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중진 의원들은 다 찬성할 걸요?”(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측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 미묘한 파문이 형성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회창 총재와 중진 의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활로가 트인다고 보는 대부분의 중진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이총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단 논쟁의 예봉(銳鋒)은 접혔지만, 개헌론은 조용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조약돌 역할을 했다. 개헌론이 재차 핵심 논점으로 떠오를 경우 한나라당이 일대 논쟁에 휩싸이는 것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7월14일 “총재가 개헌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이총재는 개헌 문제에 숨어 있는 ‘파괴력’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 발언이 쏟아지고 나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에서는 개헌 문제에 대한 어떤 심도 깊은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 정무팀이나 여의도 연구소 등 각종 기획작업을 진행하는 곳에서도 개헌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보고서가 올라가지 않았던 듯하다. 당연히 이총재도 개헌에 대한 원칙이나 일정 등에 대해 입장 정리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상황과 관계없이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개헌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사람은 한나라당 비주류의 리더인 김덕룡 의원. 김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개헌론에 불을 댕겼다. 김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개헌 논의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개헌 분위기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김의원이 이처럼 적극적인 개헌론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과거부터의 소신 탓이기도 하지만, 야당 비주류라는 정치적 위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상자기사 참조).
이부영 부총재도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김의원과 생각이 다르다. “정상회담과 개헌은 모두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인데 지금 거론하면 둘 다 뒤틀릴 수 있다.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내년 정도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것. 박근혜 부총재도 정책의 일관성이나 권력 분산 측면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병렬 부총재는 오래 전부터 5년 단임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한때 “지역갈등 해소 차원에서 내각제도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최부총재의 한 측근은 “최부총재는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단임제의 최대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와 정-부통령제가 권력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맥이 통하고 있어 최부총재 또한 개헌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홍사덕 국회부의장이나 강재섭 부총재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부의장은 “헌법 때문에 잘못되는 일이 없는데 왜 헌법을 뜯어고치나. 헌법을 자주 고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개헌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또한 “굳이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에 정-부통령제로 해야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개헌 반대 입장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의례적인 수사(修辭)일 수도 있다. 강부총재는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정-부통령제 도입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 캠프는 최근 개헌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심을 갖고 있다. “총재는 여권이 개헌 논의를 너무 정략적으로 다룬다고 보고 있다. 여권은 2002년 대선과 관련해 어떻게든 현재의 구도를 변화시킬 만한 변수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여권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은 재집권을 위한 수순일 수 있다”(정태윤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 차장)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지역감정이 해소된다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에게 모든 힘이 실리지 부통령이 무얼 할 수 있나”(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등의 언급이 이총재 쪽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총재 진영의 이런 상황 인식은 자연 ‘개헌불가론’으로 연결되고 있다. 유승민 소장은 “현행대로 2002년 선거를 치르는 것이 일차 목표다. 굳이 개헌을 하려면 국회나 중립적인 위원회 등을 만들어 차기가 아닌 차차기 대선을 목표로 개헌 작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도 “2002년 선거는 지금대로 치르고 다음 정권에서 개헌 작업을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당선 1년 안에 개헌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 등을 약속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이후 이총재는 득을 본 것이 별로 없다.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면 정-부통령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비쳐 “두 번 해먹겠다는 말이냐”라거나 “남에게 (권력을) 나눠주기 싫다는 말이군” 등등의 비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참모들은 “여권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가기 위해 정-부통령제를 내세운 개헌논의를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개헌 논의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최근 이총재 쪽의 주된 기류다.
그러나 이총재 진영 내부에서도 일부 인사들은 개헌 논의에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빠른 시일 내 개헌에 대한 총재의 원칙과 비전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마냥 침묵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거나 “단순히 권력구조 문제만 아니라 권력운용 방식 등까지 포괄해 제대로 계획을 세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 것.
