 등 4개 지자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가뭄으로 용수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었다. 운문댐의 용수 공급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
이현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7월12일부터 3일간 운문댐 물을 공급받아온 일부 정수장의 급수구역을 밀양강 동창천 수계인 운문댐 대신 낙동강 수계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마쳤다. 현재 다른 댐의 저수량이 남아 있어 당장 급수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본부장은 그러나 “운문댐 용수의 하루 공급량이 8만3000t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수계조정으로도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없는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 때문에 다른 댐들의 저수량도 예년에 비해 급감한 상태여서 향후 강우량의 정도에 따라선 제한급수 등 극심한 용수난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과연 운문댐은 앞으로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1400억원이란 거액을 들인 문제투성이 댐을 둘러싼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할 것이다.
7월13일 상수원보호구역인 경북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 운문댐 인접 하류지역인 이곳의 240여 가구 500여 주민들은 한결같이 최근 갑작스레 몰아닥친 ‘운문댐 공포’에 떨고 있었다.
“불과 두 달 전 있었던 청도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운문댐관리단은 ‘댐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제 댐의 안전을 믿는 주민은 아무도 없다.”
운문면 토박이인 청도군의회 박순필 의원(57)은 “오죽하면 주민들이 군청에다 ‘댐에 문제가 생기면 대피해야 하니 사이렌을 울려달라’는 요청까지 했겠느냐”며 “댐 안전 여부를 둘러싼 의문들이 하루속히 풀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내 최대 용수전용댐(식수댐)인 청도 운문댐이 새고 있다. 댐 몸체 중심부분(코어)의 점토층에 부분침하가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미세한 공간을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사실로 밝혀진 것. 이는 최근 지속된 가뭄으로 댐 저수율이 10∼20%로 크게 떨어지면서 지역 언론의 ‘누수 의혹’ 보도가 잇따르는 등 운문댐 문제가 공론화되자 대구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3명(백승홍 이해봉 박승국)이 긴급조사단을 구성, 7월9일 진상조사에 나섬으로써 드러났다. 누수가 지난 98년부터 많게는 하루 1300t, 적게는 400t씩 다량으로 이뤄진 데다 댐 구조물의 침하 발생이 국내 댐 역사상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93년 완공된 운문댐은 대구시 일부와 경산 영천 청도 등 4개 시-군 80여만명의 주민에게 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상수원. 댐 전문가들은 “통상 댐은 50년 가량의 수명을 고려해 설계되지만 사실상의 수명은 거의 반영구적”이라고 귀띔한다. 그렇다면 완공된 지 불과 7년밖에 안 된 댐에 어떻게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을까.
“98년 운문댐이 첫 만수가 된 이후 수압에 의해 댐 중심부 점토층이 다져지는 과정에서 예상 밖의 불균질 상태가 발생했다. 시공 당시 누수 차단 역할을 해야 할 점토층에 기준치 이상의 자갈이 섞여 물이 빠져나갈 빈틈이 생겼던 것이다. 또 장기간 만수위를 유지한 탓에 점토층이 지나치게 물러져 과다하게 누수된 것 같다.”
운문댐 관리기관인 수자원공사는 99년 7월부터 지난 4월 말까지 (재)한국건설안전기술원에 용역의뢰해 실시한 이같은 운문댐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비밀에 부쳐오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 조사단에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가 운문댐의 ‘이상’을 맨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98년 6월. 당시 댐 몸체의 하류측 정상부분에 직경 1.7m, 깊이 0.7m의 반원형 함몰이, 같은해 10월엔 댐 몸체 정상 중앙부에 직경 1.2m, 깊이 2.5m의 원통형 함몰이 각각 발생했다는 것. 통상적인 기준치(허용 누수량)인 하루 200t을 훨씬 넘는 과다한 누수현상도 이때부터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두 차례나 발생한 침하현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관계기관과 댐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걱정을 끼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사측은 이미 2년 전부터 댐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부실시공 징후를 알아채고도 정밀안전진단을 1년 뒤인 99년으로 미룬 데 대해 공사측은 “문제를 발견한 98년 당시 내부적으로 전문팀을 구성해 원인파악을 했으며 댐 하자보수기간 만료(2001년 4월) 전에 시설물 점검을 하기 위해 행정적 절차를 밟다 보니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색한 변명과 달리, 현재 수자원공사와 댐 시공사인 삼부토건㈜측은 이 진단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댐 전문 보수업체인 HBI사에 보수보강공사를 의뢰, 지난 5월부터 최신 천공장비로 수직으로 댐 중앙부분을 뚫어 특수점토를 채워넣는 ‘컴팩션 그라우팅’(Compaction Grouting)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댐 주변지역 주민들은 이 공사를 댐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단순 공사로 막연히 추측했을 뿐 댐 몸체 이상에 따른 보강공사라는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댐의 부실을 원천적으로 덮으려는 공사측의 은폐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댐 관리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98년 태풍 ‘예니’의 내습과 최대 홍수위(152.6m)에 근접할 정도의 집중호우로 댐물이 넘쳐 하류지역 농경지 침수피해를 본 청도군이 지난해 홍수를 우려해 댐에 수위조절용 수문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공사측은 ‘식수댐엔 본래 수문을 설치하지 않으며, 설치하지 않아도 안전엔 지장이 없다’고 무시하다 가뭄과 누수로 수위가 대폭 낮아진 올해 5월에야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부랴부랴 수문을 설치한 것.
