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의) 55~65% (수준으로) 올린다고??? LPG차 허가 내줘 연료비 아끼려는 사람들 차 사게 해놓고 이제 와서 올린다고… 너희들 참 ××놈 심보다.”(박정인)
“…힘없는 서민의 연료에 손대며 에너지 과소비 어쩌구…. 우리가 언제 과소비를 했단 말인가. 애꿎은 서민 주머니 털지 마라.”(잠 못 이루는 어느 섬 사람)
산업자원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을 통해 LPG값을 최고 2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의 일이다.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네티즌들이 산자부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란에 LPG 가격 인상 반대 의견을 험악하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개편안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7월14일 허준호씨는 산자부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란에 “1000만원대 경유-LPG차 타는 사람이 무슨 서민이라고 이렇게 난리냐”며 경유와 LPG값 인상에 찬성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산자부 직원으로 매도당했다. 에너지 가격 개편을 둘러싼 이해를 조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연히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반응.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을 담당하는 산자부 자원정책과 김선민 사무관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제출한 개편안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안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는데 경유 및 LPG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볼 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정부는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조정함으로써 에너지간 가격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입장. 아울러 유종별 가격구조 개선에 따른 세수 증대분을 활용해 영업용 택시 버스 화물자동차 등의 비용 상승분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선민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연료간 세 부담을 균등하게 하고 연료 및 그 연료를 쓰는 계층의 특성을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PG 가격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서 경유 및 LPG 차량 보유자 못지않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자동차업계. LPG 연료용 RV(레저용 차량)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자동차 내수 시장이 급격히 회복되면서 외환위기를 넘겼던 업계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7월12일 현재의 휘발유값(ℓ당 1279원)을 9.5% 내리고 휘발유 경유 LPG 가격 비율을 100(1157원) 대 60(694) 대 35(405)로 조정해줄 것을 청와대 및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하기도 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에너지간 가격 체계 개편은 이미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정부의 개편안은 업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부장은 “경유 및 LPG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의 증대, 유류 유통시장의 혼란은 물론 세계적인 수요 급증 추세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다목적차량(MPV)의 국내 생산기반 와해로 자동차업계의 경영 악화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장했다.
최근 RV의 계약 현황을 보면 자동차업계의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적으로 출시된 RV 가운데 카니발을 제외한 모든 차종이 최근 계약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 미니밴 트라제XG의 경우 7월 들어 10일까지 1019대의 계약을 받아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24.6%의 감소를 보였다. 기아의 경우 카렌스는 21.2%, 카스타는 18.9% 감소했다. 대우 역시 레조의 계약이 29.6%나 줄었다.
다만 올 7월에 처음 나온 현대차의 싼타페는 7월10일까지 2125대가 계약돼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는 승용 개념에 SUV(스포츠용 차) 개념을 혼합해 만든 새로운 개념의 RV여서인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LPG값 인상 방침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의 카니발이 LPG값 인상 방침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카니발에는 외환위기 때 나온 RV 가운데 유일하게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있기 때문. LPG값 인상 방침이 전해진 이후 LPG 차량 수요가 디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7월 들어 10일까지 카니발 계약은 2266대를 기록, 오히려 전월 같은 기간 대비 42.3%나 증가했다. 이중 상당수가 디젤엔진 차량으로 평소 55% 내외이던 카니발의 디젤엔진 계약 비율이 7월 들어 64%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카니발의 마케팅 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아는 98년 1월 카니발을 처음으로 출고하면서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그러다 신차 출고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인 다음해 4월 LPG 엔진 카니발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고객들에게 값싼 연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기아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니발은 첫 출고 이후 올 6월 말까지 13만1906대나 팔려 카렌스 카스타 등과 함께 ‘제2의 봉고 신화’를 이끈 ‘카 3총사’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문제는 디젤엔진 차량의 증가가 환경오염을 배가시킨다는 점. 그렇지 않아도 현재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4.3%에 불과한 버스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가 자동차 공해의 46.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교통공해과 심무경 사무관은 “LPG와 경유의 상대가격 차가 별로 없으면 LPG 차량을 선택하던 사람들이 가솔린이 아닌 경유 차량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는 환경을 더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 비율이 100 대 75 대 60 정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 알려진 대로 디젤엔진은 큰 회전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가솔린 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매연을 많이 방출한다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 등 선진 메이커에서는 디젤엔진의 이런 고질적인 약점을 개선한 진보된 디젤엔진을 개발해 보편화한 상태. 전자제어방식을 통해 배출 가스를 대폭 개선한 커먼레일 분사방식을 이용한 디젤엔진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의 디젤엔진 기술 수준이 선진 업체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가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현재 커먼레일 기술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대차의 장담과는 달리 그때 가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 기아차의 경우 카니발 디젤엔진에 신기술을 적용하긴 했지만 작년 10월 급가속 초기에 발생하는 과다한 매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기아측의 설명과 달리 아직도 고객의 불만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카니발 디젤엔진에 신기술을 채용하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들도 이 점을 시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업계의 LPG값 인상 반대 주장은 현실에만 안주해 당장의 판매에만 급급하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이 주류”라면서 “특히 디젤엔진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3, 4년 후부터는 유럽 등지에 자동차를 수출할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는데도 LPG값 인상 반대 목소리나 내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업계의 주장에 ‘억지’가 포함돼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96년 말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00년 1월1일부터 7~10인승 승합차를 승용차로 분류하기로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 이렇게 되면 저렴한 유지비와 낮은 자동차세 등 7~10인승 RV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현행법상 승용차에는 디젤 및 LPG 엔진을 장착할 수 없고, 승용차는 승합차보다 자동차세가 훨씬 무겁다(상자기사 참조).
