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테오젠이 한국 최초 글로벌 파마가 될 걸로 예상합니다. 현재 피하주사 제형으로 출시된 항암제의 임상 결과를 보면 기존 정맥주사 제형보다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원료가 같아도 투약 경로 변경만으로 유효성과 부작용이 개선된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유효성은 높지만 부작용 이슈도 있는 약물은 피하주사 제형을 검토할 겁니다. 그럴 때 앞선 독점계약으로 할로자임과 계약이 불가한 기업은 알테오젠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제를 사용해 정맥주사 제형(IV)을 피하주사 제형(SC)으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 기술 ‘ALT-B4’를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기술력을 가진 곳은 미국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기업뿐이며, 알테오젠은 2018년 7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ALT-B4 기술을 확보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미국 빅파마 머크(MSD)와 ALT-B4 기술수출 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변경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스타 기업이 됐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 [지호영 기자]
9월 임상 3상 결과 발표 주목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일찍부터 알테오젠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톱픽(최선호주)으로 추천해 주목받고 있는 애널리스트다.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신약개발팀에서 근무하다 2021년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엄 연구위원을 7월 26일 만나 알테오젠의 주가 상승 이유와 ‘제2 알테오젠’이 될 기업 등에 관해 물었다.
글로벌 신약 개발 트렌드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력은 어떻게 연결되나.
“지난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지만 현재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합병(M&A) 비중을 보면 항암제가 전체의 48%에 이른다. 그중 규모가 큰 M&A 2건이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에서 나왔는데, 국내에서도 리가켐바이오가 지난해 12월 존슨앤드존슨(얀센)과 2조2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이 뜨겁게 반응했다. 또 M&A 2위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에이비엘바이오가 2022년 사노피와 1조3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성과를 잘 냈다. 지금 알테오젠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매출액이 큰 제품(면역항암제 키트루다)과 관련해 특허를 방어하면서 편의성을 돕고 유효성과 부작용은 개선하는 역할을 하며 주목받고 있다.”
목표주가를 30만 원으로 제시했던 알테오젠 주가가 왜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나.
“올해 머크 매출액이 80조 원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키트루다 매출액만 40조 원이다. 그런데 머크가 전체 키트루다 매출액의 50%를 2027~2028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하주사 제형 매출만 연간 20조 원이다. 알테오젠은 비공개했지만 경쟁사 할로자임과 동일하게 로열티를 5%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출액이자 영업이익이 연 1조 원씩 들어오는 것이다. 현재 할로자임은 PER(주가수익비율)이라고 하는 멀티플을 22배 적용받고 있는데, 이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1개 제품 가치만으로 기업가치 22조 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목표주가 30만 원, 시총 15조 원으로 할인한 것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3상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2028년 키트루다 특허가 만료됐을 때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매출액이 발생하는 시점부터는 할인 요인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트리거가 9월 23일 임상 3상 발표일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하나만으로도 주당 40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그래프 참조).”