7월13일 현재 운문댐 저수율은 10.4%. 수위가 용수 공급 가능 수위인 122m(만수위는 해발 150m) 언저리를 맴돌 정도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48t이 누수된 7월9일 이후 누수는 곧 멈췄지만 댐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 상태였다. 실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하루 유효 저수량도 3.9%에 불과한 실정. 이는 93년 담수 시작 이래 최저치다.
박정기 운문댐관리단장은 “댐체 보수보강공사가 완료되면 댐의 안전을 믿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번 공사로 당초 설계 및 시공 때보다 댐의 안전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며 댐이 곧 제 기능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 7월14일 ‘주간동아’가 한나라당 백승홍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운문댐 부실시공 원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운문댐은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급으로 평가돼 댐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지침’에 따르면 D급은 안정성 평가 5등급(A∼E) 중 댐의 사용제한 여부마저 판단해야 할 만큼 댐에 큰 문제가 생긴 상태. E급의 경우는 댐 사용을 즉각 금지해야 한다. 운문댐은 설계 및 시공단계부터 ‘원초적 부실’을 안고 있었다는 얘기다.
“코어 부분의 시추조사 결과 점토가 대부분이어야 할 시료(코어 재료)에서 사용돼선 안 될 풍화토와 풍화암이 발견됐다. 또 시방서엔 코어의 자갈 함유량을 평균 2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실제 진단 결과 최대 자갈 함유량이 무려 56%에 달했다. 불량재료를 사용한 부실시공이 아니고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승홍 의원의 분석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운문댐 시공사는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멀리서 양질의 재료를 구하는 대신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댐 공사장 주변의 흙을 댐 재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백의원은 또 “조사 결과 최대 누수량도 만수위시 하루 2100t으로 일반적인 기준치인 200t을 1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 최대 1300t이 누수됐다는 수자원공사의 주장은 잘못으로 드러났다. 또 담수기간 중엔 수위 상승을 하루 30cm 정도로 제한해 담수가 서서히 이뤄지게 해야 하는데도 집중호우시 하루 4m까지 수위가 급상승하도록 방치해 과도한 수압에 따른 댐의 침하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조사보고서는 또 댐 축조 당시 간극수압계, 층별침하계 등 측정계기를 일정 위치에 매설해 계기의 기록을 토대로 댐 축조과정을 관찰하며 완벽시공을 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댐 관리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밝혀내고 있다. 결국 운문댐은 설계, 시공, 감리, 감독, 관리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총체적 부실’의 결과물로 판명된 셈이다.
이에 대해 삼부토건 관계자는 “댐 축조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자갈과 풍화토 등이 포함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의성은 없으며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보수보강공사가 7월 말에 완료되면 효과 테스트를 실시하는데 이때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댐의 안전과 사용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운문댐관리단은 95년 5월 통수 이래 처음으로 용수공급량을 감축했다. 현재 운문댐의 일일 용수 공급량은 17만t에서 10만t으로 줄었다. 관리단은 이미 지난 6월 운문댐 물을 용수로 공급받고 있는 대구시 등 4개 지자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가뭄으로 용수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었다. 운문댐의 용수 공급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
이현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7월12일부터 3일간 운문댐 물을 공급받아온 일부 정수장의 급수구역을 밀양강 동창천 수계인 운문댐 대신 낙동강 수계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마쳤다. 현재 다른 댐의 저수량이 남아 있어 당장 급수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본부장은 그러나 “운문댐 용수의 하루 공급량이 8만3000t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수계조정으로도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없는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 때문에 다른 댐들의 저수량도 예년에 비해 급감한 상태여서 향후 강우량의 정도에 따라선 제한급수 등 극심한 용수난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과연 운문댐은 앞으로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 1400억원이란 거액을 들인 문제투성이 댐을 둘러싼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