따라서 자동차 개발에 보통 3년 안팎의 기간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외환위기 이후 나온 RV의 경우 법적으로 제작,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시점부터 생산을 목표로 개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자동차업계가 고객을 볼모로 로비를 통해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동차업계의 의도대로 작년 말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시행시기가 1년간 유예됐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자동차업계였다. 반면 앞에서 인용한 허준호씨 주장처럼 사회적 형평성 문제는 계속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값싼 LPG 연료를 쓰기 위해 LPG엔진으로 불법 개조, 결과적으로 정부가 탈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은 대체로 방향은 잘 잡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곧 달러인 우리 상황에서 이번 개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PG 국제가격이 현재 t당 310달러로 작년 같은 무렵의 t당 180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올라 이제는 도입단가가 원유보다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LPG를 지나치게 싸게 사용해왔다”면서 “국제적인 수급 동향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는 가솔린과 LPG의 공적부담금(세금)을 균등하게 하고 대신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의 주장이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경엽 박사는 “자동차업계에서는 매년 10%씩 내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을 물고늘어지지만 길게 보면 자동차업계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박사는 그 근거로 “정부가 자동차세 인하를 통해 보유단계 비용은 줄이고 에너지 가격 개편을 통해 운행단계 부담을 늘렸기 때문에 자동차 보유자들의 실부담은 과거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자동차업계의 주장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근 들어 RV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용 연료로 LPG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 네덜란드 정도이기 때문에 LPG엔진 RV는 수출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는 LPG값 인상으로 국내에서 ‘손쉽게’ 장사할 수 있는 기반을 잃었다고 떼를 쓸 게 아니라 진보된 엔진 기술 확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힘없는 서민의 연료에 손대며 에너지 과소비 어쩌구…. 우리가 언제 과소비를 했단 말인가. 애꿎은 서민 주머니 털지 마라.”(잠 못 이루는 어느 섬 사람)
산업자원부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을 통해 LPG값을 최고 2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의 일이다. 정부의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네티즌들이 산자부 인터넷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란에 LPG 가격 인상 반대 의견을 험악하게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개편안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7월14일 허준호씨는 산자부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란에 “1000만원대 경유-LPG차 타는 사람이 무슨 서민이라고 이렇게 난리냐”며 경유와 LPG값 인상에 찬성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산자부 직원으로 매도당했다. 에너지 가격 개편을 둘러싼 이해를 조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연히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반응.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을 담당하는 산자부 자원정책과 김선민 사무관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제출한 개편안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안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는데 경유 및 LPG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볼 계층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정부는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조정함으로써 에너지간 가격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입장. 아울러 유종별 가격구조 개선에 따른 세수 증대분을 활용해 영업용 택시 버스 화물자동차 등의 비용 상승분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김선민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연료간 세 부담을 균등하게 하고 연료 및 그 연료를 쓰는 계층의 특성을 고려해 인상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LPG 가격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서 경유 및 LPG 차량 보유자 못지않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자동차업계. LPG 연료용 RV(레저용 차량)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자동차 내수 시장이 급격히 회복되면서 외환위기를 넘겼던 업계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7월12일 현재의 휘발유값(ℓ당 1279원)을 9.5% 내리고 휘발유 경유 LPG 가격 비율을 100(1157원) 대 60(694) 대 35(405)로 조정해줄 것을 청와대 및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하기도 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에너지간 가격 체계 개편은 이미 예고된 일이긴 하지만 정부의 개편안은 업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부장은 “경유 및 LPG 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의 증대, 유류 유통시장의 혼란은 물론 세계적인 수요 급증 추세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다목적차량(MPV)의 국내 생산기반 와해로 자동차업계의 경영 악화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며 주장했다.
최근 RV의 계약 현황을 보면 자동차업계의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경쟁적으로 출시된 RV 가운데 카니발을 제외한 모든 차종이 최근 계약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 미니밴 트라제XG의 경우 7월 들어 10일까지 1019대의 계약을 받아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24.6%의 감소를 보였다. 기아의 경우 카렌스는 21.2%, 카스타는 18.9% 감소했다. 대우 역시 레조의 계약이 29.6%나 줄었다.
