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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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영어 앨범으로 솔로 데뷔한 NCT 텐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2-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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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T 텐이 데뷔 8년 만에 첫 미니앨범을 내놓았다. [뉴시스]

    NCT 텐이 데뷔 8년 만에 첫 미니앨범을 내놓았다. [뉴시스]

    텐(TEN)은 여러 경계에 걸쳐 선 아티스트다. 태국 출신 K팝 아이돌이라는 사실은 단초에 불과하다. 그는 2016년 SM엔터테인먼트의 대형 프로젝트 NCT 출범을 선언한 NCT U 유닛과 이 다국적 프로젝트의 당초 기획의도가 가장 깊게 구현되고 있는 웨이션브이(WayV)의 멤버다. 서로 다른 것들이 환상적으로 연결되는 NCT 세계관을 드러내는 ‘夢中夢(몽중몽·Dream In A Dream)’(2017)이 그의 솔로 싱글이기도 했다. NCT의 ‘간판’은 그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텐이 NCT의 정수처럼 보이기도 하는 건 무성적인 분위기의 외모와 투명한 음색,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퍼포먼스로 여러 경계의 교착점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데뷔 8년 만에 낸 첫 미니앨범 ‘TEN–The 1st Mini Album’의 타이틀곡 ‘Nightwalker’는 둔탁한 베이스가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면서 불안한 듯 비트를 재촉하며 시작한다. 뮤트(mute) 주법으로 숨을 죽인 기타의 금속성과 트레몰로 기타의 습기 어린 질감이 대비되는 1절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고음의 가성과 함께 거대한 신스 사운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육중하게 할퀴는 베이스가 뒤덮는 후렴은 불온한 공기를 강렬하게 내뿜고, 다시 공격적인 비트를 얹어 보인다. 한 박자를 기다렸다가 들어서는 급작스러운 비트는 마치 생각지도 못한 데서 얻어맞는 듯한 의외성을 선사한다.

    K팝의 이단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재미있는 것은 2절이다. 살짝 일그러져 아른거리는 기타 스트로크 반주 속에서 텐의 멜로디는 일견 아주 평범한 팝송의 다소 기이한 버전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예의 베이스와 비트가 다시 들어설 때면 곡은 사실 1절에서 이미 소개된 요소들이 조금씩 다른 조합으로 맞춰졌음을 어렵지 않게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뭇 다른 시간, 자못 다른 에너지와 긴장이다. 이 대조의 끝에 주술적인 퍼포먼스가 튀어나오는 댄스 브레이크가 있다. 단단하지만 절제된 비트 위에 찢어질 듯 아슬아슬한 신스가 멜로디를 얹는 이 축축하고 불길한 브레이크는 이 곡의 시청각적 백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난폭하며 도발적이지만 끝내 ‘화끈함’이라고 단정할 수 없도록 도사리는 에너지, 그것이 ‘Nightwalker’의 매혹적인 점이다. 비트는 절제된 뜨거움을, 보컬은 공격적인 투명함을 들려준다. SM엔터테인먼트의 남성 ‘드림팀’ 유닛이던 슈퍼엠(SuperM)에서도 압도적으로 보여줬던 텐의 퍼포먼스는 이 모두를 한층 더 환상적인 공간에 올려놓는다. 모순과 모호함 속에 정교하게 결합되는 이 쾌감은 K팝의 이질성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K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세련이 여기에 있다. 이단아적인 K팝의 이단아라고 해야 할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어 가사와 국내 음악방송 출연이 K팝의 요건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 영어로 부르는 텐의 곡들이 K팝에서 일종의 변방성을 갖는다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Nightwalker’가 가능한 것은 그래서이기도 하다. 텐은 출중한 K팝 아티스트지만, 텐이 K팝의 ‘정도’를 걷길 기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K팝이 줄 수 있는 매혹은 다양하겠지만, 어떤 이는 혼종적이고 낯선 것을 궁극으로 꼽기도 한다. 이를테면 NCT에서 이야기되던 ‘네오(Neo)’의 미학이 그것을 지향하고 있었다면, 지금 NCT의 부인하기 어려운 미학적 핵은 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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