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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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신약개발 명가 지키기 위해 OCI와 통합 결단”

5400억 원 상속세 부담 덜고 글로벌 제약사 도약 기틀 마련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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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02-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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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습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최근 사내 임원들과 대화에서 직접 밝힌 OCI홀딩스와의 통합 배경이다. 송 회장은 두 아들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약품 제공]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약품 제공]

    임성기 회장의 마지막 당부 “신약개발과 R&D”

    한미약품은 1973년 창립해 당시 제네릭(복제약) 생산·판매 단계에 머무르던 한국 제약산업을 선두에서 이끌며 발전 단계마다 ‘한국 최초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이라는 새로운 화두로 기술개발을 주도해왔다(표 참조). 특히 1989년에는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당시 최대인 6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을 하며 신약개발 전문 R&D(연구개발) 중심 제약기업 한미약품의 서막을 열었다.

    하지만 2020년 8월 창업주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부과된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는 부인인 송 회장을 비롯한 가족의 고뇌를 깊게 했다. 지난해 10월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3만 원 이하로 하락했을 당시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해외 사모펀드가 현 주가의 2배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 제안을 했지만 송 회장은 50년간 일궈온 한미를 일방적으로 매각하는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

    “우리가 제약, 신약 R&D에 최선을 다하고, 참 많은 약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우리 인체는 풀지 못한 비밀이 너무나 많다. 이제 남은 너희가 R&D에 더욱 매진해 그 비밀들을 풀어나가라. 더 좋은 약, 신약을 만들어라. 그것이 너희의 숙제이자,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이다.”



    임성기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남긴 말이다. ‘포스트 임성기 리더십의 향방’과 ‘그룹의 지향점’이 담긴 이 말은 임 회장의 유언과도 같았으며, 당시 함께 있던 송 회장이 메모로 남겨 세상에 알려졌다. 임 회장의 이 마지막 당부는 한미그룹 중심에 ‘신약개발’과 ‘R&D’가 단단히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1개 프로젝트마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개인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또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었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송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에게 최선의 방법으로 다가온 것이 ‘OCI그룹과 통합안’이었다. “창업주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고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판단된다”는 송 회장의 결단에 따라 통합안이 급진전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 회장의 결단에 만장일치로 힘을 실었다.

    OCI그룹과 통합안은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르는 동시에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 1대 주주에 오르는 절묘한 통합 모델이었다. 각자 대표 체제 하에서 송 회장과 임 사장이 이끌어갈 한미그룹 미래는 지난 50년간 임성기 회장이 키우며 그려왔던 한미의 비전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톱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간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던 한미그룹이 통합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송 회장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며,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 동반자다.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도 전했다.

    지난해 매출 1조4909억, 30개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가동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안팎의 많은 도전에 맞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4909억 원, 영업이익 2207억 원, 순이익 1593억 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94억 원, 영업이익은 626억 원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인 14.8%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는 자체 개발 제품과 혁신신약 R&D 성과, 주요 연결 회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글로벌 제약사 MSD에 기술수출한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상 진입에 따라 유입된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과 자체 개발 개량·복합신약의 지속적 성장세가 큰 기여를 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지난해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 기록을 세웠으며, 원외처방 매출(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 기준) 9295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지난해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북경한미약품은 중국 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으로 이안핑, 이탄징 등 호흡기 질환 의약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매출 3977억 원, 영업이익 978억 원, 순이익 787억 원을 달성했다.

    한미약품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스피린과 PPI(위산과다억제제) 제제를 결합한 새로운 복합제(라스피린)를 처방 시장에 선보이는 등 자체 개발 복합신약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흔들림 없는 R&D 기조를 이어나가며 30여 개에 이르는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주기 대사·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비롯해 표적/항암신약, 희귀질환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R&D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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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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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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