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2006.06.27

환락의 도시 No, 가족 휴양지 Yes

美 라스베이거스 이미지 변신 한창 … 관광객·비즈니스맨 유치에 총력

  • 라스베이거스=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6-21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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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락의 도시 No, 가족 휴양지 Yes

    라스베이거스의 황홀한 야경.

    맥캐런 국제공항을 나서자마자 콧속으로 훅 끼쳐오는 열기. 낮 최고기온 37℃. 미국 네바다주 모하비사막 가운데에 자리한 라스베이거스의 한낮은 후끈 달아올라 있다. 비행기 창 너머로 내려다본 황량한 해발 1600m의 고원지대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 같다.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 하지만 밤이 되면 말 그대로 불야성(不夜城). 낮보다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음악에 맞춰 인공호수의 물줄기가 춤을 추는 벨라지오 호텔의 로맨틱한 분수쇼, 미라지 호텔의 역동적인 화산 분출쇼, 보물섬을 테마로 한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의 ‘Sirens of TI’ 등은 중심가인 ‘스트립’의 초대형 테마호텔들이 선사하는 공짜 볼거리들이다.

    그뿐인가. 구시가지인 ‘다운타운’의 프레몬트 스트리트에선 450m 거리를 뒤덮은 아치형 천장에 한국기업 LG CNS가 LED(발광 다이오드) 1250만 개를 붙여 만든 스크린을 통해 매일 밤 현란한 애니메이션 영상쇼가 펼쳐져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2005년 5월15일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라스베이거스. 도시의 관문인 공항 입국장에서부터 호텔과 도심 곳곳에 설치된 슬롯머신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도박의 수도’에서도 카지노는 점차 옛 영화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테마호텔 건설에 힘입어 라스베이거스가 세계 최고의 가족 휴양지 및 컨벤션 개최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볼거리·즐길 거리·숙소 3박자 완비



    라스베이거스의 변신을 견인하는 것은 단연 컨벤션이다. 2005년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관광객은 3820만 명. 이 중 16.4%인 630만 명이 컨벤션 참가를 위한 비즈니스맨과 동반 가족이었다. 참가자가 4만~5만 명에 달하는 라스베이거스 전자쇼(CES) 등 초대형 컨벤션만 1년에 7~8회 열린다. 연중 개최되는 크고 작은 컨벤션은 2005년의 경우 2만2000여 회. 6~7월에 가장 몰린다.

    라스베이거스는 관광청을 필두로 컨벤션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 컨벤션 관련 수입은 7조6000억원으로 7조4000억원인 카지노 수입을 앞질렀다. 향후 5년까지 컨벤션 일정이 잡혀 있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인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이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했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최근 나오기도 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컨벤션 유치를 통해 비즈니스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주된 원인은 최신식 컨벤션 센터를 갖춘 데다 고급 레스토랑, 카지노, 쇼 등의 볼거리가 밀집해 참석자들이 타 도시에 출장 갈 때와 달리 특별한 대접을 위해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반시설인 호텔도 하나같이 매머드급이다. 라스베이거스 전체 객실 수는 15만 개. 그럼에도 점유율이 연중 92%에 이른다. 해마다 늘고 있는 관광객과 컨벤션 참가자를 수용하기 위해 신규 호텔뿐 아니라 호텔식 콘도 건설도 한창이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을 단순한 숙박시설로 여기면 곤란하다. 공연장과 놀이시설, 쇼핑몰 등을 두루 갖춘 거대한 테마파크이기 때문. 최근 KBS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의 촬영지로 쓰인 시저스 팰리스 호텔은 고대 로마제국을 테마로 했다. SBS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였던 벨라지오 호텔은 럭셔리 호텔의 선두주자답게 로비 천장을 600만 달러짜리 유리꽃 조각으로 장식해 화려한 실내 정원과 더불어 방문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환락의 도시 No, 가족 휴양지 Yes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슬롯머신이 설치된 맥캐런 국제공항. 대자연의 장엄함을 일깨워주는 그랜드캐니언(왼쪽부터).

    베네시안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테마로 한 호텔. 베네치아 거리를 재현한 이곳에선 인공 운하에 손님을 태운 곤돌라가 떠다닌다. 게다가 정교하게 만든 인공 하늘은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할 만큼 진짜와 흡사하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외관을 장식한 룩소 호텔은 밤이면 피라미드의 꼭짓점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뉴욕 맨해튼의 축소판인 뉴욕뉴욕 호텔은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튼을 대표하는 12개의 빌딩을 실제 크기의 3분의 1로 재현해놓았다.

    개성이 넘치는 이들 호텔을 구경하는 데만도 며칠이 모자랄 지경. 그렇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이 4000석 규모의 전용극장인 ‘콜로세움’까지 마련할 정도로 신경을 쏟는 가수 셀린 디온의 공연, 벨라지오 호텔의 O쇼, MGM그랜드 호텔의 KA쇼,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뮤지컬 ‘맘마미아’ 등은 브로드웨이도 부럽지 않을 만한 공연들이다.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100여 종 2000마리가 넘는 해양동물을 관람할 수 있는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아쿠아리움 ‘샤크 리프’, 백호랑이와 백사자 등이 있는 미라지 호텔의 미니동물원 ‘시크릿 가든’을 찾아도 좋다.

    라스베이거스는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초대형 쇼핑몰인 포럼숍을 비롯, 호텔마다 명품 브랜드 매장을 갖추고 있다. 유명 브랜드 상품을 정상가의 30~8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아울렛 매장에도 120여 개의 상점이 입점해 있다.

    9월22일부터 대한항공 직항편 취항

    갖은 기교를 다 부린 듯한 인공미에 지칠 때쯤 찾아볼 만한 곳이 그랜드캐니언. 라스베이거스에서 480km 떨어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서울-부산 간 거리를 넘는 길이 445km, 최저 깊이 1.6km의 깎아지른 절벽 앞에 서면 대자연의 장엄함에 말문이 턱 막힌다. 콜로라도강의 거친 물살이 수백만 년에 걸친 침식작용 끝에 빚어낸 그랜드캐니언은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당일로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오려면 경비행기 투어가 제격. 경비행기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의 사우스 림(South Rim) 입구까지 간 뒤 셔틀버스로 이동하며 전망 포인트 두 곳을 둘러보는 코스다.

    현재 한국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려면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9월22일부터 주 3회 라스베이거스 직항편을 띄울 예정이어서 기존에 비해 3~4시간 단축된 11시간 정도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직항편. 라스베이거스 관련 정보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사이트(www.visitlasvegas. com)나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서울사무소(02-777-9282)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카지노를 뒤로하고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꿈꾸는 라스베이거스. 그 황홀한 야경에 투영된 인간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낮밤이 다른 ‘야누스의 도시’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인터뷰|테리 지진스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수석 부사장

    “한국은 중요 시장 … 비자 면제 승인 위해 노력”


    환락의 도시 No, 가족 휴양지 Yes
    “2004년 기준으로 6만8000여 명의 한국인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습니다. 한국은 2009년까지 43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관광청으로선 매우 중요한, 잠재력을 지닌 시장입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서울사무소 개소 6주년을 맞아 6월13일 방한한 테리 지진스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수석 부사장 (사진)은 “대한항공의 직항편 개설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라스베이거스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라스베이거스 관광청과 네바다주 관광청이 한국 관광객의 비자 면제 승인을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이날 대한항공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라스베이거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지속적인 공동 프로모션 실시 및 노선 판매 다각화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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