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8

2003.01.16

현대家, 3세들로 ‘바통 터치’

현대차 정의선씨 부사장 승진 경영 일선에 … 급변하는 ‘경영 환경’ 향후 행보에 주목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1-10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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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家, 3세들로 ‘바통 터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올해 SK그룹을 제치고 재계 3위로 도약할 것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정몽구 회장의 장남 의선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공격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그룹은 1월3일자로 정의선 국내영업본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그룹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으로 발령냈다.

    의선씨는 1999년 현대차 입사 이후 자재 영업 등 주로 실무 분야에서 일하면서 경영수업을 해왔다. 입사 이후 1년에 한 번씩 승진해 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이번에 부사장에까지 오르게 된 것. 의선씨에 대해서는 실무 경험 부족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나 아버지 세대의 경영 방식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는 평가도 있다. 의선씨는 지난해 자동차용 전자부품 업체인 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논란이 일자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의선씨는 고려대 재학시절 은사이자 강력한 재벌개혁론자인 고려대 장하성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요청한 끝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뭔가 다른 경영방식 보여줘야”

    한편 이번 현대차 인사는 현대차그룹 차원을 넘어 현대가(家) 전체에 3세들이 전면에 나서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의선씨뿐만 아니라 정몽구 회장의 동생이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4남인 정몽우씨의 장남 일선씨 역시 비앤지스틸(구 삼미특수강)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는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유홍종 대표이사 회장 체제 아래서 경영 전반을 총괄할 예정이다. 유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서비스 회장으로 있을 당시 임원을 지냈고 정회장의 뒤를 이어 양궁협회장을 지낼 정도로 정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 정회장의 경복고 후배이기도 한 일선씨 체제에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후광’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일선씨는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뒤 2001년 당시 정몽구 회장이 이끌던 기아차에 입사해 경영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 후 INI스틸(구 인천제철)을 거쳐 같은 해 비앤지스틸에 입사했다. 모두 2001년 한해에 진행된 인사였다.

    현대家, 3세들로 ‘바통 터치’

    아들과 조카들인 정의선 정일선 정지선씨(왼쪽부터) 등은 현대(家) 3세 경영인들 중 가장 먼저 경영 사령탑을 맡았다.

    이미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가장 먼저 승진하면서 경영 전권을 장악한 지선씨 역시 현대가(家) 3세 중에서 관심을 끄는 인물. 3세 경영인 중 막내격인 지선씨는 아버지인 정몽근 회장 밑에서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 그룹 총괄조정 업무를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서른을 갓 넘긴 지선씨의 경력을 인식한 듯 “그룹 부회장으로서 총괄적인 조정 업무만 맡고 있을 뿐 계열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새해 들어 ‘몽(夢)’자 돌림 형제들의 2세격인 ‘선(宣)’자 돌림 30대 초반 사촌형제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서 사령탑을 맡고 있는 상황은 공교롭게도 노무현 당선자 진영의 부의 편법 상속 증여에 대한 근절 의지 발표와 맞물려 이래저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현대가(家)의 창업세대인 정주영씨 일가와 수성세대인 몽(夢)자 돌림 형제들과 달리 ‘손자 세대’인 이들 사촌형제들은 창업세대의 기대와 총애를 독차지하는 가운데 아버지 세대의 갈등과 반목을 지켜보면서 자라왔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경영학)는 “3세 경영인들은 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창업세대와는 뭔가 다른 경영 방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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