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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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성윤을 기소할 수 있을까

李 진술서·공익신고자 신고서 비교해보니…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21-03-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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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억지춘향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을 넘겨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준비 부족을 이유로 사안을 원 수사기관인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재이첩했다. 기소 여부는 판단할 테니 수사 후 다시 이첩해달라는 ‘요상한’ 꼬리표를 달았지만, 이 지검장은 친정의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과 관련된 3인방 중 1명으로 꼽힌다. 3인방은 가짜 사건번호를 넣어 출국금지요청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 그 요청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도 집행을 허용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그리고 이 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출금 조치의 위법성에 대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의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들 뒤에 ‘더 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주장이 있지만 3인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야 추적할 수 있다.

    이성윤의 진술서 vs 공익 신고자 신고서

    3월 5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 외국인 정책본부장. [뉴시스]

    3월 5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 출석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 외국인 정책본부장. [뉴시스]

    여러 차례 수원지검의 소환을 거부한 이 지검장은 2월 26일 뒤늦게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지검장을 둘러싼 의혹은 1월 말 한 공직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따라서 이 지검장의 진술서와 해당 공직자의 신고서를 비교해보면, 그때 대검찰청과 안양지청 사이에 벌어진 일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은 진술서에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이규원 검사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 안양지청에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수원고검에 통보하지 못하게 지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썼다.

    두 달 먼저 작성된 공익 신고자 신고서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다. “안양지청 검사가 스피커폰으로 출입국 공무원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하자, 해당 공무원은 ‘검찰 부탁받고 (출국금지를)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그것을 알고 있느냐’고 했다. (중략) 그러자 법무부 검찰국, 대검 반부패부에서 ‘공무원을 전화 조사한 이유를 보고하라’며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반면, 이 지검장은 진술서를 통해 “안양지청의 2019년 6월 보고서는 안양지청 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했고, 통상적인 대검 보고 절차를 거쳐 ‘위 보고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안양지청에서 자체적으로 서울동부지검에 확인하라’는 취지로 지휘했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안양지청에서 하겠다는 대로 필요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안양지청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한 시기는 2019년 6월이고, 이를 확인한 대검 측 지시가 있었던 것은 7월이다. 그 후 안양지청은 ‘더는 (수사) 진행 계획이 없음’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수사 결과 보고서를 대검으로 보냈다. 이 지검장의 주장은 안양지청 스스로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2019년 7월 초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안양지청 수사팀에 ‘불법출금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수사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수사팀은 ‘수원고검이 관할 지검 검사장에게 이규원 검사 입건 지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까지 작성했지만 포기하고 대검 요구를 따랐다”는 공익 신고자 측 주장과 상반된다. 공익 신고자는 “인천국제공항의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이 김학의 정보를 불법 조회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서류 조작으로 긴급 출국금지를 했다”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이를 승인했고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보고받은 뒤 묵인한 정황이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선서가 부끄러웠다

    이 지검장은 진술서에서 “만일 대검이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면 최소한 검찰청법과 지침에 따라 이의 제기를 해야 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그 어떤 방법으로도 이의 제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익 신고자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는 “수사 중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앞으로 조사 과정에 협조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자책했다.

    “공익 신고 과정에서 ‘검사선서’를 읽어봤다.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러나 선서와 같은 사명감과 용기를 갖고 허위 공문서 작성, 불법 정보 조회 등 혐의를 규명해 단죄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사시 33회 동기인 윤석열과 이성윤은 ‘적과의 동침’처럼 대립하면서 공존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금, 검찰 안팎의 관심은 동기가 연이어 총장이 되느냐는 것이다. 한 기수에서 2명의 총장이 탄생한 경우는 2000년 이후 단 한 번(채동욱, 김진태)이었다. 검찰 내에서 이 지검장에게 놓인 길은 총장이 되는 것뿐. 후배 총장이 나오면 그 역시 사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 지검장 앞에 ‘안양지청 수사 중지 의혹’ 수사가 있다. 부하인 서울중앙지검 검사들로부터 배척받는 ‘검란’도 겪었다. 검찰 수사를 받은 이가 검찰 수장이 되는 것이 모순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윤석열이 떠난 후 이성윤의 운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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