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

부정확한 역사 바로잡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4-09-15 16:0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정확한 역사 바로잡기
    부정확한 역사 바로잡기
    전쟁의 발견이라니? 전쟁의 진실을 찾아나선 저자에게 전쟁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진실을 찾는 발견이었으리라. ‘삼국사기’에 보면 480여 차례의 전쟁 기록이 나온다. 고대는 전쟁에서 시작해 전쟁으로 끝난 시대였다. 원초적 전쟁으로 인간의 능력 외에는 의지할 데가 별로 없었던 싸움이었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았음이 분명하다. ‘전쟁의 발견-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이희진 지음·사진, 동아시아 펴냄)는 한반도 고대 전쟁연구에 미쳐(?) 살고 있는 저자의 역사에 대한 지난한 싸움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고대 전쟁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사료와 연구 부족 탓에 머리를 싸맨다. 당시 역사를 기록한 사관(史官)들은 자국의 입맛에 맞게 전쟁을 기록하고 평가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건을 기록하면서 자료는 판이하게 다르다.

    554년 백제와 신라 사이에서 벌어진 관산성(管山城) 전투가 대표적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의하면 “전투 중에 백제 성왕이 전사하고 3만 가까운 전사자를 냈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일본서기’에는 “성왕은 백제군을 지휘하고 있던 아들 여창을 만나러 전선으로 가다가 신라군의 매복에 걸려 생포돼 처형당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전투 중 전사가 아니라 매복에 걸려 생포돼 처형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소한 것 같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차이다.

    이러한 불분명한 사료(?)를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니 웃지 못할 장면이 속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중의 기호에 맞추려다 보니 영웅을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물론 바보가 되어야 한다. 용감한 장군 한 명이 몰려오는 적병 수십 명을 단칼에 벤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턱도 없는 이야기다. 눈앞의 적을 몇 명 더 죽이는 것보다 주도면밀한 전략과 치밀한 작전을 세워 승리해야 할 지휘관이 무모하게 칼을 들고 설쳤겠는가.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복원했다고 자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생각 없이, 심지어 고의적으로 허상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책을 쓴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역사연구가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로 낙인찍힌 그가 한국사 연구에 던지는 메시지는 참신하지만 항상 논란을 부른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역사전쟁에서 승리할까? “유능한 지휘관의 전략 전술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저자의 말을 듣고 떠올릴 수 있는 유능한 지휘관이 우리에게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떤 전략과 전술로 국민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전쟁의 발견’은 우리에게 그것을 묻는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