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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낙엽 지듯 프로야구 감독 퇴출

넥센 염경엽 자진 사퇴, 삼성 류중일·kt 조범현 재계약 실패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10-31 17: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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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정규시즌 종료 직후 KBO리그에는 혹독한 칼바람이 불었다. 9개 구단 가운데 5개 구단의 감독이 교체됐다. 한국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이름이던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최고 명장으로 꼽히던 김응용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동시에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났다. SK 와이번스는 이만수 감독과 작별했고, 롯데 자이언츠는 프런트와 현장 코칭스태프의 극심한 갈등 속에서 김시진 감독이 조용히 물러났다. 두산 베어스의 재일교포 출신 송일수 감독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다른 사령탑과 달리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팀을 떠난 감독은 5위부터 9위까지 팀의 사령탑이었다. 4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이 주어지던 해였다. 가을야구 진출 실패에 대한 문책은 매우 엄중했다.

    2년이 지난 2016년, 더 큰 바람이 불고 있다. 최하위 후보에서 팀을 3위로 이끈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온갖 추문 속에서 자진 사퇴했다. 지난 5년간 팀에 우승 4회, 준우승 1회를 안긴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제10구단 kt 위즈에서 의미 있는 초석을 다진 베테랑 지도자 조범현 감독은 나란히 재계약에 실패했다. 김용희 SK 감독 역시 2년 계약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났다.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의 감독이 이미 팀을 떠난 상황이지만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10개 팀 중 4개 팀 감독 떠나

    넥센은 국내 프로스포츠 팀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 혹은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지방자치단체가 없는 구단이다. 선수단 운영도 매우 독특하게 이뤄져왔다. 이장석 서울히어로즈 대표는 미국 메이저리그 제너럴 매니저처럼 선수단 구성과 육성, 스카우트, 전력 최적화에 적극 개입했다. 이 대표가 원하던 구단 감독은 메이저리그 매니저 같은, 그라운드 안에서의 총지휘자 모델과 비슷했다. 그런 그가 직접 뽑은 염경엽 감독은 이 대표의 철학을 그라운드에 투영하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기술훈련 이상으로 근력과 몸을 최적화하는 트레이닝 강조, 단계별 육성 시스템 구축, 수비와 작전 전략, 주루에 능했던 코치 출신다운 여러 포메이션의 완성 등은 넥센이 전력적 한계를 딛고 상위권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최근 4년간 연이은 선수 유출에도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의 눈부신 성과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지를 놓고 갈등이 시작됐다. 마침 이 대표가 구단 경영권 분쟁 속에서 사기와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하며 마찰은 더욱 커졌다. 이미 8월 정규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염경엽 감독이 올 시즌 종료 후 자진 사퇴하고 다른 팀으로 옮긴다. 이미 해당 팀과 모든 약속이 끝난 상태’라는 소문이 퍼졌다. 염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7시즌까지.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고, 해당 팀과 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문은 점차 확대됐고 넥센 선수 대부분이 알게 됐다. 분명히 확인된 사실은 염 감독이 코치 몇 명에게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생각인데 함께 가겠느냐”고 의사를 물었다는 것이다.



    넥센 경영진은 크게 분노했다. 법적 소송도 준비했다. 염 감독은 LG 트윈스와 가진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하자 구단과 사전 상의 없이 취재진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2017시즌에는 이적 소문이 났던 SK뿐 아니라 어느 팀에도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넥센이 염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며 밝힌 공식 입장은 매우 흥미롭다. 넥센 측은 “염경엽 감독은 8월 1일 구단에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구단에서는 감독을 만류했고 더 좋은 환경으로 떠나겠다면 동의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현 상황이 매우 유감스럽지만, 향후 구단에서는 8월부터 최근까지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던 염경엽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여러 내용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부분을 인정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침묵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할 말은 많지만 참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KBO 역사상 아무도 이루지 못한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팀을 괴롭힌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현 KIA)의 불법 해외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망설이는 프런트 대신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홀로 책임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은 김한수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명분은 전면적인 쇄신. 현장 안팎에서는 “결국 신임 사장이 9위로 떨어진 모든 책임을 감독과 단장에게 떠넘겼다”는 말이 돌았다. 올 시즌 삼성의 성적 추락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한 미흡한 대처 등의 이유가 더 크지만 가장 큰 책임은 현장 감독에게 돌아갔다.



    프런트야구와 감독야구의 충돌

    조범현 전 kt 감독은 시즌 중반 일찌감치 재계약에 합의했지만 결국 낙마했다. kt 구단은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에 합의한 직후 전북 익산 퓨처스팀에서 일어난 한 선수의 공연음란죄 혐의가 크게 알려지자 재계약 진행을 중단했다. 그리고 시즌 종료 직후 김진욱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분쟁의 여지가 있지만 조 전 감독은 조용히 물어났다.

    야구계 신사로 불리는 김용희 전 SK 감독에 대해서도 시즌 말부터 “재계약 추진은 없다”는 말이 돌았다. 염경엽 감독과 밀약한 팀이 SK라고 소문이 나면서 난감한 처지가 됐다. 지난 2년간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성근 한화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7시즌 종료까지다. 그러나 안팎에서는 그룹 최고경영진의 재신임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다. 김 감독은 계약기간이 남은 만큼 정상적으로 팀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구단 측 태도는 모호하다. 경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론을 반영해 최종 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단일리그이자 10개 구단 체제로, 외부에서 단기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전력에 한계가 있다. 매년 특급 선수가 시장에 쏟아지는 메이저리그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만큼 KBO리그에서는 주어진 전력으로 성적을 올려야 하는 감독의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구단은 선수 선발과 육성 등 큰 틀을 시스템으로 완성하고 감독은 최종 지휘만 맡는 이른바 프런트야구를 선호하고 있다.

    과거에는 신임 감독에 맞춰 팀의 모든 색깔을 바꾸고 시스템도 새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구단에 맞는 감독을 찾는 흐름이 강해졌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술·전략 이상으로 선수 장악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감독에게 더 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팀이 나타나고 있다. 정답은 없다. 과도기적 흐름 속에서 현장과 프런트가 종종 충돌하고, 이것이 감독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7시즌에는 또 어떤 감독이 새롭게 등장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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