피하주사 제형 기술의 놀라운 포텐셜
2021년 알테오젠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석사를 마치고 전통 제약사 신약개발팀에서 6년간 제형 연구를 했다. 이후 애널리스트로 기업분석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형 개발 기업에 관심이 많이 갔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셀트리온, 유한양행을 톱픽으로 하는 애널리스트가 많았지만 제약회사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크고 제네릭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레드오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등 플랫폼 바이오 기업 탐방을 다니면서 ‘실질적으로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고민했다. 물론 알테오젠이 주목받기까지 3년이 걸리면서 중간에 시총이 1조3000억 원 가까이 빠져 원망도 들었고 ‘내 생각이 틀렸나’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더 많이 공부하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
알테오젠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피하주사 제형 기술의 포텐셜이 어마어마해서다. 5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임상 결과로 존슨앤드존슨(얀센)이 하고 있는 렉라자·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 병용 요법을 꼽았다. 이게 부작용이 많은 제품인데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했더니 사망 위험률이 28%, 부작용이 54%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걸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적용하면 유효성은 높지만 부작용을 가진 약물로 확대할 수 있다. 정상 세포가 아닌 종양 세포만 표적해 사멸하도록 설계된 기술인 ADC 항암제도 1세대의 경우 정상 세포도 공격받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여전히 허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1세대 ADC 항암제 엔허투를 판매하는 다이이치산쿄가 최근 IR 자료를 통해 치료 부분 개선을 예고했는데 이것이 피하주사 제형을 얘기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알테오젠과 계약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머크가 알테오젠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할로자임은 이미 머크 경쟁사 BMS의 옵디오와 독점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엔허투의 타깃 바이오마커인 허투(HER2)와 관련해서도 할로자임은 이미 로슈와 독점계약이 돼 있다. 엔허투는 지금 연매출이 20조 원으로, 그중 보수적으로 80%만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해도 연매출이 15조 원이고, 거기서 5% 로열티를 받으면 7000억~8000억 원이다. 이렇게 되면 알테오젠은 키트루다와 엔허투만으로 연 2조에 가까운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지난해 삼바와 셀트리온 합산 영업이익이 2조 원이 안 된다. 그런데 시총은 삼바 55조 원, 셀트리온 40조 원이다. 알테오젠 시총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 장벽이 그렇게 높은가.
“어렵다기보다 특허가 중요하다. 키트루다로 연 40조 원 매출을 일으키는 머크도 알테오젠의 특허를 피해서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제2 알테오젠’은 한올바이오파마
‘제2 알테오젠’을 추천한다면.
“한올바이오파마(한올)는 과거 바토클리맙이라는 제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을 진행하다 콜레스테롤 상승 부작용 때문에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부작용 이슈가 해소된 두 번째 후속 물질을 내놓았는데 2022년 5월 당시 기준으로 전 세계에 경쟁사가 알제넥스, 얀센 두 곳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알제넥스가 한올처럼 부작용 없는 물질로 FDA 승인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적용되는 질병은 대부분 동일한 기전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알제넥스는 지난해 11~12월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임상, 천포창 임상에 연속 실패하면서 시총이 4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그런데 이 분야에 갑자기 이뮤노반트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이뮤노반트는 한올의 미국 파트너사로 미국, 유럽, 캐나다, 남미에 대한 판권을 샀다. 알제넥스가 임상에 실패한 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빅파마 M&A 설문조사를 했을 때 머크, 화이자, 노바티스, 리제네론에 인수합병될 기업으로 이뮤노반트가 각각 2~6위에 올랐다. 이뮤노반트는 한올 물질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회사인데 말이다. 한국 바이오 기업 가운데 최초 일이다. 또 지난해 9월 26일 부작용 없는 후속 물질에 대한 임상 결과가 나온 후로 목표주가가 상향되고 리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임상에 성공해 적응증을 확장하는 단계로, 2034년 이뮤노반트의 총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가 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내후년쯤 빅파마가 이뮤노반트를 인수하면 원래 알제넥스가 벌려고 했던 60억 달러(약 8조 원) 수준의 매출을 이뮤노반트가 일으킬 것이다. 그럼 한올은 15% 로열티만으로 연 1조 원 이상 현금을 받게 된다. 다만 한올이 왜 알테오젠 다음이냐면 임상 진척도가 알테오젠에 비해 2년가량 느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기업은.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퓨쳐켐, 펩트론은 만약 유럽·미국시장에 진출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는 바이오 의약품에 독성이 강한 항암제를 붙여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로만 보내는 ADC 기술력과 함께 항체와 항암제를 연결하는 링커가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효소에 의해서만 절단되게끔 하는 이중 안정장치 기술(콘주올)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기술이전 누적 규모가 8조7000억 원에 이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라고 하는 항암제 전문기업으로, 뇌 투과 플랫폼 기술력도 지녔다. 사노피와 1조3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사노피와 함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파킨슨병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가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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