아무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문제가 한나라당에서 자연스럽게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놓고 한나라당 내부에 미묘한 파문이 형성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회창 총재와 중진 의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활로가 트인다고 보는 대부분의 중진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이총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일단 논쟁의 예봉(銳鋒)은 접혔지만, 개헌론은 조용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 조약돌 역할을 했다. 개헌론이 재차 핵심 논점으로 떠오를 경우 한나라당이 일대 논쟁에 휩싸이는 것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7월14일 “총재가 개헌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이총재는 개헌 문제에 숨어 있는 ‘파괴력’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 발언이 쏟아지고 나서야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에서는 개헌 문제에 대한 어떤 심도 깊은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 정무팀이나 여의도 연구소 등 각종 기획작업을 진행하는 곳에서도 개헌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보고서가 올라가지 않았던 듯하다. 당연히 이총재도 개헌에 대한 원칙이나 일정 등에 대해 입장 정리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상황과 관계없이 한나라당에서는 이미 개헌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주장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사람은 한나라당 비주류의 리더인 김덕룡 의원. 김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개헌론에 불을 댕겼다. 김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개헌 논의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개헌 분위기 확산에 박차를 가했다. 김의원이 이처럼 적극적인 개헌론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과거부터의 소신 탓이기도 하지만, 야당 비주류라는 정치적 위치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상자기사 참조).
이부영 부총재도 4년 중임, 정-부통령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김의원과 생각이 다르다. “정상회담과 개헌은 모두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인데 지금 거론하면 둘 다 뒤틀릴 수 있다.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한 내년 정도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것. 박근혜 부총재도 정책의 일관성이나 권력 분산 측면에서 개헌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병렬 부총재는 오래 전부터 5년 단임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한때 “지역갈등 해소 차원에서 내각제도 생각해 봄직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최부총재의 한 측근은 “최부총재는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단임제의 최대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와 정-부통령제가 권력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맥이 통하고 있어 최부총재 또한 개헌에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홍사덕 국회부의장이나 강재섭 부총재는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부의장은 “헌법 때문에 잘못되는 일이 없는데 왜 헌법을 뜯어고치나. 헌법을 자주 고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개헌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또한 “굳이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에 정-부통령제로 해야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개헌 반대 입장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의례적인 수사(修辭)일 수도 있다. 강부총재는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정-부통령제 도입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 캠프는 최근 개헌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심을 갖고 있다. “총재는 여권이 개헌 논의를 너무 정략적으로 다룬다고 보고 있다. 여권은 2002년 대선과 관련해 어떻게든 현재의 구도를 변화시킬 만한 변수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여권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은 재집권을 위한 수순일 수 있다”(정태윤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 차장)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지역감정이 해소된다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에게 모든 힘이 실리지 부통령이 무얼 할 수 있나”(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등의 언급이 이총재 쪽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총재 진영의 이런 상황 인식은 자연 ‘개헌불가론’으로 연결되고 있다. 유승민 소장은 “현행대로 2002년 선거를 치르는 것이 일차 목표다. 굳이 개헌을 하려면 국회나 중립적인 위원회 등을 만들어 차기가 아닌 차차기 대선을 목표로 개헌 작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도 “2002년 선거는 지금대로 치르고 다음 정권에서 개헌 작업을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당선 1년 안에 개헌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것 등을 약속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이후 이총재는 득을 본 것이 별로 없다.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면 정-부통령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비쳐 “두 번 해먹겠다는 말이냐”라거나 “남에게 (권력을) 나눠주기 싫다는 말이군” 등등의 비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참모들은 “여권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가기 위해 정-부통령제를 내세운 개헌논의를 띄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개헌 논의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최근 이총재 쪽의 주된 기류다.
그러나 이총재 진영 내부에서도 일부 인사들은 개헌 논의에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빠른 시일 내 개헌에 대한 총재의 원칙과 비전을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마냥 침묵할 경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거나 “단순히 권력구조 문제만 아니라 권력운용 방식 등까지 포괄해 제대로 계획을 세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 등이 나오고 있는 것.
아무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문제가 한나라당에서 자연스럽게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