다만 올 7월에 처음 나온 현대차의 싼타페는 7월10일까지 2125대가 계약돼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는 승용 개념에 SUV(스포츠용 차) 개념을 혼합해 만든 새로운 개념의 RV여서인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LPG값 인상 방침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의 카니발이 LPG값 인상 방침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카니발에는 외환위기 때 나온 RV 가운데 유일하게 디젤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있기 때문. LPG값 인상 방침이 전해진 이후 LPG 차량 수요가 디젤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7월 들어 10일까지 카니발 계약은 2266대를 기록, 오히려 전월 같은 기간 대비 42.3%나 증가했다. 이중 상당수가 디젤엔진 차량으로 평소 55% 내외이던 카니발의 디젤엔진 계약 비율이 7월 들어 64%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런 점에서 업계에서는 카니발의 마케팅 전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기아는 98년 1월 카니발을 처음으로 출고하면서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그러다 신차 출고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인 다음해 4월 LPG 엔진 카니발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고객들에게 값싼 연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기아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니발은 첫 출고 이후 올 6월 말까지 13만1906대나 팔려 카렌스 카스타 등과 함께 ‘제2의 봉고 신화’를 이끈 ‘카 3총사’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문제는 디젤엔진 차량의 증가가 환경오염을 배가시킨다는 점. 그렇지 않아도 현재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4.3%에 불과한 버스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가 자동차 공해의 46.7%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교통공해과 심무경 사무관은 “LPG와 경유의 상대가격 차가 별로 없으면 LPG 차량을 선택하던 사람들이 가솔린이 아닌 경유 차량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는 환경을 더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 비율이 100 대 75 대 60 정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 알려진 대로 디젤엔진은 큰 회전력을 발휘하긴 하지만 가솔린 엔진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매연을 많이 방출한다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유럽 등 선진 메이커에서는 디젤엔진의 이런 고질적인 약점을 개선한 진보된 디젤엔진을 개발해 보편화한 상태. 전자제어방식을 통해 배출 가스를 대폭 개선한 커먼레일 분사방식을 이용한 디젤엔진 기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의 디젤엔진 기술 수준이 선진 업체에 비해 상당히 뒤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가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현재 커먼레일 기술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대차의 장담과는 달리 그때 가봐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 기아차의 경우 카니발 디젤엔진에 신기술을 적용하긴 했지만 작년 10월 급가속 초기에 발생하는 과다한 매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기아측의 설명과 달리 아직도 고객의 불만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카니발 디젤엔진에 신기술을 채용하는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들도 이 점을 시인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업계의 LPG값 인상 반대 주장은 현실에만 안주해 당장의 판매에만 급급하겠다는 태도가 엿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이 주류”라면서 “특히 디젤엔진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3, 4년 후부터는 유럽 등지에 자동차를 수출할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는데도 LPG값 인상 반대 목소리나 내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동차업계의 주장에 ‘억지’가 포함돼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96년 말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00년 1월1일부터 7~10인승 승합차를 승용차로 분류하기로 확정한 상태였기 때문. 이렇게 되면 저렴한 유지비와 낮은 자동차세 등 7~10인승 RV의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현행법상 승용차에는 디젤 및 LPG 엔진을 장착할 수 없고, 승용차는 승합차보다 자동차세가 훨씬 무겁다(상자기사 참조).
따라서 자동차 개발에 보통 3년 안팎의 기간이 요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외환위기 이후 나온 RV의 경우 법적으로 제작, 판매가 허용되지 않은 시점부터 생산을 목표로 개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자동차업계가 고객을 볼모로 로비를 통해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동차업계의 의도대로 작년 말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시행시기가 1년간 유예됐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자동차업계였다. 반면 앞에서 인용한 허준호씨 주장처럼 사회적 형평성 문제는 계속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값싼 LPG 연료를 쓰기 위해 LPG엔진으로 불법 개조, 결과적으로 정부가 탈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에너지간 상대가격 구조 개편은 대체로 방향은 잘 잡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곧 달러인 우리 상황에서 이번 개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LPG 국제가격이 현재 t당 310달러로 작년 같은 무렵의 t당 180달러에 비해 엄청나게 올라 이제는 도입단가가 원유보다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LPG를 지나치게 싸게 사용해왔다”면서 “국제적인 수급 동향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는 가솔린과 LPG의 공적부담금(세금)을 균등하게 하고 대신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의 주장이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경엽 박사는 “자동차업계에서는 매년 10%씩 내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정책을 물고늘어지지만 길게 보면 자동차업계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박사는 그 근거로 “정부가 자동차세 인하를 통해 보유단계 비용은 줄이고 에너지 가격 개편을 통해 운행단계 부담을 늘렸기 때문에 자동차 보유자들의 실부담은 과거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자동차업계의 주장대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최근 들어 RV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용 연료로 LPG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 네덜란드 정도이기 때문에 LPG엔진 RV는 수출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는 LPG값 인상으로 국내에서 ‘손쉽게’ 장사할 수 있는 기반을 잃었다고 떼를 쓸 게 아니라 진보된 엔진 기술 확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